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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내 몸 안의 우주 /김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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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7-27 19:30:5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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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 은행’ 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이런 말을 듣는다면, ‘대변’에 내가 아는 것 외에 다른 뜻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대변’은 당신이 아는 그 대변이다. 최근 장내 미생물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대변 수집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치료제로 쓰는 것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우리 장 속에는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세포 수보다도 더 많은 수의 미생물이 산다. 장내 미생물 수는 약 100조 개 이상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인구의 만 배 이상이나 된다. 우리 몸은 바로 이 미생물들의 우주인 것이다. 이 우주는 어느 날 갑자기 생성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또한 출산 때 산도를 거치면서부터 형성된다.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우리가 먹어온 음식, 자고 일어나는 수면습관, 매일 매일의 활동량, 심지어 즐겁거나 짜증내거나 불안해하는 감정에 의해 변화되고 그 상태에 가장 적절한 균형을 이뤄 구성된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부터다. 이렇게 생성된 우주는 웬만해선 그 균형이 깨어지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내 안의 장내 미생물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이 장내 미생물이 나를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나의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여 고치고자 해도, 그것이 내 생각만으로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식단 조절을 했다면 그 사람은 바꾼 식단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 사람은 그리 오래 식단 변화를 지속하지 못한다. 평소 먹던 음식이 어마어마하게 먹고 싶게 되기 때문이다. 평소 먹던 음식에 최적화된 100조 개 이상 장내 미생물의 저항을 받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내가 먹고 싶은 것인지 내 안의 미생물이 그것을 원해서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만약 식단 조절을 하기 전 평생 그러한 식단으로 살아온 사람의 장내 미생물로 내 장을 꽉 채워놓는다면 어떨까? 식단을 바꿔도 이전에 먹던 음식이 그다지 그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만뿐만 아니라. 현재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진 질환은 굉장히 많다. 과민성 대장염, 류마티즘이나 천식 또는 아토피, 우울증 심지어 암이나 치매와도 관련성이 밝혀지고 있다. 앞서 예를 든 것처럼 날씬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해 비만한 사람의 체중이 빠지는 것을 보여준 것과 같이, 관련 질환을 대변 이식으로 치료에 성공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 때문에 요즘 건강기능식품으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매우 높다. 많은 환자가 프로바이오틱스를 이미 복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에게 유해균이나 유익균으로 알려진 균주는 아직 몇 가지 되지 않는다. 또한 어떤 균주가 유익할 것인지 유해할 것인지는 그 균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장내 미생물 구성 비율이나 다양성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그렇기에 유익균으로 구성된 프로바이오틱스가 우리가 원하는 임상 증상의 호전을 보여준다는 연구도 많지만, 의외로 효과가 없더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 아직 우리가 이 복잡한 미생물의 생태계와 우주의 균형을 다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질환 치료를 위해 특정 균주를 사용하는 것보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 균형을 가진 사람의 대변을 이식한 경우에 결과가 더 좋게 나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변은행’의 목적은 건강한 장내 미생물의 상태란 어떤 것인지 규명하고, 질환별로 장내 미생물 구성의 특징은 무엇인지 밝혀내는 것이다. 그것을 분명히 알게 되면 대변 이식이 아닌 각 질환에 특화된 특정 미생물로 구성된 약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우울증 치료를 위해 평생 행복하게 살아온 사람의 대변을 수집하는 광고를 지하철이나 신문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몸 안에서는 순간순간 우리 선택에 따라 새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우주가 있다.

고신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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