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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소리] 나는 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날까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23 19:39:39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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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잠드는 사람들을 보면 놀랍다. 그리고 부럽다. 잠드는 데에 아무런 막힘이 없는 걸까. 아는 동생네에 놀러 갔다가 그 애가 잠드는 과정을 봤다. 졸린 기색 하나 없이 놀다 잘 시간이 되자, 거리낌 없이 척척 잘 준비를 하고 눕더니 “안녕히 주무세요, 형!”이라는 말을 남기고 3초 만에 잠이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올빼미들 또한 종종 본다. 이 사람들은 늦은 밤에도 잠드는 것을 미룬다. 대신 하염없이 다른 일을 한다. 게임, 웹서핑, 유튜브 시청, 책 읽기,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 보기 등. 이런 일들을 하며 때로는 새벽까지도 깨어 있다.

내 또래들을 보면 낮과 밤이 뒤바뀌어 사는 경우가 많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들어 왔다. 그래서인지 많은 올빼미들은 스스로를 꾸짖는다. 그리고 이러한 자책은 의지를 떨어뜨리고, 일찍 자고 일어나는 것을 한 번 더 포기하게 만든다.

자책은 개선의 걸림돌이다. 자책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든다고 한다.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이 본인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깎아 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을 계속해서 탓하느라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기도 한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개선을 위한 행동과 의지력도 발휘될 수 없다. 혹은 역설적이게도 스스로를 꾸짖으면서 죄책감이 가라앉기도 한다. 자책이 심리적인 면죄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면죄부는 문제 상황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데 일조한다.

자신을 꾸짖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보다 스스로가 왜 잠을 미루는지 알아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자책이 초래하는 악순환을 끊는 비법일 수 있다. 또한 자신을 알아주는 것은 본인이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해 줄 수 있다.

저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낮에는 타의적으로 지내야 했지만 밤에는 자의적일 수 있었기 때문에 밤에 잠드는 것을 미뤘다. 먼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데 하루치 의지력의 절반이 쓰였던 것을 보면 맞는 말이다. 매일 과제와 공부해야 할 것들이 생겨나기를 반복했고, 아침에 침대에서 나와도 오늘 하루 그다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몸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사람들에게 연락이 올 것이고 거기에 답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게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밤은 아침에 비해 난이도가 쉬웠다. 늦은 밤에는 사방이 고요해지고 사람들에게 연락도 오지 않는다. ‘곧 잘 거니까’라는 핑계로 할 일 목록에 있는 일들을 안 해 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아무것에도 시달리지 않을 수 있어 취침을 자꾸 미루고 고요한 밤을 즐겼다.

나에게는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를 인정하니 내 생활이 다르게 보였다. 자책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 고유한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연락하며 지내는 사람들 또는 해야만 한다고 느껴 캘린더에 적어 둔 일들 중, 실은 그냥 넘겨도 괜찮은 경우가 있었다. 의무감과 강박 때문에 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 일들이 나를 위한 평안한 시간을 멸종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견은 계속됐다. 늦은 밤 혼자 시간을 보내며 나는 주로 웹서핑을 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여겼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난 이것저것 찾아보며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회에 나가기에 앞서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한 완충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 애쓰던 내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비어 있는 시간이 없으면 내가 반길 수 있는 것들이 내게로 흘러 들어오지 못한다.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들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 일들을 생략하고 그만큼 나를 비워두면, 내가 애정을 가질 것들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될 것이다.

“나 사실 어떠어떠한 것 좋아하네”라는 말이 요새 SNS와 미디어에서 한동안 쓰여 왔다. 내가 사실은 뭘 좋아하는지 포착하려면, 그런 것들이 내 삶에 찾아올 수 있도록 여유가 구비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날들에 그런 여유를 가질 것이라면, 잠들고 일어나는 건 두렵지 않다.

차동욱 동아대 의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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