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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저출산 대책에서 가족정책으로 /구시영

사회구조·시대 변화 속 복지 확대 중심에 한계

한부모·다문화로 확대, 양성 평등이 해결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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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대국’ 일본에서 저출산 극복에 성공해 주목받는 자치단체가 있다. 혼슈 서부 오카야마현 소속의 ‘나기초’ 마을이다. 인구 6000명 규모인 이곳은 2000년대 들어 통폐합 위기에 몰렸다. 주민 수가 줄고 출산율이 1.41명까지 떨어져서다. 하지만 2014년에 출산율 2.80명의 기적을 이뤘다. 전국 평균보다 배 가까운 수준이다. 게다가 프랑스처럼 막대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역대급 출산율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나기초 스토리는 일본 공영방송 NHK가 지난해 발간한 ‘저출산 문제점과 처방’에 자세히 나온다. 요약하면, 이 마을은 출산에서 육아·교육까지 다 아우르는 정책을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 혜택을 받는다. 예컨대 의료비는 18세까지 공짜이고, 양육지원센터인 ‘차일드 홈’을 무료 운영해 육아 부담을 덜어준다. 지역사회 전체가 아이 낳고 기르는 일에 힘을 모으고, 그런 풍토가 서서히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다.

저출산에서 벗어난 프랑스도 타산지석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2014년 분석한 ‘프랑스의 자녀 양육지원’ 자료를 보면, 프랑스에서는 저출산 대책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그 대신 가족정책이라 부른다. 가족의 기능과 유대 강화로 접근하는 셈이다. 그 맥락에서 각종 수당과 양육지원 서비스, 다자녀 가정 우대 세제 등이 철저하게 이뤄진다. 정책 결정과 재원 마련도 일원화된 조직이 통괄해 진행한다. 우리나라처럼 여러 부처에 분산된 것과 다르다.

프랑스의 특징은 한마디로 아이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든, 가정 형편이 어떻든 일정 수준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20세까지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총액은 자녀 1인당 약 6000만 원, 두 명이면 1억9000만 원, 세 명이면 3억9000만 원에 이른다. 아이를 많이 낳고 기를수록 혜택이 더 커지는 구조다.

주지하듯이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책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 2006년부터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한 이래 지난해까지 126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일본이 2005년 1.26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로는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작년 1.43명을 찍은 것과 비교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정부의 대처가 늦은 데다 정책도 사회구조 변화와 시대적 추세에 뒤떨어진 요인이 크다.

저출산의 덫에 걸린 나라들은 공통점이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은 바깥에서 일하고 여성은 가정을 책임진다는 성별 분업의식이 뿌리 깊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이 그렇다. 반면 프랑스와 스웨덴 등에서는 여성이 일하기 편하고 양육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더욱이 스웨덴은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무려 90%를 나타낸다. 그 이면에는 휴직 기간에도 수입금이 크게 줄지 않도록 하는 소득보상제가 있다.

인구·사회보장정책 전문가인 가와이 마사시는 신간 ‘미래 연표’에서 일본의 인구 감소가 초래할 충격적 결말을 예상해 파장을 일으켰다. 데이터 분석에 근거해 향후 100년간 일본에서 벌어질 사태를 연대표처럼 제시한 것이다. ‘여성 절반이 50세 이상, 대학교 도산, 수혈용 혈액과 화장장 부족, 세 곳 중 한 곳이 빈 집, 지자체 절반 소멸, 재정 파탄’ 등의 예측을 내놨다. 그러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자신의 문제라는 절박함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낮은 우리나라로서는 허투루 들을 얘기가 아니다. 특히 출산율이 1.0명 밑으로 곤두박질한 부산은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사실 저출산은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다. 고용·주거·교육·성차별 등 각 분야의 문제가 응축된 것이라 쉽게 풀리기 힘들다. 여기에다 한부모·다문화 가정 증가로 가족 형태도 많이 바뀌는 양상이다. 따라서 이상적인 부부를 통한 출산만 고집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또 기초적 복지혜택만 주는 데서 벗어나 가족 개념을 확대해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인구 감소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저출산이란 말도 저출생쯤으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지 싶다.

3년 전 방한 강연을 했던 세계적 보건·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스웨덴) 교수의 지적을 되새겨 볼 만하다. 여성의 지위 향상을 통한 양성평등이 저출생 문제를 푸는 열쇠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단순히 남녀 간 일을 나누는 수준이 아니라 전통적인 역할이 파괴돼야 한다는 뜻이다. 스웨덴은 양성평등에 의한 가족 변화로 출산율이 반전됐다. 싱글 맘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낙인도 이제는 없애야 한다. 출산율 향상에 즉효 약은 없겠지만, 그 해결의 실마리는 삶의 단위가 개인 중심에서 가족으로 바뀌고 가족의 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가족이 행복해져야 아이 울음소리도 많아질 수 있어서다.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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