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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닭백숙과 와인…더위를 이기는 조합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07 19:36:39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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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 손잡고 찾아오는 여름. 올해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무더위란 덥고 습도 높은 날씨를 말하며 물을 끓인 것처럼 푹푹 찌듯 더워서 물더위로 부르다가 무더위가 됐다고 한다.
프랑스 루시옹의 뜨거운 햇볕 아래 익어가는 포도.
포도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기후 조건은 온도와 강수량이다. 포도 열매가 최적의 상태로 익으려면 열매가 익는 시기에 최소 1500시간의 일조량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서늘한 기후에서 레드 품종보다 화이트 품종이 더 많이 생산되는 이유는 화이트 품종이 서늘한 기후에 잘 자라기 때문이 아니라 껍질이 두꺼운 레드 품종보다 비교적 적은 일조량에도 빨리 익는 까닭이다.

포도가 잘 자라려면 연평균 강수량이 700㎜ 정도가 되어야 하지만 서늘한 기후에서는 이보다 적어도 괜찮다. 포도나무는 건조한 상태를 좋아하므로 어느 정도의 물 부족은 포도의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광합성을 하기 위해 최소한의 물은 반드시 필요하다. 가뭄이 잦은 지역에서는 높은 기온과 물 부족으로 포도 잎이 시들고 포도 알이 제대로 익지 못해 당분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해마다 안정적인 기후를 보이며 변화가 거의 없는 지역에서는 매년 일정한 품질의 와인이 생산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해마다 와인의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날씨 변화가 심한 유럽의 경우 포도가 생산된 연도를 말하는 ‘빈티지’가 와인 품질의 척도가 되는 이유이다. 무더운 여름이 있는 우리나라는 포도 생산에 좋은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태풍이나 여름철 집중호우가 포도 생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복 기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처럼 어김없이 찾아온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입맛도 잃고 건강도 잃기 쉬운 여름에는 수분과 비타민이 풍부한 제철 과일, 채소가 더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더위는 날리고 원기는 채워줄 보양식으로 닭백숙과 삼계탕도 좋다. 차가운 계곡 물에 담근 발이 시원하다 못해 시려질 때까지 물놀이를 하다가 지칠 때 시원한 나무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 보자. 커다란 솥에 삶아낸 닭백숙의 살을 발라내 소금에 찍어 리슬링 품종으로 만든 산도 높고 드라이한 화이트와인 한잔을 곁들일 수 있다면 이미 무더위는 저 멀리 도망쳐 버릴 것이다.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포도가 익을 무렵 포도의 산도는 점차 감소하고 당분이 축적되면서 화이트 품종은 노란색의 투명한 색깔이 되고 레드 품종은 붉은색으로 착색이 된다. 이 시기에 와인에서 가장 중요한 아로마가 서서히 증가하게 되고 서늘한 기후와 일교차가 클수록 고급스러운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포도가 만들어진다.
무더운 여름을 견디며 와인의 향기를 머금어 가는 포도처럼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관계를 개선할 지혜가 필요하다. 주변에 보면 식사나 대화 중 무심코 휴대전화를 보거나 딴짓을 하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일상적인 식사나 대화 중만이라도 자기 앞에 있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고 집중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조금만 견디고 관심을 두면 피워 오르게 될 인간관계의 아로마를 상상하면서….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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