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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사 새 모델 필요성 제기한 대법 ‘임금피크제’ 판결

유효성 판단 첫 기준, 재논의 불가피…임금 청구 ‘줄소송’ 예상에 기업 비상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2-05-26 19:24:1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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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직원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현행법을 위반해 무효라는 첫 판단을 내렸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되는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해 세대 간 상생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제도의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게 됐다. 당장 이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해 온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노동계에선 줄소송이 예상된다. 임금피크제 손질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어제 임금피크제로 못 받은 임금 차액을 돌려달라며 한 퇴직 연구원이 해당 기관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임금피크제를 전후해 노동자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 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연령만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는 현행 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이 연구원의 임금피크제가 임금이나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때문에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하게 한 고령자고용법 4조의4항을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이 조항은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 사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며 고령자고용법이 규정한 연령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 기준을 설정했다.

임금피크제는 2015년 12월 모든 공공기관에서 도입한 뒤 민간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27%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며, 2016년엔 46.8%로 늘었다. 그만큼 이 판결 파장이 만만찮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개별 사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시행 방법 등을 두고 노사 간 재논의·협상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고령자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기회 감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대법원 판결은 당연한 결과로, 적극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놨다.

대법원은 “현재 다른 기업에서 시행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효력 인정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여부, 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의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등 다양한 논의로 새로운 모델 정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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