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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홍어, 그 모순의 맛! /윤부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1-21 19:37:5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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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묘사된 남도는 매력적이었다. 삶이 예술이 되는 곳, 이것이 내가 상상한 남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처음 찾았던 나주의 영산포구는 슬픈 삶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굿둑 공사로 끊어진 뱃길은 삶의 길까지 막아버려 그냥 그렇게 박제된 느낌이었다. 정지된 삶을 간질이는 건 냄새였다. 만선의 어선 하나 들지 않는 쇠락한 포구는 홍어 냄새로 오늘을 살고 있었다. 죽어가는 포구를 살리는 냄새가 아이러니하게도 악취다. 신선함을 최고 덕목으로 삼는 생선을 그곳에서는 의도적으로 묵힌다. 말이 좋아 묵히는 것이지 썩히는 것이나 진배없다. 홍어를 맛봤다. 윗니와 아랫니가 예닐곱 번 맞부딪혔을까, 싸한 맛이 혀를 점령했다. 미각을 장악한 맛은 콧구멍으로 올라가 순식간에 코를 뻥 틔웠다. 홍어 중독의 시작이었다.

겨울에 혼례를 치르면 기본으로 돼지 한 마리와 홍어 한 닢을 준비한다. 거기에 김장김치를 곁들이면 자연스럽게 삼합이 된다. 적당히 삭힌 홍어 한 점을 우물거리다가 제대로 빚은 막걸리를 마시면 묘한 맛이 난다. 분명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삼합’이라는 신기한 조합과 막걸리의 힘을 빌려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홍어 삭히기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흑산도 앞바다에서 홍어를 잡아 열흘 넘게 목포나 영산포로 운송하는 동안 독특한 맛을 낸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한다. 그럴듯하지만 신빙성은 낮다. 옛날에도 어부들은 끊임없이 바닷물을 길어 생선에 붓는 방식으로 상당 기간 선도를 유지할 줄 알았다. 그래서 연평도에서 잡은 조기나 신안에서 잡은 민어가 신선한 상태로 임금의 밥상에 오를 수 있었다. 결국 삭히느냐 마느냐는 먹는 사람의 일이다.

바다에 사는 경골어류의 체내 염도는 1.5%로, 3.5%인 해수에 비해 낮다. 그래서 절인 배추처럼 몸속의 액체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삼투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런 탈수를 막기 위해 짠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을 조금 싸며 아가미를 통해 과잉 염분을 밖으로 배출하는 삼투조절을 한다. 그런데 홍어와 같은 연골어류는 특이하게도 혈액 속에 요소가 많아 체내 삼투압이 해수와 거의 같고 오히려 신장에서 요소를 재흡수하여 높은 삼투압을 유지한다. 홍어가 죽으면 몸속의 노폐물인 요소가 피부로 향해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자극적인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유의 향과 육질을 갖추게 되니, 버릴 수 없어서 취했던 그 맛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지금은 냉동선에서 급랭해온 홍어를 해동하며 의도적으로 삭힌다. 모순의 연속이다.

다른 바다 생물이 내주지 않는 예외적인 식감. 홍어를 좋아하는 분들은 국내산과 수입산의 식감 차이를 말한다. 홍어가 한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서민들의 술상에도 쉽게 오를 수 있게 된 것은 대량수입 덕분이다. 지갑이 얇은 홍어 애호가들에게 가성비 좋은 수입산 홍어는 ‘꿩 대신 닭’ 그 이상이다. 자유무역 협정의 산물인 수입산 홍어는 껍질 손질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국내산은 지푸라기나 호박잎으로 껍질을 정성스레 손질한다. 발효를 담당하는 요소가 포진한 껍질이니 거친 손길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런데 수입산 홍어를 잡은 외국 어부들은 그 홍어의 변신 과정을 이해할 길이 없으니, 배에서 작업할 때 호스를 대서 ‘곱’을 씻어버린다. 곱이 없으니 식감도 덜하다. 깨끗함이 주는 식감의 감퇴. 이 역시 모순이다.
이제는 홍어배가 더는 드나들지 않는 남도의 작은 마을에 사람들은 삭힌 홍어의 ‘스토리’를 따라 일부러 그 지역을 찾아간다. 그들이 맛보는 홍어가 냉동선과 냉동트럭을 번갈아 타고 유입된 산물이라 할지라도 큰 상관없다. 이야기로 구축된 공간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홍어가 어찌 그냥 음식이겠는가? 삭아가는 홍어 냄새를 어찌 그냥 악취라 할 것인가. 쇠락한 삶의 묵은내가 그 살점 속에 숨어들었는데, 그 묵은내는 시대와 도시의 잉여가 돼 버린 사람들의 삭히고 삭힌 숨결인데. 그래서 잘 숙성된 홍어 한 점을 삼킨 마음이 그렇게 울컥했나 보다.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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