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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동네를 안다는 것 /송교성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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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03 19:04:2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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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이사를 많이 다녔다. 부산에서도 주례, 가야, 용호, 장전, 감만동 등 다양한 동네에서 짧게는 2~3년, 길게는 7~8년을 살았다. 나의 직업 특성 탓에도 곳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광안, 중앙, 남천 등 여러 지역에서 일을 해왔다. 그렇게 떠돈 경험들이 지금은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동안은 그냥 그랬던,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동네마다 별반 차이점도 딱히 못 느끼며 살아왔다. 각각의 동네들은 그저 생활을 위한 기능적인 역할, 혹은 일의 대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부산은 대도시라고 하지만 어느 동네든 비슷하게 느껴졌다. 같은 브랜드의 아파트 단지나, 어디에나 있는 프랜차이즈 점포들, 잘 정리된 도로와 체계화된 이정표. 건물 숲과 자동차들이 만들어내는 유사한 풍경. 많이 본 듯한 옷차림의 사람들, 표정들, 몸짓들. 오고 가며 보는 것들이 대개가 큰 차이가 없이 서로 닮아 있다. 물론 부산뿐만 아니다. 도시가 지닌 여러 소리와 냄새들에도 길들고 익숙한 탓에 서울이나 대구 등 다른 지역에 가더라도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아마도 한국의 각 도시가 성장 과정에서 대부분 중앙정책에 따라 흡사한 목표와 계획 아래 도시체계를 정비하고 성장했기 때문 아닐까.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문화기획 관련 일을 하며 겪은 부산의 동네들은 생각보다 넓고, 깊고, 다채로웠다.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했던 장전동, 수영성문화마을 사업으로 만났던 수영동, 그리고 깡깡이예술마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평동(현 남항동)에서 다종다양한 도시의 매력을 새삼 느끼고 있다. 각각의 동네는 제각기 다른 시간과 풍경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 최근이다. 서투른 문장 탓에 표현이 어렵지만, 같은 부산이라도 동네마다 주민들의 성격과 기질도 약간씩은 차이가 있고, 흐르는 공기에도 미세하게 다른 분위기가 있다.

나는 사실 그런 걸 느낄 만한 감각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하더라도 빨리 적응해야 편하게 살 수 있어서, 작은 차이들은 굳이 보려 하지 않았던 이유도 클 것이다. 그런 내가 동네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아마도 문화기획 일을 하는 동료들, 예술가들과 함께해온 덕분일 터이다. 사람들에 섞여보고, 깊숙한 곳의 시간을 꺼내어보고, 골목과 건물들을 보고 느끼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동네마다 서로 다른 특성의 작은 조각들이 수면 위로 살짝 드러난다. 예민한 예술가들은 그런 차이를 기가 막히게 포착해서 글로, 사진으로, 사운드로, 조형물로 길어 올린다. 그렇게 나온 작은 조각들을 모아내고 엮어보면 비로소 그 동네가 그려진다. 사람들이 쓰는 어휘나 억양에서도, 움츠리거나 조심하는 혹은 호방한 몸짓들에서도. 골목 어귀마다 풍기는 독특한 냄새들과 사이사이 심겨 있거나 저 스스로 피어난 화초들에서도.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담벼락의 문구에서도. 거리의 간판들이나 건물의 타일과 식당의 반찬에서도.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도. 돌아다니는 고양이나 강아지들에게도 그 동네 특유의 기풍이 배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그냥 스치듯 지나갈 수밖에 없는 사소하고,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들여다보면서 나는 비로소 동네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동네를 안다는 것은 작은 차이를 발견하는 일이다. 차이는 세상의 존재들이 각기 다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미묘하지만 다름에서부터 관심과 애정이 생겨나고, 삶의 다양성이 발현될 수 있다. 지역으로 파고드는 문화기획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어떤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일상적인 장소들이 가지는 사소한 차이를 드러냄으로써 건강하고 풍요로운 지역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요즘 나는 걸어 다니다 틈날 때면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어 동네를 담아둔다. 사는 동네도 그렇고, 친지나 지인이 있는 동네도, 새로 사무실이 이사한 동네들도 가급적 담아두려 한다. 물론 아무런 의미나 가치도 없고, 쉽게 지워질지도 모를 사진들이다. 그냥 그 일은 동네에 건네는 나만의 인사 같은 일이다. 그러다 운이 좋아 동네의 매력을 알게 되길 기대하며.

문화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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