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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그린벨트 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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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조선 시대에 금산(禁山)이란 제도가 있었다. 소나무가 울창한 송림 같은 특정지역을 지정해 벌목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위반자는 엄벌하는 규정까지 뒀다. 삼림 보호 등의 목적으로, 전국 대상지가 200여 곳에 이르렀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지금의 그린벨트(GB, 개발제한구역)인 셈이다.

GB는 도시 주변 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법적으로 규제하는 구역이다. 무분별한 도시 팽창을 막고 도시민에게 필요한 자연환경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애초에는 농사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것으로 영국에서 비롯됐다. 영국은 1938년 ‘그레이터 런던’ 지역에 최초로 GB를 설정한 데 이어 1947년 도시·농촌계획법을 제정해 전국으로 확대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서울 과밀화 억제와 대도시 인구분산책의 일환으로 논의되다가 1971년 7월 서울·경기권의 454.2㎢가 처음 GB로 지정되었다. 그해 12월에는 부산권의 1개 시, 3개 군, 1개 읍, 18개 면 지역도 두 번째로 GB 명단에 올랐다. 그렇게 1977년까지 8차례에 걸쳐 국내 주요 도시 외곽에 전 국토 5.45%의 땅이 GB로 묶였다.

꽉 닫혔던 GB 빗장이 서서히 열린 건 6공화국에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체육·휴식공간 조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전국 30곳의 그린벨트가 개발지로 바뀐 것이다. 이때부터 정부의 ‘GB 무조건 고수 원칙’이 무너지면서 ‘제한적 활용’으로 돌아섰다. 김대중 정부 때는 역대 최대 규모로 풀렸고, 이후 정권에서도 잇따라 해제됐다.

부산은 2002년부터 본격화됐는데, 지금까지 해제된 면적이 137.83㎢로 나타났다. 특히 GB 해제 총량제가 도입된 지 15년 만에 해당 면적(66.21㎢)의 90%가 소진됐다. 풀린 곳 대부분이 기장과 강서지역이고, 그 자리에는 주로 산업단지가 들어섰다. 강서만 해도 10차례 해제 중 9번이 산단으로 바뀌었다. 그러니 부산의 녹지대는 줄고 산단 수는 급격히 늘었다. 현재 완료된 산단이 23곳이고, 조성·계획 중인 것도 19곳에 이른다.

이쯤 되면, 과거처럼 부산에 산업용지가 부족해 기업 유치가 어렵다는 등의 얘기는 거의 없을 듯하다. 하지만 부산경제는 여전히 침체와 부진의 늪에 허덕이니, GB를 그렇게 많이 푼 효과가 과연 있는지 회의감이 든다. 그렇다고 고용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앞으로 산단을 얼마나 더 만들어야 지역경제가 좋아질지 모르겠다. 이제는 잔여 GB라도 잘 유지 관리하고, 산단 지상주의에서도 벗어나야 하지 싶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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