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을 쑤신 듯하다. ‘판도라 페이퍼스’(Pandora Papers) 공개 후폭풍 이야기다. 앞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전 세계 14개 기업으로부터 입수한 1200만 개 파일을 토대로 정치 지도자나 유명 인사들이 조세피난처에 거액을 숨겨놓고 탈세와 불법을 일삼았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엘리트와 부패 인사들의 숨겨진 거래와 그들이 어떻게 역외 계좌를 활용해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호했는지를 밝혔기에 판도라 페이퍼스로 불린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내로라하는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치부를 드러낸 ICIJ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2013년부터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탈세 내역을 꾸준히 파헤쳐왔다.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가 대표적이다. 파나마 최대 로펌이었던 모색 폰세카의 비밀 문서에 기초한 파나마 페이퍼스 공개로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퇴했으며 유럽연합과 미국 등이 해당 인사들에게 강도높은 제재를 가했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 거론됐다.

ICIJ는 ‘판도라 페이퍼스’를 두고 “2013년 이후 공개된 역외탈세 문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뉴스타파를 비롯해 117개국 159개 미디어에서 600여 명의 언론인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 홍콩, 중미 벨리즈 등 조세피난처 계좌를 추적했다.

판도라 페이퍼스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전·현직 정치인은 336명으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등 전·현직 국가수반 35명이 포함됐다. 이들에게 쏠리는 의혹은 부패, 돈세탁, 글로벌 조세회피 등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의 측근도 눈에 띈다. 이름이 거론된 한국인은 275명이다.

최근 K-팝 대부 이수만 씨가 입길에 오르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이 씨의 홍콩 페이퍼 컴퍼니 관련 내용이 판도라 페이퍼스에 포함됐다고 보도했고, 이 씨 측이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외국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사임 압력과 빗발치는 비난 속에 의혹 부인 및 해명, 그리고 모르쇠까지 다양한 반응이 어지럽다.

당사자의 입장을 받아들여야 할 부분도, 사실 관계를 바로잡아야 할 부분도 있겠으나 다시 한번 확인하는 건 권력과 부패가 동전의 양면이란 사실이다. 탐욕으로 채워진 꿀단지는 반드시 깨지기 마련이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