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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그레타와 삐삐의 이타주의적 정의 /황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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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9-15 19:32:5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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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중학생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무단 결석하며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환경을 위한 휴학”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런 그레타가 지난 2년간 전 세계 학생들로부터 동맹휴학을 끌어내고 세계경제회의, 유럽의회, UN을 위시한 주요 기구와 수많은 나라에서 정치 지도자를 만나 지구환경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 줄이기를 촉구했다.

2019년 UN의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그레타의 절규는 세계인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아직도 당신들은 희망을 기대하며 우리 청년들에게 오셨나요?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요? 당신들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도둑질했습니다.…사람들은 고통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하는 모든 이야기는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 신화에 관한 것뿐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습니까?”

어떻게 10대 소녀가 무단 결석까지 하며 지구환경을 위한 1인 시위를 생각해내고,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 지구를 살려내라고, 청소년의 꿈을 빼앗지 말라고, 저렇게 당돌하고 당당히 부르짖는가? 어떻게 부모와 교사들은 주저하지 않고 그레타를 응원하고 지지할까?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스웨덴 사회에서는 가능할까? 정말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파격은 여러 분야에 존재한다. 최근 스웨덴 최고 제철기업인 SSAB는 광산업체 LKAB, 전력회사 Vattenfall과 함께 세계 최초로 철을 생산하는 모든 과정에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화석연료제로철’을 생산하겠다고 했다. SSAB는 스웨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큰 기업이다. LKAB는 디젤이 아닌 신재생 연료로 채광하고, SSAB는 코크스 대신 수소가스로 제련하고, 수소가스는 Vattenfall이 생산·공급한다는 것이다. 2026년 세계 시장에 이 새로운 철을 내놓고 2035년 대량 생산한다는 것이다. SSAB 사장은 ‘현재 환경에 치명적인 철 생산은 미래에도 필요한 산업이므로 지금과 같은 환경위기 시대에 오히려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참으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전 스웨덴 수상 올로프 팔메는 1968년 2월 교육부 장관 시절 북베트남 대사와 함께 미국의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횃불시위를 하고, 수상 재직 때 라디오 인터뷰에서 1972년 연말 미국의 베트남 하노이 융단폭격을 반인도적 범죄와 관련된 세계 여러 장소에 비유하며 한 나라 국민을 무력으로 복종시키려는 고문이며 테러폭격이라고 세계에 선언했다. 닉슨 미국 대통령은 즉시 스웨덴과 단교했다. 북유럽의 이 조그만 나라가 무슨 배포로 경제·외교적으로 커다란 불이익을 무릅쓰며 제 3세계의 대변인, 국제 질서의 양심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대단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스웨덴에는 ‘네가 무엇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지 마라’는 절대적 자제와 절제를 요구하는 사회 불문율인 ‘얀테법칙’이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파격이 지속될까? 필자는 이런 파격의 근원을 1945년 나온 Pippi Langstrump (삐삐 롱스타킹) 에서 찾고 싶다. 어린 여자아이 삐삐는 무지무지한 힘으로 당시의 학교, 경찰, 기성세대, 가부장제 등 모든 기득권에 반기를 들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며 친구들의 지지를 끌어낸다. 삐삐는 이후 스웨덴 가부장제 및 세대 간 불평등 철폐와 여성해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얀테법칙의 틀도 필요에 따라 허물어야 된다고 인식하게 했을 것이다.

삐삐에서 그레타에 이르는 스웨덴의 파격을 잘 보면 이타주의적 정의가 핵심으로 연결돼 있다. 최근 한국의 의료계 집단적 이기주의와 정반대다. 지구환경과 생태계 복원, 제 3세계와 호혜 평등 국제질서, 성 평등과 사회적 평등에 대한 신념이 이런 파격을 꿰고 있다. 이런 이타주의적 정의가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전교 1등 해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게 아니라 ‘공부 해서 남 주자’는 말처럼 좀 더 나은 인류사회를 위해 좋은 머리를 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결국 우리 사회가 가정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인 생각이 싹 트고, 자라고 열매 맺도록 관용적이고 지지하는 환경이 돼야 할 것이다.

전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스톡홀름대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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