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기고] 더 힘들고 연약한 우리 아이를 위하여 /여승수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02 19:09:56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모든 일상에 코로나19가 붙어 다니는 ‘특별한’ 봄을 맞고 있다. 여느 때라면 봄꽃 소식에 설레고, 미뤄뒀던 나들이도 꿈꿔 보겠지만 온 나라가 코로나 걱정과 우려로 계절을 잊은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눈 뜨고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고, 길거리에 인파도 줄고, 가급적 대면을 피하고자 행사와 모임을 취소하는 등 평범한 삶의 고마움을 느낄 정도이다.

특히 아이들의 생활은 코로나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어김없던 개학이 여러 차례 연기되는가 하면,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를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졌다.

저소득가정 어린이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하다. 방역물품을 구하는 것조차 힘겹고, 다니던 지역아동센터마저 문을 닫아 좁은 집 안에서만 갇혀 생활해야 한다. 가정 돌봄이 어려워 센터를 이용해야 했던 아이들이었는데 보호 외에도 끼니 해결 문제까지 안고 있는 지경에 놓여, 지금 상황은 어린이 성장과 발달이 멈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두 아이를 키우며 하반신 마비인 아빠를 대신해 일용직으로 일하던 엄마가 쓴 편지를 받았다. 코로나로 갑자기 일자리가 없어지고, 수입도 끊기고, 도움받을 곳도 없이 남편의 밀린 치료비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는 딱한 사정이 담겨 있었다. 급히 긴급생계비를 지원해 급한 불은 끌 수 있었지만, 생계 걱정보다 준비도 안 된 채 곧 학교를 보내야 하는 두 아이를 걱정하는 말에 절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런 가정이 이뿐이겠는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어 하루하루 고비를 넘기며 지내고 있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며칠 전 마스크, 손 소독제가 든 ‘안심키트’와 식료품이 담긴 ‘결식예방박스’를 들고 두 아이 집을 찾았다. 한 아이는 연로하신 조부모까지 다섯 식구가 몇 평 안 되는 좁은 집에서 함께 살고, 모든 생계가 전통시장 모서리 공간을 얻어 장사를 하는 아빠의 어깨에 걸려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하루 만 원 벌이도 힘들어 주 3회 투석을 받아야 하는 엄마와 집에서만 보내야 하는 아이의 하루는 길고 힘들게만 보였다. 역시 형편이 좋지 않아 곧 반지하로 이사간다는 또 다른 한 가정의 아이는 유일하게 센터에서 보내는 시간을 기다리는 지적장애 아동이었으나 집에만 있다 보니 낯선 사람의 방문에도 경계심보다 반가움으로 맞아주었다.

두 아이 사례처럼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는 아동이 부산에만 5000여 명에 이른다. 좀 확대해서 아동수급자 수로 보면, 3만 명에 이르는데, 코로나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 아이들의 생활 교육 발달이 ‘멈춤’상태라는 뜻도 될 것이다. 일상의 관계 단절에 감염에 대한 불안과 격리에 대한 소외감이 겹쳐 우울을 동반한 심리 문제도 우려된다.

눈에 안 보이는 감염병에 맞서 싸우는 이 상황을 ‘국가적 재난’이라 칭하는 사람도 많다. 코로나 실직, 가계수입 급감 등으로 생계 위협을 받는 가정이 늘고, 그 안에서 고통을 겪는 아동과 그 가족의 어려움은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런 감염병에 따른 재난상황에서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은 바로 아동이다. 어린이는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 어른보다 훨씬 취약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동은 우리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우리의 기대주 아닌가.

다행스럽게 어려울 때일수록 극복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이웃임을 실감한다. 기업 단체 연예인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마스크 천사와 같은 미담의 주인공도 속속 알려진다. 필자가 일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도 아동을 위한 안심키트와 긴급 생계비 지원 등을 위한 시민 참여가 이어지고 있어, 우울함 속에서도 봄 새싹 같은 아이들 미소를 떠올리게 해준다.

모두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는 결코 사람들 가슴속에서 꺼낸 희망백신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그 백신이 우리 아이도 지켜주기 바란다. 코로나가 떠난 자리에 ‘힘내라! 불끈불끈 바이러스’가 온 세상에 채워지기 바란다. 왠지 올핸 평범하고도 따뜻한 봄날이 더 그립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르노삼성, 전직원 대상 희망퇴직
  2. 2검찰, 경찰서류 오탈자에 잇단 시정 요구…수사권 조정 트집?
  3. 3고성보건소 근무시간 직원들 소장 생일파티
  4. 4납품계약 뒤집고 단가인상…대기업 쌍용양회 갑질
  5. 5기장 집값 상승률, 광역시 구·군 중 최고
  6. 6부산 KIOST(해양과학기술원) 핵심조직 세종행, 균형발전 ‘찬물’…해수부 ‘묵인’
  7. 7부산서 수소차 사면 최대 3450만 원 지원
  8. 8민주 34.5%, 국힘 29.9%…부울경 지지율 뒤집어졌다
  9. 9가덕 찾은 이낙연 "특별법 임시국회내 반드시 통과"
  10. 10 띠와 생년으로 확인하세요(2021년 1월 22일)
  1. 1민주 34.5%, 국힘 29.9%…부울경 지지율 뒤집어졌다
  2. 2여당 지도부 부산 보선 화력 지원…가덕도로 반전 노린다
  3. 3야당 당내 예비경선 9명 후보 등록
  4. 4야당 정진석 “단합·결속이 부산의 승리 비책”
  5. 5김영춘은 정책대결, 박인영은 親盧행보, 변성완은 출마시동
  6. 6박형준 “정치 우습게 보나” 전성하 “총선 책임론 없나” 설전
  7. 7한정애 “가덕신공항, 대기오염·물류비 줄이기 위해 필요”
  8. 8정의용 발탁 남북미 대화 복원 의지…親文 체제로 국정 강화
  9. 9국민의힘 유재중 전 의원 부산시장 보선 불출마
  10. 10“모든 아동학대 신고 경찰서장이 확인”
  1. 1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2. 2기재부 ‘자영업 손실보상제’ 난색에…정 총리 “법제화하라”
  3. 3연금 복권 720 제 38회
  4. 4청약 계약취소건 ‘줍줍’ 막는다…3월부터 지역 무주택자에 공급
  5. 5홈쿡족 늘자 프리미엄 오일·고급 조미료 잘 나간다
  6. 6주가지수- 2021년 1월 21일
  7. 7택배기사에 분류작업 못시킨다…심야배송도 제한
  8. 8다주택자 증여세 할증…정부, 과세 도입 검토
  9. 9삼진어묵, 저염으로 온라인 시장 공략
  10. 10크리에이터·화상회의 수요 겨냥 SSD 출시 경쟁
  1. 1 뇌경색증 김호철 씨
  2. 2고성보건소 근무시간 직원들 소장 생일파티
  3. 3창원월영 ‘마린애시앙’ 마지막 할인 분양
  4. 4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2일
  5. 5의인 이수현 씨 20주기…부산서 추모행사
  6. 6검찰, 경찰서류 오탈자에 잇단 시정 요구…수사권 조정 트집?
  7. 7백신접종센터, 기초단체당 1곳 이상 운영
  8. 8유튜버 산실 김해 ‘청년허브’ 3월 문연다
  9. 9하동군 출산장려금 상향…넷째 낳으면 3000만 원
  10. 10양산시, 장기간 방치 ‘웅상프라자’ 활용 방안 찾는다
  1. 1KBO 스프링캠프 코로나 음성 확인돼야 참가
  2. 2아이파크 내달 28일 이랜드와 홈 개막전
  3. 3박지성, 전북 행정가로 K리그 입성
  4. 4최준용이 ‘뒷문’ 닫고 한동희 ‘대포’로 끝낸다
  5. 5부산서 다시 뭉친 ‘강·정·현(강영웅 어정원 천지현)’…“신인돌풍 기대하세요”
  6. 6왕따주행 논란 김보름, 노선영에 2억 원 손배소
  7. 7개최냐 취소냐…도쿄올림픽 운명, 3월 IOC 총회 손에
  8. 8아이파크, 브루노 등 코치 4명 선임
  9. 9오죽했으면 대출받을까…거인 최악 ‘보릿고개’
  10. 10롯데 책임질 외인 3인방 입국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기고 [전체보기]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 응급외상시스템을 /이상현
수소경제가 답이다 /이수태
기자수첩 [전체보기]
문재인 대통령 ‘123분 신년회견’에 지역은 없었다 /정유선
비판에 귀 닫은 부산교육청…이 기사도 감출건가요? /김화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죽어야 태어나는 아이
간호사의 위상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불로초 감귤
북어보푸라기
사설 [전체보기]
새 질서 예고한 바이든…전방위적 변화 적극 대처해야
진통 끝 출범 공수처, 정치적 중립 확보에 미래 달렸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
코로나 봉쇄령 속에 맞은 연말연시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불멸의 연인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겨울나기
메리 크리스마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