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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북악산 철문 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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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 재위(1674~1720) 때부터 정조 치세(1776~1800)에 이르는 120여 년간은 우리 문화사에서 가장 빛나는 시대였다.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조선만의 고유한 문화를 가꾸었던 ‘한반도판 르네상스’로, 이른바 ‘진경(眞景)시대’다. 그 시대를 이끈 주역은 문인이자 서예가인 김창흡(1653~1722), 화가 정선(1676~1759), 시인 이병연(1671~1751) 등이다.

그들의 주요 활동무대는 백악산(白岳山)으로도 불리는 북악산(北岳山)이다. 모두 북악산 기슭에서 살았는데, 이병연은 아예 자신의 호를 백악하(白嶽下)라고 짓기도 했다. ‘백악산 아래 문주(文酒) 여니/제공(諸公)은 모두 머리가 희끗희끗하구나/(중략)/고금의 일이 모두 강론과 토론에 돌아가고/담변(談辯)은 넓고 넓도다’. 이병연의 집에 모여 시회(詩會)를 열며 고금의 문학과 역사, 철학을 논하던 한 장면이 시로도 남아 있다. 북악산은 진경문화운동의 메카였던 셈이다.

세종로 네거리 부근에서 바라보는 북악산은 하얀 연꽃 봉오리를 닮았다. 정선은 이 모습을 가로 23.7cm,세로 25.1㎝의 화선지에 ‘백악산’이란 제목의 그림으로 담아냈다. 상봉에 가까운 동쪽 기슭에 거북 머리처럼 우뚝 솟은 북악산의 명물 ‘비둘기바위’가 특히 인상적이다. 이 그림에는 북악산의 진경이 오롯하다. 북악산 아래 순화방(順化坊·현 종로구)에서 나고 자라며 숨 쉬듯 산을 세밀히 관찰한 결과다.

출입이 제한된 북악산 북측 지역이 1일 시민에게 개방됐다. 개방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굳게 닫힌 북악산 철문을 직접 열었다. 1968년 1월, 북한 무장 간첩들이 청와대 기습을 시도한 ‘김신조 사건’으로 폐쇄된지 5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의 철문 개방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2017년 했던 “북악산, 인왕산을 전면 개방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의 실천이다. 이로써 진경문화운동의 산실인 북악산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다.

북악산 철문을 열듯, 검찰개혁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마음의 문을 열어주길 바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한 평검사를 “이렇게 커밍아웃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며 ‘좌표 찍기’를 한 데 대한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230여 명이 동료의 비판을 지지하는 등 ‘검란(檢亂)’ 조짐마저 보인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살아있는 권력’도 소신껏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에 있다. 정부가 그런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우뚝 솟은 북악산 같은 검찰개혁의 진경을 보고 싶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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