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오염수 처리를 ‘해양 방류’로 가닥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일본의 관련 전문가위원회가 제시한 해양 방류, 대기 방출, 두 가지 병행 등 안 중에서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원자력규제위원장이 25일 해양 방류가 가장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방사성 오염수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보 공유나 투명한 처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해 아베 총리로부터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할 용의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필요한 지적이긴 하나, 대재앙이 불 보듯 뻔한 해양 방류를 막아야 할 긴박한 상황에 정보 공유를 거론하는 데 머물러 자못 한가하게 느껴진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는 하루에 170ｔ씩 불어나 2022년 여름쯤이면 저장용량이 한계(137만ｔ)에 이르는데, 현재 117만ｔ가량 생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홍보하면서 ‘오염수’ 대신 ‘처리수’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 실제 세슘·스트론튬·트리튬(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 중 트리튬은 지금까지 전혀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 실상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오염수인 셈이다.

이런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베링해협→캐나다→미국→적도→필리핀→일본으로 퍼져나간다. 그 과정에서 일부 지류가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들어와 우리나라 어족자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전 세계에서 수산물이 수입되는 마당에 일본산 수산물만 먹지 않는다고 방사성 오염 피해를 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와 연대해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막는 데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는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안이다. 전 세계가 피해 대상 지역인 만큼 국제사회의 연대 명분 또한 충분하다. 다른 문제를 의식해 눈치 보거나 머뭇거리다 실기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