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공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전 세계 항공산업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음은 익히 알려져 있다. 국내 항공사도 재무적 어려움이 가중돼 항공사 간 통폐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 1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발표했으며 지난 1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 합병 신고서를 접수했다. 공정위는 ‘기업 결합에 대한 경제적 분석’ 용역을 의뢰해 둔 상황이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인수합병은 기정사실처럼 되고 있다.
오는 7월 이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면 두 항공사의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ow-cost carrier, LCC) 3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 논의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전 세계 7위 수준의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가 탄생한다. 진에어 부산에어 에어서울 3사가 통합되면 59기의 항공기와 3835명을 고용한 동북아 최대 저비용항공사가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11월 16일 브리핑을 통해 통합 FSC는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통합 LCC는 지방 공항을 기반으로 영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대한항공은 통합 LCC 본사를 부산으로 하는 것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울경이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따라 통합법인의 허브공항이 김해공항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선이든 국제선이든 항공수요는 폭락했다. 국제항공운송 협회에 따르면 항공수요의 회복은 2024년 이후에나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여객 킬로미터 순위는 세계 13위이며,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연평균 12.2% 성장했다. 일본과의 외교분쟁이 있었던 2019년,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수요의 폭락이 있은 2020년을 제외하면 국제항공 수요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여객 수 기준으로 국내 여객은 2010∼2019년 연평균 5.6% 상승했으나 국제여객은 2010∼2019년 연평균 9.5%, 2015∼2019년엔 연평균 10.1% 성장했다. 저비용 항공사의 경우 2010년 13.2%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2020년엔 LCC 여객 점유율이 61.7%에 이르렀다. 2010~2019년 저비용항공사들의 연평균 여객상승률이 45.2%에 이른다. 여객상승률의 대부분을 저비용항공사들이 점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별로 우리나라 여객운송 순위를 살펴보면 2019년 현재 미국을 제외하면 10위 안에 들어가는 모든 국가는 동북아와 동남아 국가들이다. 2019년 여객 수 기준 일본이 20.9%, 중국이 20.4%로 압도적으로 높다. 그 외 한국 수출 3위국이 된 베트남과의 여객운송은 2017년엔 전년 대비 48.2%, 2018년엔 전년 대비 41.7%, 2019년엔 22.9%가 증가했다. 그 외에도 태국 대만 필리핀 홍콩이 뒤따른다. 여객운송 10대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하면 모두 저비용항공사들의 도시 간(point-to-point) 취항이 가능한 범위다.
김해공항-동남권 신공항을 허브공항으로 갖는 대형 저비용항공사의 존재는 항공운항산업만이 아니라 동남권의 미래산업인 항공정비산업(항공MRO산업), 항공기 부품제조산업의 동반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항공정비산업은 일정한 정비수요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으며, 기술력이 갖춰진 정비인력의 존재, 공항 배후지의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으면 타국적 항공사의 정비수요도 충족시킬 수 있다. 정비수요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부품 수요도 증가시킨다. 동남권 항공산업 전체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계기라는 의미다.
김해공항이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허브공항이 되면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운운하던 자’들의 목소리는 쏙 들어갈 것이다. 동북·동남아시아 주요 도시들 간의 항공수요를 동남권 신공항으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동남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외국인노동자들의 유입 증대, 동아시아의 문화적 주도자로서의 한국의 위상의 강화, 동남아시아로의 생산기지 확대 등이 연동되어 김해공항-동남권 신공항은 더 활성화할 것이다. 김해공항이 통합 저비용항공사의 허브공항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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