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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지역의 기업가정신

  •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  |   입력 : 2022-07-27 19:58:1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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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가 저조하면서 IPO(기업공개) 철회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IPO 대어로 기대됐던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코스피 상장을 철회했다. 현 상황에서는 회사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상장을 철회하는 회사들의 공통된 이유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 가치가 저평가되더라도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회사를 더 키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얼마전 만난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올해도 코스닥 상장기업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증시가 부진해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라는 자신감을 등에 업고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유치해 회사를 키우겠다는 기업가정신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다. 불볕 더위에도 거래소 상장 심사 업무 담당자들은 밀려드는 서류작업에 며칠씩 휴가를 낼 여유가 없다. 하지만 그 서류에 부산 울산 경남 기업은 없다.

사실 증시가 활황일 때에도 부울경 기업의 IPO는 손에 꼽을 만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기반한 산업 생태계라는 태생적 한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상장을 할 수 있는데도 상장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곳도 없지 않다. 부울경 등 상장 실적이 저조한 지역에 이러한 종류의 기업이 있다. 자기 자본이 충분해 회사를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는 창업주가 회사의 주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가 상장이 되면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시장에서의 인지도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반면 지분을 취득한 소액주주들이 경영권에 간섭을 하게 되고 회사의 회계장부 등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기업 공시 의무도 강화돼 기업의 주요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시를 해야 한다. 자신이 회사를 설립해 키워낸 창업주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것이 불필요한 간섭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장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비상장 기업으로 남아 있겠다는 기업이 있는 것이다.

수도권과 부울경의 산업 생태계를 비교해보면 수도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상장을 하겠다는 곳이 많은 분위기다. “요즘 상장사가 아니면 직원 뽑기가 힘들다”는 얘기도 들린다. 증시에 상장된 회사여야만 젊은이들이 회사에 대한 신뢰, 자부심 등을 갖고 입사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수도권 기업에 국한된 사실이다.

부울경의 현실은 어떤가. 여력이 되는데도 상장하지 않고 있는 기업에게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회사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를 해야만 기업이 성장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동력이 된다. 혁신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이와는 달리 상장을 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 갖춰진 회사를 찾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거래소가 전국을 다니며 상장 설명회를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장 도전 건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한가지 반가운 소식은 지역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에 혁신과 변화를 불러 일으키겠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얼마전 부산 지역 스타트업 세 곳이 전국 스타트업의 부산지사를 유치하겠다며 ‘모두의 부산지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부산의 스타트업이 부산으로 진출한 타지역 스타트업과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반대로 부산 기업이 수도권으로 진출하는 데에도 유리한 여건을 만들 수 있다.

아울러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한 비수도권에서는 지역 기반 유니콘 기업 육성을 추진한다. 오는 9월 공식 발족하는 ‘지역유니콘기업연합(RUA)’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매출 10억 이상의 지역 기업들의 연합체다.

정부가 스타트업, IT기업의 성장을 촉진한다면서 내놓는 대책은 대부분 경기도 판교와 서울의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지역의 창업가들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지역에서 기업을 일궈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맞춤형 지원도 절실하다.

김태경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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