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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거북목 유감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18 19:37:0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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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새벽 기차를 타기 위해 도착한 구포역. 무거운 배낭을 벤치에 내려놓고 옷매무새를 고치며 좌우를 살폈다. 바로 옆 에선 마흔 후반쯤의 아주머니가 왼쪽 무릎을 세운 채 외로 꼬고 앉아, 벤치 바닥에 놓인 스마트 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열차 출발 시각이 아직 이십여 분이나 남아있어, 화장실도 갔다가 건물 바깥으로 나가 새벽 여명도 구경했다가 돌아왔는데도 아주머니의 자세는 그대로였다. 조금 더 목을 쭉 뺀 것 말고는. ‘저러다 거북목 되겠는데…’.

오륙 년 전인가. 기계문명에 아둔한 내가 뒤늦게 스마트 폰으로 바꾸고서였다. 일일이 컴퓨터를 켜서 정보를 찾는 것보다는 스마트 폰으로 찾기가 쉬워, 점차 스마트 폰 화면에 코를 박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길 1년쯤 지났을 무렵 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하더니 어깨가 아프고, 팔이 저려 왔다. 뭐 컴퓨터로 글쓰기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겼다가, 급기야는 목을 좌우로 가누기조차 힘들어졌다.

장시간 누워 있는데도 통증이 가라앉질 않아 동네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나를 익히 알고 있는 원장이 외형적 증상만 보고 대뜸 말했다. “어허이, 거북목이 됐네.” 더 심해지면 십중팔구 목 디스크로 진행되기 마련이라며 X-레이 촬영해서 살펴보자고 했다. 진단 결과 추간판이 신경을 눌러 아프긴 하겠으나 아직 디스크가 탈출한 정도는 아니므로, 목 자세를 똑바로 잡고 물리치료 받으면 나아질 거라고 했다.

그걸 치료하는 동안 지방선거가 있어 후보로 출마한 지인에게 인사차 선거 사무소를 방문했다. 후보자 딴에는 선거사무원들에게 분위기 돋운답시고 변변찮은 내 과거 이력을 들먹이며 나를 소개했다. 그러자 목을 한껏 뒤로 젖히고 있는 내 자세가 못마땅했는지, 내무반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손님 접대 책임을 진 아주머니가 씁쓰레한 인상으로 한마디 불쑥했다. “한가락 해서인지 목이 되게 뻣뻣하네요이.” 내가 거만해 보인다는 뜻이었다.

목 디스크를 치료하려면 원래의 완만한 굴곡을 가지게끔 둥근 베개를 목에 고이든지 일부러 그런 자세를 갖도록 한다. 물리치료 하면 기계로 머리를 들어 올려서라도 추간판이 신경을 압박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이 견인 치료 방법의 하나로. 그런 효과를 보기 위해 의자에 등을 바싹 붙이고 목을 젖혔던 것인데, 그 아주머니는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거만하다고 판단해 버린 거다.

어디 그뿐인가. 나는 선천적으로 심한 고도 근시여서 걸어갈 때 길바닥을 잘 보려고 아래로 보고 걷다 보니 어깨가 구부정했다. 집안 식구들을 막론하고 여럿이 자주 지적해서 그걸 고치느라 일부러 목에 힘을 주어 구부정하게 보이지 않으려 했다. 그런 결과 중고등학교 때는 물론 대학 다닐 때 선배 격 되는 사람들이 툭하면 시비를 걸어왔다. “목에 깁스(Gips) 했냐?”느니 “싸가지 없다”느니. 내가 직접적으로 예의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거나 책잡힐 일을 했다면야 그런 말 들어도 싸지만, 단지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목을 세웠을 뿐인데…. 남의 속도 모르고.

어떤 질환인들 안 아플까마는 목 디스크의 통증도 엄청나다. 목 디스크라니까 목 부위만 아픈 것 같지만 ‘방사통’ 때문에 어깨는 물론 손가락 등골, 심하면 중추 신경을 따라 심장까지 죄어온다. 그런 통증에서 벗어나고자 바른 자세를 취하려는 것인데 뭐가 그렇게도 답작답작한지 원. 나는 지금도 자주 목을 뒤로 젖히곤 한다. 나쁜 시력으로 글쓰기 하자니 자연 머리를 앞으로 숙이게 되는데, 그때마다 목의 신경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 입장을 모르면서 겉으로만 판단하거나 편견을 갖는 건 잘못된 일이다. 특히 열등감이 팽배한 사람들은 남의 흠을 자꾸만 들춰보려 한다. 흠이 있어 티를 잡는 거야 그렇다 치고, 자기 눈에 좀 거슬린다고 엉뚱한 선입견을 내비치는 건 곤란한 문제다. 구포역에서의 그 아주머니에게 나는 다른 뜻으로 한마디 했다. 그분의 자세가 거슬려서가 아니라 목 디스크에 걸리면 아파서 고생하므로. 목을 빼서 아래로 보지 말고 차라리 스마트 폰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치켜보는 게 낫다고.

문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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