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권재창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12 19:24:16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외교관들이 협상 과정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외교 분야를 넘어 사회의 전 영역에서 인용되고 있다. 필자는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듣는 순간 심정적, 정서적으로 공감을 느꼈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만일 이 말을 20대나 30대에 들었다면 과연 이 정도의 공감을 느꼈을까 반문해 보았다. 처음 접했을 때의 참신함(지금은 진부한 표현이 되었지만) 등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구체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 말이 던지는 의미를 계속 곱씹게 되고, 그럴수록 이 표현이 중언부언하지 않는 간결함을 통해 정곡을 찌른다는 생각이 들어 감탄하게 되는 수준의 공감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디테일의 어려움과 중요성은 숱한 경험과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디테일이 허술하면 공허하다. 정치인의 공약, 언론인의 보도, 법률가의 주장이나 판단 등 모든 것이 그러하다. 미사여구를 아무리 많이 사용하고, 아무리 강한 구호를 외쳐도 디테일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검증도 가능하다. 즉, 어떤 의견이나 주장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디테일을 보면 된다. 디테일이 허술하거나 틀렸다면 신뢰할 수 없다. 디테일이 억지스러우면 신뢰할 수 없다. 디테일이 약하다는 것은 내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의견이나 주장의 수준을 보려면 디테일을 살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선거공약이나 신문기사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나마나한 말이다. 그 공약이나 기사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 현실에 대한 충실한 분석과 진단, 공교육이 무너진 원인, 사교육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이해, 다른 나라와의 비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실현 방법 제시, 그 방법의 현실성 검토, 필요한 예산의 확보 방안, 또 다른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 등 숱한 디테일이 제시돼야 한다.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제1심 법원의 판결이 화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법원의 판결이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연일 신문에 대서특필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런 류의 대서특필은 어쩌다 있는 일 정도가 되어야 한다. 누가 구속되고, 누가 유죄 또는 무죄판결을 받고 하는 일들이 거의 매일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각설하고, 김 지사에 대한 판결을 둘러싼 정치권의 주장을 보자. 국제신문은 지난 1일 자 11면 등을 통해 정치권의 반응을 소개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진영에 따라 극과 극이었다. ‘사법 농단 세력의 반격’이라는 주장과 ‘법정구속은 사필귀정’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공통점도 있었다. 양측 주장의 디테일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 그에 이른 과정, 사실인정을 토대로 한 법리적 판단에 대한 충실한 분석은 거의 없었다. 판결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판결 내용, 즉 사실인정, 법리판단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이를 비판하는 주장은 드물었다. 진영 사이의 프레임 전쟁만 난무했다. 디테일이 부실한 주장은 진영을 초월한 보편적 신뢰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반응을 소개한 언론보도를 접한 독자로서 필자는 대립되는 주장 중 그 어느 것도 쉽게 신뢰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산업은 고도화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과 갈등은 일상화됐다. 무수한 구호가 쏟아지고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주장이나 의견은 천차만별이다. 매일 온갖 보도가 신문 방송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나온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면 정치인의 주장을 접하는 유권자, 언론의 보도를 대하는 독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디테일을 살피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법무법인 청률 변호사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청춘·자유·낭만이 넘실…앵글에 담은 쿠바
  2. 2활력 잃은 영화도시 부산…어디로 가고 있나? <상> BIFF 25년, 축제만 있고 산업은 없다
  3. 3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75> 이성배 시인의 시집 ‘이어도 주막’
  4. 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48> 천하통일 기반 다진 목공
  5. 5 수요 느는 해외 부동산 거래…정부, 체계적 관리 시스템 마련 시급
  6. 6한국건강관리협회 부산건강검진센터, ‘박애원’아동들 대상 건강검진 실시
  7. 7[서상균 그림창] 엔딩 촬영
  8. 8'명품마을' 혁신을 찾아서 <2> 통영 서피랑
  9. 9잘나가던 ‘또따또가’, 부실운영에 무더기 징계
  10. 10대형 건설사가 재개발 주도…중소업체는 도심재생 틈새시장 공략
  1. 1안철수 전 의원 귀국 "실용적 중도정치 실현하는 정당 만들겠다"
  2. 2영화 '천문' 관람한 文 대통령이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3. 3"北, 신임 외무상에 리선권 임명"…주북 대사관들에 통보
  4. 4북한 개별 관광, 한미 갈등 소재로 부상
  5. 5당청 경찰 개혁 드라이브 나서나
  6. 6한국당 4호 영입인재는 30대 김병민…'최연소 기초의원' 출신
  7. 7민주당 총선 영입인재 10호…사법농단 알린 이탄희 전 판사
  8. 8안철수 “중도정당 만들 것…총선 불출마”
  9. 9부산 한국당 여성·청년·신인 주자들, 세대교체 천명 ‘김형오 공천룰’ 기대
  10. 10민주당, 부산 남갑 전략공천 잡음
  1. 1 수요 느는 해외 부동산 거래…정부, 체계적 관리 시스템 마련 시급
  2. 2대형 건설사가 재개발 주도…중소업체는 도심재생 틈새시장 공략
  3. 3정밀 가공공장 옆 오피스텔 공사…신평공단 살리기의 역설
  4. 4르노삼성차 노조 20일 총회…노사갈등 분수령
  5. 54년 뒤(2024년)엔 취업자 마이너스 시대
  6. 6“구직 포기, 그냥 쉰다” 209만 명…역대 최다
  7. 7
  8. 8
  9. 9
  10. 10
  1. 1토익 시험시간, 준비물·주의사항은?
  2. 2가수 이선희 팬클럽, 마산역에서 사랑의 떡국 나눔행사 개최
  3. 3진주을 선거구 자유한국당 권진택 예비후보…영세상인 임대료 지원을 위한 시 조례 제정 하겠다.
  4. 4'드루킹 댓글조작 가담 혐의' 김경수 경남도지사 2심 21일 선고
  5. 5야외스크린연습장 전기 계량기에서 불
  6. 6알 수 없는 이유로 승용차 고가도로 교각 들이받아…운전자 크게 다치고 동승자 숨져
  7. 7자유한국당 정재종(전 감사원 부이사관)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
  8. 8국내 최적 동계전지훈련지 통영, 구슬땀 열기로 후끈
  9. 9설 연휴 부산에서 173만명 이동…25일 오후 최대 혼잡
  10. 10경남소방, 지난해 119신고 전화벨 50초에 한번 꼴로 울렸다
  1. 1맥그리거, 세로니에 40초 만에 TKO승…니킥→파운딩→경기중단
  2. 2이승우, 리그 2경기 연속 출전 결국 불발..."명단에서 이름 제외"
  3. 3홀란드, 도르트문트 데뷔전 투입 직후 데뷔골 성공..."5-3 역전승 이끌어"
  4. 4'손흥민 풀타임' 토트넘, 왓포드와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경기 마쳐
  5. 5맨시티, 팰리스와 홈경기에서 2-2 무승부로 경기종료
  6. 6한국 요르단 선발 라인업 이상민 원두재 김진규 등
  7. 7호주오픈 대기질 나빠지면 심판 재량으로 경기 중단
  8. 8남자 핸드볼, 아시아대회 8강 진출
  9. 91년 더…불혹에 다시 뛰는 ‘송삼봉(송승준 별명)’
  10. 10형제대결·심판변신…‘별잔치’ 빛낸 허훈
PK 관전포인트
경남·울산
PK 관전포인트
부산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도시 규제의 경제학
부산의 원도심, ‘문화도시’와 어울리지 않는가
기고 [전체보기]
부산은 ‘계단’이다 /송종홍
‘우울해서’ 죽어가는 사회 /이혜나
기자수첩 [전체보기]
보안검색 직원의 빈자리 /임동우
살인 누명에 21년 옥살이…검경·법원, 진정한 사과해야 /박정민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소프트 에듀케이션’ 대안 교육은 꿈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전통음악, 해설이 필요해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시대정신 檢개혁 누가 저항하나 /송진영
부산과 스웨덴 사람들 /정옥재
도청도설 [전체보기]
생태계 교란 식물
기업의 흥망성쇠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내겐 넘버원 대동할매국수
서산 우럭젓국 맛집 찾기 힘든 이유
사설 [전체보기]
내달 발의 ‘항만 김용균법’ 조속 통과 힘 모아야
만 18세 선거권과 엇박자 학칙 서둘러 손보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모두가 받고 싶은 성탄 선물
위대한 예술가, 젠틸레스키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기생충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등 떠밀린 보수 통합 성공할까
송구영신, 부산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겨울나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욕망
와인과 기다림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격렬한 파도에 조선 정신을 담다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 청소년 남극 체험 선발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