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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마스크에 가려진 마음 전해질까 /차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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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0-29 19:19:4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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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오가는 것도 혼자였고 친구를 만나는 것도 잦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플라워디자인을 가르치면서 조심스럽지만 나의 일상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것은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더 커져가는 아쉬움 같은 것이었다. 이것이 ‘코로나 블루’라는 것일까?

마스크는 손바닥만 하지만 사람의 얼굴을 반 이상 덮어 버린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가리는 일이다. 얼굴에 담긴 눈, 코 그리고 입과 두 뺨의 근육들이 움직이면서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름다운 꽃을 보며 서서히 번져나가는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 두 팔이 묶인 사람의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처럼 어색한 일이었다.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슬픔의 이유였다.

꽃을 보면 반사적으로 짓게 된다는 미소가 있다. 이것을 프랑스의 신경심리학자 기욤 뒤센이 발견했다고 하여 ‘뒤센 미소’라고 부른다. 과학자는 사람의 다양한 표정을 연구하다가 그 가운데 가장 행복할 때 짓게 되는 미소를 발견하게 된다. 이 행복함이 드러나는 사람의 얼굴은 인종과 문화의 차이에 상관없이 모두 같다. 입술 양끝이 위로 올라가면서 광대뼈가 살짝 올라간다. 동시에 눈꺼풀이 내려가면서 눈꼬리에 주름이 생기는데 소리내지 않고 웃는 작은 웃음이라고 설명한다. 누구나 꽃을 보면 미소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미소를 띄운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꽃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의 미소를 보며 내 삶의 이유를 찾았던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영혼에서 피어나는 찰나의 꽃이었다.

나에게 있어 꽃은 삶을 이끌어 가는 긍정적인 힘의 원천이다. 안데르센이 자신의 가난한 어린 시절이 없었다면 성냥팔이 소녀라는 작품을 쓸 수 없었을 것이고 조앤롤링은 인생의 바닥이 있었기에 해리포터라는 작품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들에게 고통이 도약의 발판이 된 것은 내면에 굳게 자리잡은 긍정적인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크고 작은 시련 속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은 아주 작은 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피었다가 사라지는 꽃을 들여다보는 일은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려주는 내면의 보물지도를 보는 일과 같다.

내게 있어 꽃은 커다란 위로였다. 아름다운 꽃은 슬픔이 가득했던 나의 얼굴에 '뒤센미소'를 만들어내기 위한 근육을 사용하게 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나의 뇌에 희망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나는 마스크에 가려진 사람들의 표정을 읽기 위해 더 열심히 눈동자를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마음의 창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꽃을 꽂는 동작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하는 순간만이라도 동작을 멈추고 눈을 바라보려고 다가갔다. 반가운 두 손을 잡을 수 없고 토닥이며 안을 수도 없어 여전히 멈칫, 멈칫. 감성과 이성이 충돌했다. 내 마음에 세워진 투명한 바리게이드 앞에서 멈춰서야만 했다. 그럴수록 더 크게 눈을 뜨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운이 빠지려고 하면 더 크게 “잘 지내셨어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라고 마스크에 가려진 내 입의 모양이 보이지 않아도 전해질 수 있도록 눈을 맞추며 말했다. 마치 고양이들의 대화처럼. 눈을 깜박이며 상대에게 자신을 알리는 방법처럼.

그러자 깜박깜박 나의 뇌에서 기분 좋은 전류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비록 표정은 마스크에 덮여 있다 할지라도 적어도 나의 눈빛은 전할 수 있었다. 나는 42개의 얼굴근육이 만들어 내는 가장 행복한 미소, ‘뒤센 미소’를 짓고 있었다. 꽃을 보고 있어서인지 인사를 나눈 사람들의 눈을 보아서인지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 그 둘은 이미 하나가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악수 대신 주먹을 부딪는 것도 좋고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드는 것도 좋다. 그리고 잠시, 따뜻한 눈빛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누구든 먼저 시작하면 좋겠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질 수 있도록. 가장 행복한 미소가 투명한 가을 빛처럼 눈부시게 번져 나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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