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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작품을 ‘감상한다’는 의미 /배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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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0-08 19:52:4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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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에 있는 미술관 ‘아트인스티튜트’에서 두 명의 수녀가 관람객들에게 다가가 느닷없이 마이크를 들이대고 다음 질문을 한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고든 퀸 감독의 1968년 다큐멘터리 영화 ‘수녀님들이 물었습니다’는 시종일관 이 질문과 대답으로만 화면이 채워진다. 행복은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수녀들은 평범한 사람이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는 장소인 슈퍼마켓·미술관과 교회 앞에서 이 당연한 권리에 대해 질문한다. 작품 감상하며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은 사람 중 일부는 행복하다고, 또 다른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마치 장을 보고 기도를 하는 것처럼,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는 당장 행복을 느끼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시나브로 행복을 쌓아가는 중요하면서도 보편적인 일상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에 점점 무감각해지고 심지어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느닷없이 찾아온 코로나19는 마치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경고라도 하듯 일상을 정지시켜 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대가치고는 가혹하지만, 삶과 내 자신에게 그냥 지나쳤던 일상을 돌아보게 하고 그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우리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는 미술작품의 가치를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도 이 중 하나여서, ‘거리두기’ 지침으로 인해 쉽게 미술관을 찾아 작품 감상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표현된 상식적이고 선한 보편적 가치를 펼쳐놓아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공유하여 그들의 행복 추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미술관의 역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가 팬데믹의 위기 상황에 처하니 더욱 분명해진다.

코로나 위기로 주인을 잃고 방황하는 미술관은 물리적 제약의 한계를 극복하여 대중에게 다가갈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웹사이트나 SNS·VR 전문채널을 통해 전시나 작품과 관련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아날로그 미술공간을 대체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이 일시적 대안이 될지 혹은 계속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지만, 디지털시대에 미술 감상과 작품 판매에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작품을 목전에 두고 응시하는 한 개인이 드러내는 내면의 공감과 외형적 행태는 단순히 ‘작품을 본다’는 것으로만 설명하기 힘들다. 이런 면에서 유감스럽게도 온라인 전시는 오감이 작동되면서 자기 자신과 만나는 몰입의 경지를 제공하는 미술관을 대신할 수 없다. 전시장면이나 작품 이미지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낸다고 해도 작품 감상으로부터 얻어지는 가슴 벅찬 강렬한 에너지를 결코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런던에 있는 서펜타인 갤러리가 K-POP그룹 방탄소년단과 함께 한 ‘카타르시스’라는 제목의 자연 세계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전시는 세간의 주목을 끌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이념이 무엇이었든 간에, 개념미술가 박이소의 ‘우리는 행복해요’를 보면서 나의 행복지수를 가늠해보는 가슴 먹먹한 경험을 온라인 화면이 대신할 수는 없다. ‘빛이 어둠을 이기고 침묵이 소리를 이긴다’는 단순한 진리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이 만들어 놓은 나오시마의 ‘미나미데라’를 관람하지 않고는 알 방도가 없다.

다시 고든 퀸의 다큐멘터리로 돌아가서 수녀를 대신해 내가 질문한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행복으로 다가가려는 순수하고 소소한 희망이 우리에게 아직 남아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원할 때 아무런 제약 없이 미술관에 있을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기도하듯이, 또 밥을 먹듯이 작품을 감상하고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에 공감해야 한다. 디지털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녹아든 현실 공간에서 작가와 작품에 감사하면서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제주도 성산 ‘지니어스 로사이’에 가서 미디어 작가 문경원이 적막의 고요 속에 심어 놓은 ‘Diary’ 나무를 또 만나고 싶다. 새싹이 돋아나고 자라서 꽃으로 만개하고 또 시들어 떨어지는 지난한 삶의 과정을 올올이 써 내려간 ‘나의’ 일기를 마주하고 지금이 바로 행복한 순간임을 확신하고 싶다. 하늘은 청명하고 훈훈한 공기가 나를 감싸는 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미술관으로 향하는 일상을 기대해본다.

갤러리이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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