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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고등어의 역설 /장영수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26 19:30:38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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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고등어 산지 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고등어 위판이 불발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는 지난 17일 자 국제신문 보도가 있었다. 어시장 중도매인들이 휴일 경매를 거부하면서 고등어가 어선에 실린 상태로 시간만 지나다 보니 신선도는 점점 떨어지고 가격 보장도 장담할 수 없게 되자 냉가슴을 앓던 선주는 인근 어항 위판장으로 배를 돌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지금 국민생선 고등어가 아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고등어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서민들의 식탁에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 잡아 왔다. 맛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부산은 우리나라 고등어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주요 생산 기지이다. 부산을 상징하는 자갈치 고등어는 고갈비는 물론이고 고등어를 안동으로 가져가 간고등어를 만들게 해주고 일본 중국뿐 아니라 아프리카까지 수출하는 효자상품이다.

고등어를 잡는 방법은 바다에서 그물을 둘러싸서 잡는 선망이라는 어법이다. 그렇다 보니 배도 대형이고 큰 고등어, 작은 고등어를 가리지 않고 잡아왔다. 고등어 자원이 스스로 재생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생산량이 반 토막이 날 정도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총허용어획량(TAC)이라는, 고등어를 잡을 수 있는 총량을 정해 대형선망수협에 분배하여 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자원이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태라서 자율휴어제를 3개월까지 늘리도록 대형선망수협과 합의를 했다. 자원 회복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휴어제 정책은 자원 회복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선원들은 일할 수 있는 날이 줄어 생계가 어렵게 되고 고등어를 유통 가공하는 어시장 중도매인이나 하역과 물류를 담당하는 노조원들은 일감이 없어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가 돼버렸다. 이들의 생계 유지와 경영 압박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부산은 고등어 풍어를 이뤄야 선주, 선원, 중도매인, 노조, 가공업체, 보관업체, 소매업, 소비자 모두 행복해진다. 정부는 선주와 선원에게는 일정한 손실에 대한 보상책을 주었다. 하지만 그 외 나머지 관계자에 대한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급기야 위판장 중도매인과 노조의 휴일 경매 거부가 생긴 것이다. 그야말로 고등어의 역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잘하자고 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상당한 손실과 생계 수단의 박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와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트레이드 오프(Trade off)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하면 원하는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감소하거나 내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특정 선택의 기회비용으로 표현한다. 결국 포기한 대안의 손실로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지금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트레이드 오프가 역설이 아니라 절충이 되는 절묘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트레이드 오프는 지렛대 양극의 관계라고 하지만 조금 더 고민해보면 지렛대 중간을 두고 가장 가까운 양쪽 관계로 생각하면 된다.

일본 동북지방에 초우시라는 일본 최대의 고등어 선망 기지가 있다. 이곳은 일본 고등어의 생산, 위판, 가공, 수출 등이 아주 잘 이루어진 부산과 같은 산지이지만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등어 자원이 감소하면서 생산과 위판이 불규칙적으로 되자 지역 가공업계는 공급이 안정적인 노르웨이 고등어에 눈을 돌리면서 수입 고등어가 생산 원료의 중심이 되었다. 이 때문에 이후 국내산 고등어는 생산이 되어도 이미 수요는 떠나 다시 국내산으로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우리나라도 노르웨이 고등어가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다. 지금 국내산 고등어보다 1.5에서 2배가 비싼 노르웨이 고등어가 국내시장에서 반응이 더 좋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처럼 고등어 자원의 역설로 나중에 수요가 없는 빈털터리 시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고등어 자원을 관리하고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배를 줄이는 감척과 미성어 어획 비율을 줄이는 노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러 여건상 곧바로 감척 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면 그 과정에는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지금과 같이 모두가 조업하고 모두가 휴어를 하는 정책보다는 감척 효과가 날 수 있는 적정 어선의 순차적 조업 정책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비단 고등어산업뿐만 아니라 이런 비슷한 일이 적지 않다.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고등어도 살리고 지역 수산업계도 같이 살아가는 절충으로 고등어의 역설이 절묘하게 해결되길 기대한다.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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