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고] 한·아세안회의 통역이 걱정이다 /김수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0-31 19:35:06
  •  |  본지 2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트라우마 같은 걱정거리가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 국가 정상 간 1 대 1 양자 회담을 할 때 통역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 회담의 경우 아세안 정상 대부분이 자국어로 대담하기 때문에, 자국민 가운데 한국어를 잘하는 통역을 대동해오고, 우리 측은 반대로 상대 아세안 국가의 언어에 능통한 통역자원을 배석시킨다. 문제는 아세안 국가 측이나 우리 측 모두 현실적으로 정상 회의 통역에 충분한 실력을 갖춘 인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양자 정상회의에서 협의, 합의, 제안되는 내용은 구속력 여부를 떠나 양국 정부가 신뢰를 걸고 이행해야 하는 중요성을 가지므로 경우에 따라 내용이 5%만 오역이 돼도 심각한 혼선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어 전문가인 필자가 지난 30여 년간 지켜본 한·인도네시아 정상회의에서 통역 만족도는 70~90%에 그쳤다. 다른 아세안 국가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런 현실이 지속되는 이유는 첫째, 외교부나 청와대 책임자가 아세안 국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역이 적합한 의미를 지닌 단어를 선별할 수 있는지, 문법에 맞는 격조 있는 문장을 구사하는지 등을 정확히 구분할 수 없어서다. 한마디로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둘째, 통역 요원이 스스로 부족함을 인지하고 사양하려 해도 아세안 측에서 영어를 원치 않으니 대안이 없는 경우도 있다. 셋째, 외교부나 청와대 인사가 누가 잘하는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야심가가 정상회담 통역을 개인의 스펙을 쌓는 기회로 여기고 인맥을 총동원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실력을 속이고 무리하게 자청하는 경우다. 의외로 이런 사례가 많았고, 가장 위험한 경우 중 하나다.

이번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통역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은 아세안을 파트너로 하는 신남방정책을 주요 국가정책으로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특수 외국어 통역 부실 문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은 2017년 5월 하순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로 문 대통령을 예방한 적이 있다. 당시 환담 자리에서 있어서는 안 될 해프닝이 발생했다. 필자가 대통령 통역을 중단시킨 일이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의 이야기를 한창 통역하는 사람을 중단시키는 일은 특별히 중대한 이유가 없으면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당시 통역은 너무나 중대한 실수를 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대북 정책 기조를 메가와티 전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대목이었는데, 정반대로 통역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결국 대통령의 양해를 구해 통역을 중단시킨 뒤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주었다.

국익과 직결되는 주요 내용이 논의되는 정상회담에서 양질의 통역은 성공과 직결된다. 이번 부산에서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도 통역 문제가 성공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우수한 통역관이 양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수 외국어 전문가 양성이 어려운 것은 아세안 국가의 통역관에게는 한국어가 너무 어렵고, 우리 통역관의 입장에서는 아세안 국가 언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고, 열심히 실력을 연마해도 영어 능통자보다 승진이나 보수 등의 면에서 차별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 군사력에 바탕을 둔 강성 파워(Hard Power)만으로는 국익 관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대화와 포용에 바탕을 둔 연성 파워(Soft Power)를 중시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세계 각 지역 특수 외국어 전문가를 대대적으로 양성하고 있고,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외교부와 청와대는 통역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무겁게 인식하고, 아세안 언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빈약한 인재 풀 가운데서나마 최고 실력자를 선발하는 일을 서두르기 바란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은 통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PO 사무총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춘절 지낸 중국 유학생·노동자 귀국…부산 대학가 등 ‘우한 폐렴’ 비상
  2. 2동부산 이케아 온다…롯데몰 웃고 가구업계 침울
  3. 3 코로나바이러스, 다양한 변이로 백신개발 어려워
  4. 4빈틈 많은 사전협상제 전면 보완해야
  5. 5중국 우한서 500만 명 탈출…6430명은 이미 한국 왔다
  6. 6얌체 주차 여행객에 몸살…삼락공원 주차장 결국 유료화
  7. 7설 연휴 마지막 날 역대급 겨울 비바람…험난한 귀갓길
  8. 8함양~울산고속도로 배내골IC 연말 개통
  9. 9무증상 입국 4번째 확진자(55세 한국인 남성), 공항도 병원도 못 걸러냈다
  10. 10주례 2구역 재개발조합 내홍, 결국 소송전 격화
  1. 1與 13번째 영입인사는 ‘사법농단 의혹 폭로’ 이수진 전 판사
  2. 2문 대통령 “중국 우한 지역 입국자 전수조사 추진하라”
  3. 3'우한폐렴' 총선 악재될까 정치권 긴급대응
  4. 4여당 ‘하위 20%’발표·야당 컷오프 논의…공천작업 속도낸다
  5. 5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6. 6여당 “민생법안 처리” 야권에 2월 임시국회 재요청
  7. 7안철수 “비대위원장직 달라”, 손학규에 사실상 당권 요구
  8. 8청와대 국민청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 20만 명 돌파
  9. 9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와대 국민 청원 32만 명 돌파
  10. 10부산 동래구 임시 청사 생활 시작…2022년 신청사 완공
  1. 1BPA, 대기질 측정장비 부산항 20곳에 설치
  2. 2‘펫팸족’ 잡아라…펫 사진 등록땐 금리 우대
  3. 3[증시 레이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 관련 사업 투자에 관심을
  4. 4대마도 ‘NO 재팬’ 여파 탈출 안간힘…60% 할인쿠폰으로 관광객 유치나서
  5. 5보금자리론 금리 2월부터 0.1%P 인상
  6. 6올 한해 여의도 9.5배 바다숲 조성한다
  7. 7부산~후쿠오카 취항 앞둔 ‘퀸비틀’호 승선권 예약
  8. 8사스 땐 GDP 성장 1%P 끌어내렸는데…복병 만난 한국경제
  9. 9국제유가·주가 급락…세계 금융시장도 요동
  10. 10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설 명절 '중남미 현장경영'
  1. 1원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의심환자 발생
  2. 2국내 ‘우한 폐렴’ 네번째 확진 … 우한 방문했던 50대 한국인 남성
  3. 3‘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 평택 거주 “이동 동선 역학조사 중”
  4. 4부울경 강풍 경보 사건사고 잇따라
  5. 5‘우한 폐렴’ 세 번째 확진환자, 명지병원서 격리 中
  6. 6김해공항, 강한 바람에 항공편 14편 결항
  7. 7송정 죽도공원서 포터 미끄러져 바닷가로 전도
  8. 8‘왕년의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
  9. 9박원순 시장, ‘우한 폐렴’ 관한 소신 밝혀…”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
  10. 10항공기상청 “제주공항에 윈드시어·강풍 특보 발효중”
  1. 1‘대한민국 사우디’ 1대0 한국 AFC U-23 우승…정태욱 헤딩골(경기종료)
  2. 2‘왕년의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
  3. 3‘정태욱 결승골’ 한국, 사우디 꺾고 AFC U-23 챔피언십 첫 우승
  4. 4한국 킥복싱 챔피언 진시준, 유럽 챔피언과 글로리 데뷔전 ‘세계 무대로 첫 발’
  5. 5나이키, 코비 브라이언트 추모 … “전세계 팬들과 함께 애도”
  6. 6NYT “코비 브라이언트,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
  7. 7한국, AFC U-23 챔피언십 우승컵 들어올려…”MVP 원두재·최고 골키퍼 송범근”
  8. 8코비 브라이언트 애도 NBA이어 KBL에서도 24초 8초 룰
  9. 9‘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 AFC U-23 최우수선수상(MVP)
  10. 10리버풀, 미나미노와 32강 경기 앞둔채 선발 공개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서독사람 동독사람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지금 부산 연극은 산소호흡기가 필요하다 /손병태
문학지 ‘허와 실’에서 살아남기 /배재경
기자수첩 [전체보기]
CES는 가전박람회? /정옥재
문닫는 소극장 막으려면 현장에 귀기울여야 /민경진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소프트 에듀케이션’ 대안 교육은 꿈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전통음악, 해설이 필요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파워 반도체 허브’ 부산 기대 /이석주
시대정신 檢개혁 누가 저항하나 /송진영
도청도설 [전체보기]
결혼 기피
올림픽 축구 애환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따끈한 쌀밥에는 명란젓
내겐 넘버원 대동할매국수
사설 [전체보기]
부산사회서비스원 치밀한 준비로 무산되는 일 없길
걷잡을 수 없는 우한 폐렴, 비상사태 대응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모두가 받고 싶은 성탄 선물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기생충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등 떠밀린 보수 통합 성공할까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겨울나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욕망
와인과 기다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격렬한 파도에 조선 정신을 담다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 청소년 남극 체험 선발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