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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여기서부터 달 꼭대기와 그 뒤쪽까지 /장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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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0-18 19:34:3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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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었다. 근처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우리 집으로 모였다. ‘내가 언제 결혼할 것인가?’가 화두였다. 명절만 되면 어김없이 듣는 말이다. 그 와중에 누군가가 저출산으로 인해 산후조리원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며 울상을 지었는데 그 불똥이 내게 튀고 말았다. 화살이 내게로 꽂힌 것이다.

요지는 출산율이 감소하는 데 한몫 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거였다.

“지난 2분기 부산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가 0.8명도 안 된다”(8월 26일 국제신문)는 기사를 읽었고 조리원의 산모가 1명일 때도 있었다는 말까지 들으니 심각성을 실감케 했다.

그렇다고 불똥이 내게 튀다니…. 아이가 셋이나 있는, 같은 또래 사촌과 비교 대상마저 됐다.

언제는 네 마음껏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라며 포기인 듯 포기 아닌, 포기 같은 걸 하지 않았던가. 어제 한 말 다르고, 오늘 한 말 다르다. 결혼을 안 했을 뿐인데 나는 ‘비애국자’가 돼 버렸다. 정말 생경한 풍경이다.

썰물 빠지듯 한꺼번에 가족들이 우르르 빠져나간 자리는 설거지 그릇들만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비애국자는 설거지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무상무념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을 즈음 돌리 파튼(Dolly Parton)의 ‘여기서부터 달의 꼭대기와 그 뒤쪽까지’(From Here to the Moon and Back) 노래가 흘러나온다.

“‘나는 당신을 이만큼 사랑해’라고 말하면서 당신을 품에 안을 수 있어요. / 당신을 위한 나의 사랑의 숨결과 깊이를 증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그리고 멀리 가야 하나요? / 여기서부터 달의 꼭대기와 그 뒤쪽까지 / 이 세상에서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누가 또 있을까요?’ 사랑을 노래하는 돌리 파튼의 목소리가 너무 애잔했다. 무상무념을 뚫고 축축한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내가 쓴 소설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그때 예비 신부가 말했다. “선생님은 참 여성스럽고 손재주도 뛰어난데 왜 결혼을 안 하세요? 맞선은 본 적이 있으세요? TV에서 비혼식 하는 걸 봤는데 혹시 선생님도 비혼주의세요?” 수강생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마치 오늘 점심 뭐 드셨어요? 아메리카노 좋아하세요, 라떼 좋아하세요? 라고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는 것 같은 질문이었다. 훅 들어오는 기분이다. “무슨 무슨 주의라고 붙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죠. 뭐 좋은 사람 있으면 할 수도 있겠죠. 아무튼 험난한 세상에 자기 짝을 만났다니 축하해요.” 결혼도 그랬다. 결혼을 해야 된다, 안 해도 된다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다. 개인의 선택이자 취향 문제로 생각했다.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과 어느 정도 결별을 선언한 나였다.

나 역시도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자 취향 문제로 생각했다.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과 어느 정도 결별을 선언하고 싶었다. 어쩌다 보니 소설 속 여주인공 말처럼 그냥 그렇게 된 거였다.

그러고 보면 ‘여기서부터 달의 꼭대기와 그 뒤쪽까지’, 멀리 갈 수 있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나 말고 누가 또 있느냐고 소리쳐 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웬걸,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돌리 파튼의 목소리가 너무 애잔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메리카노 좋아하세요, 라떼 좋아하세요? 라고 묻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훅 들어 온 누군가의 말 때문이었을까.

비단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결혼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애국자’와 ‘비애국자’로 구분되어진다는 사실이 웃픈 건지도 모른다. 구분 짓는 순간 구별되어지는 것이다. 결혼만이 사랑의 종착역은 아니다. 사랑의 종류도 다양한 만큼 배려받기를 바란다.

어떤 사랑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계절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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