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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추석 민심은 어디로 갈까 /염창현

연휴 여론수렴 나선 여야, 완전히 상반된 분석 내놔

남은 과제는 정치권의 몫…판단 실수는 내년 총선 때 회복 힘든 상처 줄 게 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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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와 농구시합을 보노라면 감독의 요청으로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수가 있다. 자주 관전을 하지 않은 이들은 어리둥절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경기의 한 부분이다. 이 종목에는 감독이 적절한 때에 일시 중단을 몇 차례 요청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한다. 흔히 ‘작전타임’이라 불린다. 새로운 지시를 내리거나 선수를 독려할 때 활용된다.

그러나 그보다는 소속 팀이 궁지에 처했을 때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불리한 경기 흐름을 일단 끊은 뒤 반전의 기회를 만들자는 목적에서다. 물론 김을 빼 상대방의 상승세를 꺾겠다는 복안도 들어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런 ‘작전타임’이 기업경영에도 유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적이 저조하거나 내부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한 번 쉬어감으로써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논리가 맞다면 이 원칙은 정치계에도 적용될 법하다. 올해 추석을 ‘여야의 작전타임’이라 규정할 수 있다면 말이다. 수세에 몰리는 듯했던 여당으로서는 반전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고 공세가 일단락된 야당은 전략 재수립의 시간을 갖게 된 셈이다. 돌이켜 보면 여야는 추석 전 정말 ‘살기등등’한 일전을 치렀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공방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치열했다. 후보자 청문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한 달여 정치권뿐 아니라 온 나라가 이 사안으로 시끄러웠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다행히(?) 이번 추석은 여야로 하여금 정쟁을 잠시 끊고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을 줬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당대표를 비롯해 자당 의원들을 대거 동원해 대대적인 민심잡기에 나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추석 연휴 중 두 차례나 1인 시위를 했다. 지역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지역 여야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지방의원들이 지지세력 확보에 동참했다.

이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여야의 이 같은 노력이 얼마나 주효했는지에 쏠린다. 양측은 저마다 정확한 민심을 확인했으며 그 방향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국민 관심은 오직 민생을 향했고 민생 먼저가 절대명령이었다”고 추석 민심 탐방 결과를 평가했다. 이어 검찰개혁 완수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대한 엄정 수사 촉구도 연휴 중 확인한 유권자의 염원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반해 한국당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낸다. 한국당은 어제 국회 앞에서 열린 ‘추석 민심 국민보고대회’에서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를 읽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같은 날 오후 ‘헌정 유린, 위선자 조국 사퇴 국민 서명운동 광화문 본부’ 개소식을 가졌다. 이는 ‘3대 투쟁(장외·원외·정책투쟁)’을 통해 끝까지 조 장관의 파면을 이끌어 내겠다던 황 대표의 지난 11일 대국민 담화문과 맥을 같이한다.
정치권의 대국민 활동을 나무라기는 힘든 일. 그렇지만 양측이 지지층 모으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보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소모적 정쟁을 딛고 민생경제에 매진할 때라는 민주당의 의제 설정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자화자찬식 발언은 뜬금없다. 올 8월 고용지표가 정부의 강력한 재정지원에 힘입어 다소 좋아졌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한국당의 집요한 ‘조국 공세’도 식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쳇말로 ‘기승전조국퇴진’이다. 현 정권의 목을 죄기에는 이만한 호재가 없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별다른 민생대책 제시조차 없이 여기에만 사활을 거는 한국당 역시 참 딱하다. 수권야당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민주당 지지도가 내려가도 그 파급효과가 한국당에 미치지 않는 이유다.

정확한 측정장치가 없는 까닭에 추석 민심이 어느 쪽을 향했는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연휴 중 마주한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을 통해 어느 정도 감을 잡았을 터다. 친한 사이끼리 괜한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직설적 의사 표현은 삼갔을지라도.

남은 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추석 민심이 자당에게 쏠렸다고 믿으며 자신만만해 하는 것은 자유 의사다. 또 연휴 중 ‘작전타임’을 통해 확실한 분위기 쇄신과 승기를 잡았다고 여긴다면 앞으로의 강약 조절 역시 스스로의 선택에 달렸다. 반면 그런 판단이 가져올 결과는 분명하게 다르기 마련이다. 이는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근데 뭐 어찌하겠는가. 참담한 패배를 안은 쪽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자신들의 무능함을 탓할 수밖에.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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