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의 성지’ ‘부산 최대 쓰레기장’. 사교클럽도 아니고, 진짜 쓰레기장도 아니다. 부산의 랜드마크 광안대교가 가장 잘 보이는 해안 명소 ‘민락수변공원’이다. 무질서·불결·악취로 악명 높은 민락수변공원에 최근 부끄러운 별명이 하나 더 늘었다. ‘조명 없는 나이트클럽’이다. 여름이면 기승을 부리는 음주소란 행위와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관할 수영구가 이달부터 매일 0시에서 새벽 3시까지 가로등을 소등하고 있지만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술 마시기 더 좋은 환경이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가로등 소등 이후 민락수변공원의 사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즉석에서 만난 남녀가 돗자리를 깔고 앉아 회나 닭꼬치 등을 안주 삼아 밤새 술을 마시다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악습은 그대로다. 지난해 7, 8월 두 달간 수거한 쓰레기양이 전년(172ｔ)보다 10%가량 늘어난 189ｔ에 달했는데, 올해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로등이 꺼진 상태의 음주 환경을 더 즐기는 양상이어서다. 광안대교 경관 조명, 해운대 마린시티와 민락수변공원 뒤편 상가의 불빛 등을 새로운 조명으로 활용한다. 주점에서 쓰는 미러볼까지 등장한 데서는 소등을 환영하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공중도덕 파괴가 관습으로 자리잡은 민락수변공원은 시민의식 실종의 전시장이라 할 만하다. 민락수변공원에는 배설과 망각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여름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민락수변공원은 또렷이 기억한다. 아침이면 햇빛 아래 모습을 드러내는 마구 널브러진 쓰레기가 그 추악한 증거다. 가로등 소등을 틈타 도를 더해가는 파행과 광란은 민락수변공원 폐쇄라는 비극을 부를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수영구도 민락수변공원이 호안시설로 분류돼 취식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법적 한계 탓만 할 게 아니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분리수거를 하려는 시민이 있지만 쓰레기 수거용기가 종류별로 구분돼 있지 않아 쓰레기를 통째로 버리는 실태는 행정이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