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나는 늘 죽음을 생각한다

  • 국제신문
  •  |   입력 : 2022-09-20 19:45:3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무릇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은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 사람도 이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나이 들면 늙고 늙으면 죽는 것은 자연순환의 한 형태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으스대는 것도 꼴사납지만, 나이 든 사람이 그것을 큰 훈장처럼 자랑하며 내세우는 것도 그리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죽으면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산다.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으면 불멸의 삶을 사는 것이고, 존재감 없이 잊히게 되면 거기서 그 사람의 삶은 끝이 나게 마련이다. 기억의 인자는 선한 영향력으로 사람다운 삶을 살았느냐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나이 들면서 부쩍 부고를 많이 접한다. 더러는 지인들의 아픈 소식도 바람결에 듣는다. 엊그제 문학 모임에 갔다가 도반들의 아픈 소식을 전해 듣고 감정이 알싸하게 저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는 파킨슨과 치매라는 이중고를, 또 어느 분은 엊그제까지 멀쩡했는데 병마에 덥석 덜미를 잡혀 있다는 아픔의 기별이다. 그런 느닷없는 전언은 어느새 스멀스멀 좌중에 옮아 붙어 그날의 분위기를 침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걸 보니 삶과 죽음은 늘 함께 뒤섞여 있고,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수시로 바뀌고, 이들 중 어느 것이 문을 두드리느냐에 따라 존재의 판도가 달라진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늘 죽음을 생각하는 일상을 살아온 것 같다. 자고 일어나 눈을 붙일 때까지 하루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다. 그래서 누구보다 죽음에 대한 면역력에 자신이 붙었다고 내심 자랑하기까지 한다. 죽음의 굳은살이 많이 붙어 웬만한 일에도 그리 놀라는 일이 없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 버릇처럼 층계 수를 헤아린다. 층계가 끝나면 그 수에 지금의 내 나이를 합한 뒤 나의 수명을 설정하는 이상야릇한 버릇이다. 그 숫자가 만족할 만한 값이 못 되면 또 다른 계단을 찾아 층계 숫자를 세는 것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죽음의 날을 미리 대비하는 것도 그리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일단 면역력의 굳은살이 붙으니 두려움에 대한 망상이 걷히고, 하루하루 나날의 삶이 더없이 값지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그날이 마치 끝이라도 되는 것처럼 충만한 시간을 만끽하게 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의외로 덤으로 오는 것도 많다. 그동안 살아온 날의 흔적과 문학적 업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버릇도 생겼다. 얼마 전엔가 여섯 번째 희곡집을 내어 고별 북 콘서트를 열었고, 두 해 뒤에는 역시 여섯 번째 소설집을 내어 고별 콘서트를 할 계획도 세워 놓았다. 내자와 나 둘 중 누가 먼저 떠날 줄을 모르기 때문에, 세탁기 조종하는 규칙과 순서를 비롯해 그동안 방치해 두었던 생활의 지혜를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있다.

얼마 전에 두 편의 외화를 보았다. 모두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하나는 카뮈의 부조리 사상을 바탕으로 죽음 앞에 놓인 한 남자의 무기력하고 나태한 일상을 파편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였고, 다른 한 편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가 품위 있게 죽을 권리인 ‘존엄사’ 문제를 제시하고, 두 딸이 티격태격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문제를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로, 내 죽음의 굳은살을 불리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이처럼 죽음의 두려움을 자연의 순환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면역력의 증강, 남은 인생을 충만하고 값지게 사용하는 현재적 삶의 태도 형성, 그리고 남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불멸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의 존재감에 근력을 붙이기 위해서라도 죽음은 삶의 반면교사가 충분히 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집을 나선다.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문제를 안은 채 걷고 말하고 밥을 먹는다. 두 개의 화두가 양면에 적힌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웃고 떠들며 얘기한다. 어느 날 느닷없이 죽음이 방문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이웃집 마실 가듯 한 다리 건너 훌쩍 뛰어넘고 싶다. 그래서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면역력을 높이고 삶의 군살을 빼는 나날을 영위하고 있다. 나는 매일 죽는 남자이고 싶다. 매일 죽으며 하루하루를 찬란하게 사는 불가지의 삶을, 실존적 삶을 살고 싶은 것이 꿈이다.

김문홍 극작가·부산공연사연구소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덕신공항 개발권 ‘반경 16.8㎞’ 가닥…54개 읍·면·동 혜택
  2. 2초록색 물든 광안리 앞바다
  3. 3尹 "우리 야당 부끄러웠다" 발언 논란 예고...의도는?
  4. 4매매가 10% 인하도 안 통했다…다대소각장 또 유찰
  5. 5부산교통공사 통상임금 항소심 “노동자에 총 268억 지급하라”
  6. 6전기료 지역 차등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
  7. 7“트럼프 체포됐다!”… 트럼프 기소 임박에 AI 가짜 이미지 확산
  8. 8'페이' 대전 시작...애플페이 맞서 삼성페이 제휴카드·교통기능 강화
  9. 9“백신 피해 심사서 의도적 왜곡 있었다” 역학조사관 폭로(종합)
  10. 10부산 첫 통합공공임대주택 공급…일광에 1134세대
  1. 1가덕신공항 개발권 ‘반경 16.8㎞’ 가닥…54개 읍·면·동 혜택
  2. 2尹 "우리 야당 부끄러웠다" 발언 논란 예고...의도는?
  3. 3이번엔 日멍게 수입 논란, 대통령실 "멍게란 단어 없었다"
  4. 4檢 이재명 위례·대장동 등 관련 불구속 기소, 李 "법원서 진실 드러날 것"
  5. 55000만원 예금보호 한도, 1억으로 올리나
  6. 6이재명 당직 유지...당헌 80조 예외 조항 적용키로
  7. 7[정가 백브리핑] 형도, 동생도 윤심에 구애…같은 길 걷는 與서씨형제
  8. 823분 대국민 여론전에도 격앙된 野 "용산 총독이냐" 국조·청문회 추진
  9. 9여론설득 나선 尹 “文정부 한일관계 방치”…野는 국조 추진(종합)
  10. 10“관 주도 혁신 땐 실수 누적…민간 지원 역할해야”
  1. 1매매가 10% 인하도 안 통했다…다대소각장 또 유찰
  2. 2전기료 지역 차등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
  3. 3'페이' 대전 시작...애플페이 맞서 삼성페이 제휴카드·교통기능 강화
  4. 4부산 첫 통합공공임대주택 공급…일광에 1134세대
  5. 5청약통장 예치금 100조 무너져
  6. 6부산시, 대체거래소 유치 본격화…인가준비 법인에 타진
  7. 7부산시·지역 정치권, 산업은행 완전이전 해법 찾을까
  8. 8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18.61% 하락..."보유세 20% 이상 감소"
  9. 9애플페이 첫날 오전 17만 명 등록
  10. 10전력수급 불균형 정부도 공감대…수도권 반발 무마가 관건
  1. 1부산교통공사 통상임금 항소심 “노동자에 총 268억 지급하라”
  2. 2“백신 피해 심사서 의도적 왜곡 있었다” 역학조사관 폭로(종합)
  3. 3김해지능기계산단 국가산단 탈락 후유증… 김해시 오는 기업 마다할 판
  4. 42030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담은 불꽃축제 열린다
  5. 5경남 한 고교서 선배 10명이 후배 1명 집단폭행
  6. 6[단독]"선글라스 찾아내라" 동사무소 직원 흉기로 위협한 60대 체포
  7. 7통상임금 소송 10년간 3건…만년 적자에 합의도 어려워
  8. 8檢 이재명 위례·대장동 등 관련 불구속 기소, 李 "법원서 진실 드러날 것"
  9. 9소방, 강서구 화학 공장 화재에 대응 1단계 발령
  10. 10오후 부산 울산 경남 봄비...기온은 당분간 평년 상회
  1. 1주전 다 내고도…롯데 시범경기 연패의 늪
  2. 2침묵하던 천재타자의 한방, 일본 결승 이끌다
  3. 3당당한 유럽파 오현규, 최전방 경쟁 불지폈다
  4. 4무한도전 김주형, 셰플러를 넘어라
  5. 5무승탈출 태극낭자, 이제는 연승 도전
  6. 6창단 첫 챔프전 BNK 썸 2차전도 패배
  7. 7공수 다 되는 김민재…“지금껏 이런 수비수는 없었다”
  8. 8좌완 부족한 롯데? 이태연을 주목해
  9. 91선발 스트레일리, 첫 등판은 ‘글쎄’
  10. 10삼세번 만에 ‘셔틀콕 여왕’ 안세영 시대 열렸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사다리를 놓자
국제여객터미널 입주사 살린 후 임대료 징수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수도권 일극 체제
‘영웅 만들기’에 나서야 할 때
도청도설 [전체보기]
예금보호 한도 확대
‘놀토’ 대신 ‘놀금’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 백신 피해자 심사 왜곡’ 정부가 규명하라
이재명 대장동 재판, 증거와 법리로 진실 가려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우리 곁의 ‘다음소희’
챗GPT, 친구인가 적인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환대(hospitality)의 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케스트라
노엘합창단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대회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