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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일본음식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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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2-19 19:29:03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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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갈등의 모티프가 되고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은 ‘냄새’다. 기택(송강호 분) 가족은 온갖 조작으로 네 식구 모두 박 사장(이선균 분) 집에 취업하지만 몸에 밴 생활의 냄새는 숨기지 못한다. 박 사장 역시 피고용인인 기택 가족을 선의로 대하지만, 후각을 자극하는 ‘지하철 타는 사람들한테 나는 그 이상한’ 냄새만큼은 참을 수 없다. 냄새의 속성이 그렇다. 인간 관능으로 느끼는 거의 모든 걸 숨기거나 없애버릴 수 있는데 냄새는 그럴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는 그 자체로 계급이다. 계급 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고 그 경계를 넘지 않는 선에서 갈등은 관리된다. 그런데 냄새는 수시로 경계를 넘는다. 결국 선을 넘은 냄새로 갈등이 폭발하고 영화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일본음식은 냄새를 제거하는 대신 미학적 성취를 이뤘다.
냄새를 음식 영역에서 보면 매우 복합적인 성격을 갖는다. 음식의 98%는 수분과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고분자화합물로 이뤄졌는데 이는 맛과 아무 관계가 없다. 인간의 미각 후각 시각 등을 자극하는 건 저분자화합물의 역할이다. 인간은 불과 2%에 불과한 저분자화합물을 통해 음식을 평가하는 셈이다. 그중 결정적인 건 냄새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감칠맛 등 인간이 느끼는 다섯 가지 맛은 의외로 단조롭다. 이 단조로움에 다양성과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냄새다. 그래서 남다른 미각의 소유자는 냄새를 맡고 이를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음식에서 중요한 냄새를 통제해 미학적 성취를 이룬 음식이 일본음식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일본인의 뿌리 깊은 의식은 음식 냄새가 가진 휘발성을 철저히 거세했다. 1906년 청국장과 같은 낫토에서 발효에 관여하는 바실러스균만 별도로 추출해 냄새 없는 낫토를 만들었다. 일본 전국 기차역에서 3000여 종 이상 판매되는 에키벤 역시 휘발성을 철저히 제거한다. 기차 객실에서 아무리 많은 사람이 에키벤을 먹어도 음식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일본음식은 냄새의 휘발성을 없애는 대신 보여지는 것에 집중했다. 그릇과 음식의 조화, 식재료 본연의 색을 통한 계절감을 극대화해 미학적 성취를 이뤘다. 이런 미학적 성취는 세계인이 일본음식에 매료되는 중요한 이유이며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본 정부 행태는 그들 전통에 철저히 역행한다. 자국 항구에 정박한, 3711명이 승선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를 방치해 매일 수십 명의 감염자를 양산한다. 평생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고 교육받아온 그들이 지금은 국제적 민폐를 끼친다. 감추기에 급급할 뿐 어떤 대안도 못 보여준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아베 정권의 무능, 부도덕, 인권의식 부재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아름다운 나라 일본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지도자 잘못 뽑아 나라 꼴이 엉망이 된 적이 있는 이웃 나라 국민으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아 하는 소리다.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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