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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염전 색깔의 비밀, 호염성 미생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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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2-18 19:05:3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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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농도의 소금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는 미생물을 ‘호(好)염성’ 미생물이라고 한다. 평범한 바닷속에는 일정 농도(약 3%)의 염분에 잘 적응하는 다양한 해양생물이 있다. 반면 극호염성 미생물은 매우 높은 염(9% 이상) 농도에서 살아가며, 심지어 어떤 미생물은 포화된 소금용액에서도 생장할 수 있다. 이렇게 염분이 매우 높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호염성 미생물들은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다른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 호염성 미생물에게는 고염분 환경에 적합한 단백질과 세포막이 있으며, 특수한 환경이 발생하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다. 이들은 다량의 소금이 세포 내로 들어가서 물이 희석되는 상황을 견딜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물의 이동속도가 느려지더라도 감수하게 된다. 따라서 일반적 미생물에 비해 호염성 미생물의 생장과 대사속도는 느린 편이다.

미국 유타주에 있는 거대한 소금호수(Great Salt Lake)와 바닷물의 증발로 인해 농축된 여러 해안지역은 자연적으로 생성돼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해 오고 있다. 이 지역은 태고의 바다가 육지에 싸여 호수로 변한 뒤 수백만 년 동안 바닷물이 계속 증발되어 높은 염도를 갖게 된 곳이다. 이곳의 염분 농도는 바닥에 광물염들이 가라앉을 정도로 높기 때문에 고등생명체는 살 수 없지만 생물학적으로 독특한 형태와 기능을 지닌 미생물들은 서식한다. 이런 환경에서 발견되는 미생물들은 에너지 대사를 위해 산소를 필요로 하고, 생장과 번식을 위해 높은 농도의 염(최대 30%)을 요구하는 극호염성 미생물이다.

염전은 소금생산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얕은 해수 인공 연못이다. 해수가 증발됨에 따라 염 농도가 높아지는데, 26% 이상에 이르면 바닥에서 결정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이 결정들을 회수하게 된다. 염전에서 발견되는 여러 미생물도 염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오히려 잘 생장하는 호염성 미생물들이다.

염의 농도가 낮은 염전은 호염성 녹조류가 풍부하여 염전은 녹색을 띠게 된다. 녹색의 염전보다 염의 농도가 좀 더 높아진 염전에서는 다른 녹조류인 두나리엘라 살리나(Dunaliella salina)가 주로 서식한다. 두나리엘라 살리나는 세균보다 더 복잡한 생명체인 조류(algae)에 속하며, 다른 조류들보다 비교적 단순한 단세포 생명체이다. 이는 광합성을 하는 다른 생물체들과 마찬가지로 엽록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카로틴이라 불리는 적색색소 때문에 녹색을 띠지 않는다.

두나리엘라 살리나가 갖고 있는 카로틴은 엽록소가 강한 햇빛에 의해 쉽게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달궈진 염전 표면에서 생장하는 두나리엘라 살리나에게 있어서 카로틴은 매우 중요한 물질이다. 실제로 두나리엘라의 전체 중량 중 카로틴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카로틴 함량이 풍부한 두나리엘라는 음식물 첨가제로도 판매되고 있다. 두나리엘라 살리나는 40도에서도 견디므로 염전의 고온에서도 생장할 수 있으며, 생존 가능한 염분 농도 범위가 2~33%로 매우 넓다. 두나리엘라 살리나는 분홍색과 같은 아름다운 색을 띤다.

해수 증발이 계속되면 염전의 염 농도는 매우 높아져 녹조류와 대부분의 미생물이 살아갈 수 없지만 오히려 붉은 색의 극호염성균(halobacteria)이 생장하기에 유리하다(여기서 halo-란 소금을 뜻하는 그리스어 halos에서 유래했다). 고농도 염의 환경에서는 할로박테리움 살리나리움(Halobacterium salinarium)과 같은 아케아(Archaea, 고(古)세균)가 가장 많이 서식하게 된다. 아케아는 보통 생명체라면 도저히 살지 못할 극한의 환경에서도 잘 생육하는 미생물이다.
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할 때 객실 창문 밖을 내다보면 녹색으로부터 분홍색, 주황색, 적색, 자주색 등 다채롭고 아름다운 천연염전을 볼 수 있다. 이 거대한 염전 색깔의 비밀은 바로 염전의 해수가 증발되어 염 농도가 점차 상승함에 따라 녹조류 또는 고세균들의 천이(succession)가 전개된 결과이다.

인제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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