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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괴팍한 기상, 내년도 위험하다 /변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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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10 19:16:1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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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모든 재해를 다 체험하게 하려고 작심한 듯한 여름이었다. 그에 앞서 봄철 강수량은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장마가 너무 빨리 닥친다는 경고도 해 주었다. 가뭄과 태양 흑점의 재해 주기에 해당한다는 경고도 이미 있었다. 그런데도 지난겨울에는 보에 있는 물을 버리기까지 했다. 스스로 돌보지 않는 자는 하늘도 돕지 않는다고 했던가? 대비 없이 여름은 왔고 재해가 터지기 시작했다. 장마가 너무 일찍 끝나는가 하더니 바로 불볕더위로 이어졌다. 일 최고기온, 열대야 일수, 고온 일수 등 각종 더위 기록이 경신됐다. 덩달아 가뭄이 시작되어 벼가 논에 선 채 말라 죽는 현상까지 갔다.

내년 가뭄까지도 염려되어 민심이 흔들리는 즈음에 태풍 ‘솔릭’이 왔다. 한반도를 관통하는 경로로는 6년 만이라 하여 두렵기도 했지만, 해갈의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동반 강수량은 실망스러웠다. 정작 해갈은 그다음 이어진 2차 장마 때였는데, 이번에는 곳곳에서 기록적 폭우와 홍수 피해가 함께 왔다. 참으로 견디기 힘든 여름이었다. 내년에도 같은 재해가 발생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만약 지구온난화의 결과라면 강도가 매년 강화될 것이니 더 심각하다.

올해의 이런 재해는 일단 북반구의 적설과 해빙 면적의 감소, 여기서 파생된 저지 현상의 영향으로 보인다. 물은 태양 빛을 거의 다 흡수하나 눈과 얼음은 70% 이상 반사하니 이들 면적이 감소하면 지표는 빨리 가열된다. 미국의 NSIDC에 의하면 올해 북반구 적설 면적은 5월부터 현저히 줄어 거의 역사상 최저치 수준이다. 해빙 면적은 사상 최저치를 보인 2012년보다는 넓으나, 여전히 평균 이하다. 5월에는 2012년보다도 적은 값이었다. 아쉽게도 한국에 더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티베트 고원 서쪽의 적설 상태를 따로 제공하는 기관은 없다.

장마철은 지구를 감싸고 도는 서풍류의 주류가 인도의 아삼 지방 상공에서 한반도 쪽으로 이어지는 1개월 동안이다. 히말라야산맥은 이 기간에 이란 쪽에서 35N 이남을 흐르는 서풍을 모두 25N의 아삼 지방까지 끌어 내려서 한반도 쪽으로 오게 한다. 한편 인도차이나반도와 안남산맥은 벵골만을 돌아 북향하는 남풍을 아삼 지방으로 오게 한다. 합류점인 아삼 지방은 지구상에서 비가 가장 많이 온다. 여기서 비가 많으면 한국은 적고 여기서 적으면 한국에서는 많아지는 경향도 있다.

여름이 깊어지면 이 서풍류가 갑자기 점프하여 티베트고원을 북쪽으로 도는 경로를 택한다. 이렇게 점프할 때 한국의 장마는 종료되고 다음 다시 남하할 때까지가 여름이다. 올해는 이 점프가 일찍 발생했기 때문에 장마가 일찍 종료됐다. 티베트 서쪽 산악지대의 적설 면적이 줄어서, 그만큼 빨리 가열되어서, 점프가 빨리 일어나서, 장마가 빨리 종료되고 여름이 빨리 시작되어서 더 더워진 것이다. 이때 티베트 고기압은 상층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은 중층에서 발달한다.

이렇게 일찍부터 달구어진 두 고기압은 예년처럼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았다. 만년설이 녹아 버려 반사량이 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태풍 솔릭이 남쪽의 온난 습윤한 공기를 대량 수송해 놓았으니, 폭우와 홍수는 등장할 준비를 모두 마친 배우나 다름없었다.

이때 저지 현상도 함께 발달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이는 서풍을 저지하고 남북류를 강화하는 기구로 이로 인해 남풍을 받는 이상고온 지역과, 북풍을 받는 이상 저온지역이 동시에 생긴다. 올해의 폭염에는 이 남풍이 크게 작용했다. 내년에는 발생 위치가 변할 수도 있지만, 비슷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 더 염려되는 것은 올해 적설지역 내부의 만년설까지 녹았을 것이니 내년에도 비슷한 재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흑점의 감소가 기상재해로 이어지는 이유나, 가뭄의 주기가 생기는 이유는 아직 모른다. 기상재해는 본래 워낙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어서 원인을 모르는 것이 하나둘이 아니어서 이상할 것도 없다. 단지 내년도 위험하다는 결론을 무시하지 말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 위성으로 티베트고원 서쪽의 적설지역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자. 내년의 수자원과 전기의 수급계획을 지금부터 점검하자.

부경대 명예교수·전 한국기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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