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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이야기] <57> 팩트체크-국민의 뜻이 과연 ‘원전 찬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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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20 09: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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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71%가 “원전 찬성”(조선일보), ’정부 탈원전 추진하는데…국민 10명 중 7명 “원전 찬성”’(중앙일보), ‘국민 10명중 7명 “원전 이용 찬성”, 현정부 에너지정책 反 50% 贊 46%’(동아일보) vs ‘원전 찬성 71% 설문조사 자의적 해석한 원자력학회‘(한겨레신문), ’앞뒤 안 맞는 원자력학회 여론조사‘(경향신문)’, ‘에너지전환포럼, “원자력학회, 원전 찬성 우세 여론조사 왜곡”(에너지경제신문), ‘우리나라 가장 적합한 발전원은?…태양광(44.9%) vs 원자력(29.9%)’(인저리타임)

지난 16일 한국원자력학회(학회장 김학노)가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과학기술포럼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018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kns.org/boards/view/press/100248)를 발표했다. 한국리서치가 8월 6~7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했다는 사실은 ‘팩트’이다. 이후 조사 결과를 두고 다음날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은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 찬성’이라며 새 정부의 ‘탈원전정책’ 포기를 주장했고, 한겨레 경향 등은 에너지전환포럼의 보도자료를 빌어 ‘원자력학회의 여론조사 왜곡’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의 생명은 ‘신뢰성’이다. 그런데 이번 원자력학회의 여론조사와 이와 관련된 보수언론의 보도에 신뢰성이 있는 지 ‘팩트체크’를 한번 해보자.

   
고리원전 전경. 국제신문DB
우선 2018년 8월 17일자 중앙일보 기사(news.joins.com/article/22891820)를 한번 살펴 보자. 제목은 ‘정부 탈원전 추진하는데…국민 10명 중 7명 “원전 찬성”이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략)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71.6%는 전기 생산 수단으로 원전을 이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향후 원전 비중을 확대(37.7%) 또는 유지(31.6%)해야 한다는 비율도 70%에 육박했다. 축소 의견은 28.9%에 그쳤다. 정부는 새 원전을 짓지 않고, 기존 원전은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구상과 국민의 생각에 큰 격차가 있는 셈이다.

응답자의 73.2%는 원전이 전기요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했다. 흥미로운 건 폐로 비용 등을 고려하면 다른 발전원보다 비싸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63.4%가 공감했다는 점이다. ‘원전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와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가 까다롭다’는 것도 각각 60.7, 82.4%가 동의했다. 조사 참여자가 원전의 장단점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답을 했다는 것이고, 이는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여준다는 분석이다.

선호하는 발전원은 태양광(44.9%)·원자력(29.9%)·액화천연가스(LNG, 12.8%) 순이었다. 대체로 국민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탈원전의 부작용 또한 우려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식조사 결과와 함께 에교협 등은 에너지정책 수정을 촉구하는 대정부 공개 질의안을 내놨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정 필요성, 전기요금 미인상 실현 가능성과 대책 등 8개 문항이다.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더라도 섣부른 탈원전정책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세종=장원석 기자)’.

이에 대해 인터넷신문사인 인저리타임 조송현 편집위원장은 한국원자력학회의 공동 기자회견 자료를 바탕으로 중앙일보와는 다른 시각의 기사(injurytime.kr/news/articleView.html?idxno=10846)를 올렸다. ‘우리나라 가장 적합한 발전원은? … 태양광(44.9%) vs 원자력(29.9%)’이 제목이며, 부제는 ‘젊은층(20~40대), 원전의 방사성폐기물과 중대사고 위험이 더 높다고 인식‘이다. 보수언론의 자료해석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가장 적합한 발전원으로 원자력을 제치고 태양광(44.9%)을 1위로 꼽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원자력이라는 비중은 29.9%에 그쳤다. (중략)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인 54%가 태양광(44.9%)과 풍력(9.1%)을 우리나라 전기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원자력은 29.9%에 그쳤고, 가스 12.8%, 석탄 1.7%, 무응답 1.6% 순으로 나타났다. 태양광(44.9%)과 풍력(9.1%)를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은 54%에 이른다. 따라서 이번 조사를 단순계산하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대별로 보면, 원자력이 가장 적합한 발전원이라는 응답은 20대(18.7%)와 30대(18.2%)에서는 10%대에 불과했고, 40대에서도 21.2%로 비중이 매우 낮았다. 반면 원자력은 50대와 60대 이상에서 각각 40.6%, 43.7%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미래 세대들이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전을 매우 부담스러워한다는 방증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장 적합한 발전원 1순위와 2순위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서도 태양광이 70.5%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원자력은 48.%에 불과했고, 풍력이 40.8%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원자력발전소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험을 끼치는 중대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데에 4명 중 3명(75.9%)이 ‘동의한다’고 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21.8%에 불과했다. 특히 세대별로 보면 20~40대는 중대사고 가능성에 ‘동의한다’가 80%를 웃도는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10% 초반에 불과했다.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 원전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다는 증거다. 또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가 까다롭다’는 데 대해 ‘동의한다’ 가 82.4%로 비중이 매우 높았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14%에 불과했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 세대들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한 우려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의 까다로움’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20대 86.7%, 30대 88.9%, 40대 88.0%에 달했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20대 11.8%, 30대 10.7%, 40대 10.9%에 그쳤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전기 생산 수단으로 원자력 발전을 이용하는 것에 71.6%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26.1%. 원전 비중을 늘리자는 비중이 37.7%, 줄이자는 비중이 28.9%로 나타났다. 이 기사는 16일자 중앙일보의 ‘정부는 탈원전인데…국민 70% “원전 확대 또는 유지해야”’라는 기사를 보고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기사가 지나치게 ’친원전‘ 편향이라는 느낌이 들어 한국원자력학회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 전문과 데이터를 내려받아 분석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친원전’ 단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홈페이지에 올려진 김학노 제30대 회장의 인사말에서 학회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 원자력계는 국내외의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부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으며 국가적 에너지정책의 논의에서 소외되는 등 그동안 열정을 가지고 쌓아올린 원자력기술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원 모두가 더욱더 분발할 때입니다.” 탈원전 정책에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그런데 이번 인식조사의 맨 마지막 문항은 원전 관련 정보 주체의 신뢰도에 관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원전 관련 정보에 대해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관은 원자력학계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한수원, 환경단체, 정부, 언론 순으로 나와 있다. 원자력학계라면 한국원자력학회를 비롯해 대부분 친원전 성향이며 한수원도 마찬가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친원전 기관의 주장만 믿을 만하고 나머지 탈원전정책을 펴는 정부나 이를 지지하는 언론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친원전 성향이라는 게 뻔한데 가장 신뢰받는 기관이라고 주장하니 가관이다. 신뢰는 객관성을 담보해야 하거늘, 일방적인 반탈원전이자 친원전 그룹의 주장을 무조건 국민들한테 믿으라는 것일까?

여론조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객관성을 결여한 채 의뢰한 기관의 입맛에 맞게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정치권에서 가장 흔하다. 그래서 여론조사 결과를 진실인양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엔 정치권이 아닌 학계인 한국원자력학회가 그런 류의 결과를 내놓고 탈원전정책을 무너뜨리는 무기로 쓸 요량인가 보다. 탈원전정책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권 흉내를 내며 국민을 속이려 했다간 역풍만 맞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인저리타임, 2018.8.16).’

에너지전환포럼(홍종호·유상희·임성진)은 한국원자력학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를 검토한 의견을 지난 17일 발표하면서 국민여론을 자의적이고 왜곡되게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언급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질문방식에 문제가 있었으며, △답변 해석도 편향적이며, △일회성 조사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http://www.energytransitionkorea.org/blog/417).

   
지난해 6월 19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원전 주변 월내초등학교 학생들이 ‘안전한 대한민국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는 40년만인 이날 0시를 기해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국제신문DB
2018년 8월 17일 한겨레신문은 에너지전환포럼의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의 제목은 ‘원전 찬성 71%’ 설문조사 자의적 해석한 원자력학회‘이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자력학회가 지난 16일 ‘국민 71%가 원전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원자력계가 직접한 조사 결과마저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전화면접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6%는 ‘전기 생산수단으로서 원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설령 응답자가 ‘원전이 당장은 필요해도 차차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이들이더라도 ‘원전 이용 찬성’ 여론에 포함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를 활용해 ‘에너지전환 정책 반대 여론이 71%에 이른다’고 한 원자력학회의 해석은 착시효과를 양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전기 생산수단으로서 태양광을 이용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면 간단하다”며 “이 질문에도 상당수 응답자가 ‘태양광도 해야지’라며 찬성 의견을 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현재 수명이 남아 있는 안전한 원전은 계속 이용하되, 60여년에 걸쳐 원전 의존도를 차츰 낮추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를 제대로 반영해 찬반을 물은 다른 여론조사에서의 질문 내용은 원자력학회 조사와는 사뭇 다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5월 30일부터 6월 7일까지 성인 1009명을 상대로 ‘정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을 축소하고 신재생과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하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응답자의 84.6%가 찬성 의견을 냈다. 한국갤럽이 6월 26~28일 1001명에게 ‘원자력과 석탄을 줄이고 신재생을 늘리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도 72%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번 원자력학회 조사에서 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발전원 선호’ 조사다. 원자력 한 가지만 제시해 찬반을 묻지 않고, 가스·석탄·태양광·풍력을 모두 제시한 뒤 ‘우리나라 전기 생산에 가장 적합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응답자의 44.9%가 태양광을, 9.1%가 풍력을 1순위로 꼽았다. 과반수가 태양광·풍력발전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에 견줘 원전을 꼽은 응답자는 29.9%, 가스는 12.8%, 석탄은 1.7%에 그쳤다. 선호 발전원 2개를 꼽아달라는 1, 2순위 통합 조사에선 태양광·풍력이 55.7%로 더 많은 지지를 받았고, 원자력은 24.1%로 선호도가 떨어졌다. 해당 조사가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며 전력수요 불안과 누진제 불만 여론이 강조되던 8월 초에 시행된 점을 고려하면, 외려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 지지가 상당히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최하얀 기자).

후쿠시마원전사고 일본 정부조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는 후쿠시마원전사고에서 배워야 할 사고대책의 일곱 가지 중 두 번째가 ‘보고싶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고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이 보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일부 학회와 보수언론의 ‘의도적 팩트 비틀기’는 도를 넘고 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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