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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세비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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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하게 대립하기 일쑤인 우리 국회에서 여야 가리지 않고 의기투합하는 게 하나 있다. 세비 인상이다. 서로 막말에다 몸싸움까지 하면서도 세비 인상안 만큼은 일사천리로 통과시킨다. 국회가 아무리 파행을 빚어도 세비는 꼬박꼬박 챙겨간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과거 여당이 방송법 등 의안을 무더기 변칙처리한 데 반발한 야당 의원들이 4개월간 등원 거부 뒤 복귀했을 때에도 밀린 세비는 어김없이 받았다.

그런데 1991년 1월 국회에서는 의정사상 유례가 거의 없는 장면이 벌어졌다. 예산으로 확정돼 있던 세비의 일부를 반납하기로 결정한 거였다. 하지만 그 배경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전년 말 여야가 슬그머니 세비를 22.8% 올렸는데, 그 인상률이 노사 임금교섭의 쟁점으로 등장하며 심각한 문제가 됐다. “한 자릿 수 임금 인상을 독려하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이래도 되느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여야는 뒤늦게 세비 인상분 중 일부 반납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1996년 15대 국회에서는 임기 시작 뒤 불과 이틀 만에 한 달 치 세비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생겼다. 의원들이 만들어 놓은 법률 규정상, 단 하루라도 임기 개시일이 낀 달의 수당 전액을 지급하도록 돼 있었던 까닭이다. 어느 양심적인 초선 의원이 세비를 반납하자고 외쳤지만, 극히 일부의 호응 외에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조건부 세비 반납 공약도 있었다. 2016년 4·13총선에서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 40명이 ‘5대 개혁과제를 이행하지 못하면 1년 치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신문에 전면 광고까지 냈다. 이후 국정 농단 사태로 5대 과제가 실현되지 않았으나, 이들 중 당선인 27명은 국회에서 법안 발의로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그 중 어느 법안은 마감시한에 임박해 발의됐으니, 세비 반납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받고도 남았다.
그제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올해 세비 인상분 전액을 국고에 반납하기로 했다고 한다. 특권 내려놓기 일환이라며 다른 당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세비를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정토록 하는 ‘셀프 급여 인상 방지’ 그리고 셀프 해외 출장 및 셀프 징계심사를 금지하는 셀프 방지 3법도 이날 발의했다. 영국이나 뉴질랜드는 의원 세비를 이미 외부 기구에서 결정하고 있으니 우리라고 못 할 게 없다. 그간 국회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원성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이 정도 법들은 마련돼야 할 터인데 과연 통과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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