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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음악과 화동(和同)의 세계 /황선열

사람과 사람을 잇는 화동의 역할 ‘음악’

남과 북 음악 교류로 대통합시대 열었으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05 19:22:47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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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인간이 이 땅에 어울려 살아가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음악(音樂)의 음은 소리를 말하고, 악은 소리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소리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고 소리를 즐기는 것은 외물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감동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소리를 도구로 흉내 낸 것이 악기(樂器)이고, 그 소리에 반응하여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 악문(樂文)이다.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서는 ‘음악이 일어나는 것은 사람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의 천성은 고요한 것인데, 이 천성이 바깥 사물에 감동하면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음악은 악기와 악문을 말하는데, 북 종 피리 경쇠와 같은 것은 악기이고, 구부리고 펴고 춤추는 것은 악문이다. 악기는 소리의 도구이고, 악문은 소리의 문채(文彩)이다. 음악에도 도구가 있고 문채가 있으니 이 문채는 사람마다 다른 무늬를 지닌 인간의 무늬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문채가 소리로써 서로 화동(和同)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음악은 각기 다른 문채의 무늬들을 대동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음악은 항상 예(禮)와 함께 말하고 있는데 악이 조화하여 변하는 것을 따른다면, 예는 하늘과 땅이 나누어져 있듯이 분별하는 것을 따른다. 음악이 인문학의 근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은 음악이 예와 함께 우주 만물의 원리와 같이 조화와 상생의 원리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만물이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죽은 것과 같다. 그 만물의 소리는 높고 낮음이 있고, 길고 짧음이 있으니 그 만물의 소리가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때 가장 아름다운 조화와 상생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장자는 이 소리를 ‘하늘의 소리’라고 불렀다. 장자가 말하는 이 하늘의 소리는 무엇일까? 사람의 소리보다도 땅의 소리보다도 더 오묘하고 지극한 소리인 하늘의 소리는 만물이 조화를 이룬 화동의 세계를 말한다. 음악은 이 오묘한 조화의 세계 속에서 각자의 무늬로써 화답하는 것을 말한다. 음악은 만물의 소리로부터 나오고 그 만물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룰 때 참된 음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악기는 사람이 만든 도구인데, 그 도구의 소리가 각기 다른 까닭은 그 악기를 만든 사람과 부리는 사람의 무늬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악기를 다루는 방법이 다르지만 그 기예가 다다르는 지점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곳에 있다.

‘여씨춘추’에서 음악의 기원을 말하면서 음악은 동서남북의 방향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 각각의 방향에서 생겨난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 작용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한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백아와 종자기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연주하니 종자기(鍾子期)가 그것을 들었다. 바야흐로 그 소리에 태산의 뜻을 실어서 연주하니, 종자기가 “거문고 소리가 듣기가 좋구나. 우뚝한 기운이 태산과 같다”고 말했다. 잠시 후 백아가 그 소리에 유수(流水)의 뜻을 실어서 연주하니, 종자기가 또 “거문고 소리가 듣기가 좋구나. 탕탕한 기운이 물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아와 종자기는 소리를 통해서 서로 공감했던 것이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의 줄을 끊고는 다시는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고 하니 음악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의 깊은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이 정립되고 나면 나라가 화동하게 되고, 나라가 화동하게 되면 만백성이 태평을 누릴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음악의 기준이 되는 소리의 체계는 열두 개의 율려(律呂)로 만들어졌다. 그중에 으뜸이 되는 황종(黃鍾)으로 도량형의 척도로 삼았다. 황종의 길이는 한 자의 기준이 되고, 황종 안에 들어가는 기장의 양은 한 홉의 기준이 되었다. 소리 체계는 비단과 곡물을 측량하는 기준이 되었다. ‘문심조룡’에서 사람들은 왼쪽에는 궁(宮) 소리가 나는 옥을 달고, 오른쪽에는 치(徵) 소리가 나는 옥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이것은 소리로써 걸음걸이를 조절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음악은 삶의 근원을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음악이 혼란스럽게 되고, 나라가 안정되면 음악도 평안하게 된다고 한다. 한반도의 분위기가 냉전 체제에서 화해의 체제로 바뀌면서 가장 먼저 시도하고 있는 일은 남북 음악을 교류하는 일이다. 북의 문화예술단이 남한에서 공연하고 남한의 음악인이 평양에서 공연했다. 남북 정치인들이 교류하기 전에 먼저 음악은 그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이야말로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화동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음악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의 경계가 사라지고, 국가와 국가의 경계가 사라지는 대통합의 시대를 열어갔으면 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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