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나기’라고 해야 겠다. 코로나19를 물리치려면 올 겨울을 무사히 넘겨야 하는데, 그 일차적 관문이 내달 3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무사 통과여서다. 그런데 이를 장담할 수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 추세인 데다, 다수의 감염원이 학생이어서 더욱 걱정스럽다. 2주 남은 ‘수능특별방역주간’이 정말 특별한 이유다. 무사한 ‘겨울나기’, 나아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코로나19나기’는 ‘수능나기’에서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상황은 사실상 벼랑 끝이나 다름없다. 19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보다 30명 늘어난 343명으로, 지난 8월 말 이후 가장 많다. 서울·경기·인천·광주와 강원 일부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했다. 실내 체류시간이 늘어나는 겨울의 특성상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언제 400, 500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지 모른다. 게다가 신규 확진자의 다수가 학생이다. 지난 18일 오후 4시 이후 경남에서 창원 12명, 진주 2명, 하동 2명 등 모두 16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창원 2명을 제외하곤 모든 감염원이 학생과 관련돼 있다. 강원도 춘천과 강릉에서 19일 확진된 4명도 마찬가지다. ‘수능특별방역주간’이 살얼음판이다.

교육부는 19일부터 교육청, 지자체와 합동으로 방역 점검에 들어갔다. 학원, 교습소, 스터디카페 등 학생과 관련된 모든 시설이 대상이다. 오는 26일부터는 고등학교와 수능 고사장으로 쓰이는 초·중학교, 고3학생이 다니는 학원 등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다. 확진 수험생 120명, 자가격리자 3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별도 시험공간도 마련했다. 수용인원 초과에 대비해 시험 당일 증상이 있는 수험생을 위한 별도 시험실도 확보했다고 한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수능 연기는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당연하다. 엄청난 연쇄 혼란이 불가피한 수능 연기는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그건 49만여 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전 국민의 바람이다.

우려스러운 건 갈수록 커져가는 코로나19에 대한 체념의식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팀이 지난 6~8일 전국 성인남녀 107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감염이 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46%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조사 때보다 8% 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해 못할 상황은 아니다. 극심한 생활고, 감염원을 알 수 없는 ‘n차 감염’의 증가, 기약 없는 백신 개발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가 체념하는 순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 게다. 그 순간 우리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될 터이다. 그러기에는 외줄을 타듯 어렵게 버텨온 지난 세월이 너무 눈물겹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애처롭지 않은가. 하여, “수능 연기는 없다”는 유 장관의 다짐을 되새기길 바란다. 무사한 ‘수능나기’는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