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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다양성이 중요하다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0-17 19:50:1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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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3세로 타계한 대기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1960년대 나사(NASA)의 외계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지구의 이웃 행성인 금성이나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가를 어떻게 알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던 중 두 행성이 지구와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실제로 두 행성의 대기는 95% 이상이 이산화탄소인 반면 지구 대기는 오랫동안 질소 78%, 산소 21%의 상태를 유지해왔으며 이산화탄소는 0.04%로 극소량만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지구의 평균온도 역시 생명이 살기에 적절한 약 13도 정도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러브록은 지구의 대기가 두 행성과 크게 다른 이유는 지구에 생명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즉 지구의 생명체들이 광합성 등의 활동을 통해 산소의 농도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는 생명체들에 의해 스스로 항상성을 갖는 살아있는 행성이며 러브록은 이 행성의 이름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초의 어머니 여신 ‘가이아(Gaia)’라 지었다.

러브록은 또한 자신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데이지 월드’라는 수치 모형을 제시했다. 이 모형에서는 지구와 같은 행성에 검은색과 흰색 데이지 꽃만 살고 있다고 가정한 후 햇빛의 강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일어나는 행성의 온도 변화를 계산했다. 실제에 비해 매우 단순한 세계이지만 외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명체가 행성의 변화를 막아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만일 데이지 꽃이 없다면 햇빛의 강도에 비례하여 온도가 변하지만 두 종류의 데이지 꽃에 의해 행성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었다. 햇빛의 강도가 증가하면 흰색 꽃이 많아져서 빛을 반사시키고 강도가 감소하면 검은색 꽃이 많아져서 빛을 흡수함으로써 전체 온도는 변하지 않았다. 또 회색 데이지 꽃을 추가하면 햇빛 강도가 중간 정도일 때 번성함으로써 온도는 더욱 안정되었다.

이후 많은 연구자들은 이 단순한 모형을 좀 더 확장시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 나아가서 청소부 역할을 하는 미생물을 추가로 고려하여 유사한 계산을 실행했는데 다양한 생물 종이 존재할수록 행성의 안정성이 더 견고해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특히 흥미를 끈 연구는 햇빛 강도뿐만 아니라 더욱 강력하고 급격한 변동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행성의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종이 존재할수록 행성이 받는 충격은 감소했으며 충격으로부터 회복되는 시간도 짧아졌다. 왜 다양성이 중요한지 보여주는 모형이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더 건강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큰 것과 정확히 같은 이치이다.

물론 이 결과들은 단순화된 수치모형을 통해 얻은 것이지만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500만 년 전 운석 충돌에 의한 공룡 멸종도 충돌이 있기 1000만 년 전부터 온난화에 의해 이미 공룡을 비롯한 생물 종의 다양성이 크게 감소하고 있었으며 운석 충돌은 단지 방아쇠만 당겼을 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지 않았더라면 운석 충돌만으로 대멸종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기후변화 상황과 너무나 유사하지 않은가?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까지 나타난 멸종 속도가 공룡시대의 그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운석 충돌처럼 현재의 방아쇠를 당길 사건은 무엇일까?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이나 앞바다에 엄청난 양이 존재하는 메탄가스의 폭발적인 분출이라 예상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강한 온실가스이며 기온이 상승하면 어느 순간 대기 중으로 뿜어진다. 그리고 이미 시베리아 지역의 기온 상승으로 벌써 분출이 일어나고 있다. 분출된 메탄은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이는 다시 더욱더 강렬한 메탄 분출을 일으키게 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며 절망적인 것은 우리는 이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일지는 이전의 대멸종으로부터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다.

유상균 지순협대안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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