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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의 미래를 밝히자

  • 최진관 교장
  •  |   입력 : 2022-08-17 11: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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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출생의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간호사의 손길이 필요하다. 표현할 수 없었던 출생의 순간과 고마웠다는 한마디의 말도 전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에 우리의 곁을 지켜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줄 사람들이 바로 간호사이다.

최진관 교장
개인적으로는 40여 년을 교육계에 몸담고 있고 39년차 간호사인 아내와 14년차 간호사인 딸을 둔 가장으로서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지켜보며 대한민국의 현 의료 체계가 과연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해 그날은 대체 공휴일이었고 비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쳤던 기억이 있다. 2020년 1월 27일 아내는 무서운 감염병이 대한민국에 들어왔다면서 급하게 병원으로 갔다.

그로부터 코로나 3년, 여전히 의료현장은 변한 것이 없다. 코로나 상황은 3년째 이어지고 이러한 팬데믹 의료전선에서 대한민국 간호사의 절반 이상이 ‘번 아웃’(탈진)으로 이탈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가슴이 아려옴은 단지 내 가족의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간호사들을 코로나 영웅이라는 표장 속에 묶어둔 채 점점 더 코너로 몰아붙이고 점점 더 외톨이로 만들고 있으며 그들의 작은 권리와 희망마저도 외면하는 낙후된 우리나라 보건정책이 한없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런 어두운 의료 현장 속에 아내와 딸이 있다.

24시간 숨 가쁘게 돌아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딸은 근무 중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실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그야말로 매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감염구역에 배치되는 날에는 방호복을 입은 채 감염병 환자를 돌봐야 했다. 기진맥진 상태로 퇴근한 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버지로서 고민이 많다. 처음 간호사를 선택했을 때 행복해 하던 딸의 모습을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다. 과연 이런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상급병원 수간호사 같은 간부들은 명예퇴직을 앞당기고, 경력 많은 간호사는 근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병원 등으로 이직한다. 신입 간호사 절반 이상은 교육 후 혼자 독립해서 업무를 맡기 시작하면 사직을 한다고 한다. 또한 그 신입 간호사들을 교육시켰던 선임간호사마저 자존감이 저하된 채 탈진하는 현재 병원의 충격적인 실태를 토로하며, 깊은 한숨을 내 뱉고 간호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딸이 간호사가 되었을 때 자랑스러워했던 아내의 모습은 이제 없다. 또한 이제 더 이상 견뎌내기 힘들다며 병원을 떠나기 위해 기회만 엿보고 있는 딸의 절망.

이런 변화가 대한민국 간호사 전부를 대변하는 것이라면 과연 대한민국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인가. 지난 긴 세월 고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학생들을 간호학과에 진학시켰고 그 꿈 많은 어린 학생들에게 나는 대한민국의 밝은 의료체계를 설명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는 대한민국 코로나 영웅들의 애끊는 울부짖음을 듣고 있는가 묻고 싶다. 말로만 영웅이라 부르지 말고 그들의 소리를 단 한번만이라도 귀담아 들어 봤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대한민국 간호 100년의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에서야 간호단독법 제정이 웬 말인가 싶다. 이마저도 의사 간호조무사 등 직능 간의 이해 대립 속에서 이리저리 눈치만 보는 정치권들에 막혀 발목이 잡혀 있는 실정이라는 사실이 국민의 한사람으로 부끄러운 현실이 되고 말았다. 간호학과 진학을 적극적으로 지도한 교사로 후회막급이다.

40년 교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진학 분위기를 체험하는데 최근 들어 특히 간호학과를 진학하겠다는 우수한 학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OECD 국가 포함 전 세계 90여 개국에 있는 간호단독법이 대한민국에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랜 세월 학생들의 진로를 담당했던 사람으로 부끄러울 뿐이다.

얼마 전 대한민국의 간호와 돌봄의 체계를 바꾸기 위해 활동을 시작한 시민행동을 접하게 됐다. 간호사 한 명이 중환자 4명, 일반환자 20명 혹은 25명까지도 담당하는 대한민국의 실태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3, 4배 많은 수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되고 흡사 전쟁과도 같은 의료 현장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인 특히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되는 간호사들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달하면서 간호사 이탈은 이제 막을 수 없을 정도다. 특히 2025년이면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질병 구조 또한 급성기에서 만성화로 전환되면서 커뮤니티케어의 중요성은 한층 더 커졌다. 간호인력의 지역사회 대응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시민행동의 주장에 절실히 공감한다. 간호인력의 배치 기준, 교육 체계, 처우 개선 등 업무 환경의 체계적 구축을 위해서라도 간호법은 제정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현재 의료기관이 의료인 특히 간호사의 적정 수준을 준수하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생명과 안전 문제와도 직결되는 의료인 특히 적정 간호인력 기준은 헌법으로 보장되는 국민의 건강권과도 관련돼 있다. 의료기관이 이 기준을 엄격히 준수할 수 있도록 간호법 제정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나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적정 간호인력이 뒷받침된, 전문화되고 안정적인 업무환경 속에서 건강권을 보장받고 싶다.

돌봄으로 에너지를 얻는다고 자주 말했던 딸아이의 웃는 얼굴과 이 순간에도 간호학과 진학을 꿈꾸는 많은 고교 학생들에게 하루 빨리 밝은 미래가 열리게 되길 소망한다. 간호법 제정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간호사가 안전한 근무 환경 속에서 행복한 돌봄 행위를 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최진관 동명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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