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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역사의 변곡점서 부르는 노래 /김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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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24 19: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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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부터 현재까지 68년 동안 우리나라는 전쟁 중이다. 대한민국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이후 현재까지 휴전상태로 남북한이 군사대치 중이다. 68년 전 오늘 시작된 ‘6·25전쟁’은 전 세계 16개국이 UN군으로 참전하였고, 군인 26만 명과 민간인 1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참혹한 전쟁이었다. 많은 목숨을 잃기도 했지만, 한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생이별한 아픔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1983년 KBS는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방영하였다. 이 방송은 138일 동안 총 453시간45분 동안 연속 생방송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으로 세계 최장시간 연속 생방송 기록을 가지고 있다. 당시 경찰의 추산에 의하면 우리나라의‘이산가족’의 수는 약 1050만 명으로, 당시의 인구가 4000만 명임을 감안해 볼 때 우리 국민 중 4명의 한 명은 이산가족이 있었던 셈이다.

30여 년의 세월이 훌쩍 흘러 2017년 8월 31일 기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3만1221명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 사망자가 54.2%에 달해 생존자 45.8%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이산가족 신청자는 모두 매우 고령이 되어, 매년 이분 중 3800명이 평생의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라 하여 ‘단장(斷腸)’에 비유하곤 한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형제와 자매가 서로를 지척에 두고도 한 번 만나보지를 못한 채 지내온 70년의 세월을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 이분들의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마지막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기술과 인력을 동원해주었으면 한다.

지난 2개월은 실화라고 믿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휴전 65년째, 10년 동안 끊어졌던 남북 정상회담이 극적으로 열렸고, 불과 얼마 전까지 전쟁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 북한 핵실험장이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폐기되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도 재개하기로 하였고, 이에 따라 지난 22일 금강산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에서는 오는 8월 1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요즘 우리 국민들은 난생처음으로 입에 올려보는 단어가 있다. 바로 ‘종전(終戰)’이라는 말이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우리의 의식 세계에 진입하지도 못했던 말이다.

아직 섣부른 결말을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조금씩 희망을 싹 틔우고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역사의 변곡점에서 떠오르는 시와 시인이 있다. 한국에서 입시를 치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법한 시,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다. 그는 1950년 ‘6·25전쟁’ 당시 미처 서울을 빠져나오지 못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평생 조국의 독립을 기다려왔다. 마침내 그가 평생 기다려온 모란이 핀 봄을 미처 누리기도 전에 우리 민족은 또다시 ‘모란이 뚝뚝 떨어지는’ 슬픔을 겪었다. 가족들과 이웃들, 시인과 같은 젊은이들의 목숨이 마치 모란꽃이 뚝뚝 떨어지듯 사라졌다.
그 후 68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전쟁을 알지도 못하는 세대에 이르러 ‘종전’이라는 단어를 접하고서야 비로소 우리가 전쟁 중임을 실감하고 있다. 꽃다운 나이에 전쟁의 희생양이 된 시인과 모든 희생자를 추모하며, 앞으로 영원히 지지 않을 ‘모란꽃’ 이 될 ‘종전’을 시인의 노래를 빌려 소망해본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는지/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고신대병원 내분비내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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