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 울산지역 주민의 사랑 속에서 성장해 온 국제신문이 지령 2만 호를 돌파했다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한 언론의 역할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반세기를 뛰어넘는 기간 동안 지역 주민들이 서로 의지하고 협동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데 언론은 등불의 역할을 다해 왔습니다. 언론은 서로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지성을 공유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언론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 속에서 사회가 발전하고 인간생활이 확대되면서 복잡한 사회에서 신속하게 변화의 정보를 구하는 데는 언론이 유용한 수단이 됩니다.

국제신문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 1학년 때인 1958년이었습니다. 제가 보낸 간단한 내용의 원고가 기사화됐습니다. 제게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항구도시 부산은 당시 일본으로부터 밀수가 빈번했고 부산세관에서 압수한 물자가 공무원들에 의해 유출되는 사건 보도를 보고 비판의 글을 투고한 게 보도됐습니다. 저에게는 처음으로 제 이름과 함께 보도됐으니 당시의 감격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국제신문과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그리고 1961년 4·19 학생의거가 일어났고 국제신문에서 대학생 대표가 몇몇 모여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1980년 전두환정권이 주도한 신군부가 집권한 뒤 언론통폐합을 단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보도지침을 내걸며 언론을 통제하다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언론사 통폐합을 감행했습니다. 이 작업을 맡은 보안사령부는 언론인과 언론사를 강압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구타와 고문까지 동원했고 국제신문을 강제로 부산일보에 통폐합시켰습니다. 지역 신문사로서는 완전한 독립 신문사로 성장한 국제신문사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일이었습니다. 자본이나 수익 면에서 훨씬 앞선 국제신문사를 일도일사(一道一社) 원칙 하에 통폐합시켰습니다.

전국에 걸친 언론사 통폐합 사태는 언론 역사에 최초이자 최후의 언론 탄압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날이 1980년 11월 25일이고 국제신문은 지령 1만992호를 끝으로 종간되었습니다. 제가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는 이유는 통폐합이 된 다음 해 국회 문광위원회 야당 의원으로 소속돼 ‘언론사 강제 통폐합 청문회’ 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언론통폐합을 주도한 허문도 증인에게 국제신문을 부산일보에 통폐합시킨 기준을 따지면서 “소어(小魚)가 대어(大魚)를 식(食)했나”는 세간의 얘기를 인용한 것도 기억납니다.

당시 신군부는 언론인 강제 해직, 언론사 통폐합, 언론기본법 제정 등 비민주적인 악법으로 언론을 탄압했습니다. 1980년 언론기본법 제정 이후 1987년 11월 10일 폐기될 때까지 권력이 언론의 목줄을 쥐고 있었고 이 기간은 자유 언론의 암흑기라고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이 같은 엄혹한 시련을 겪었지만 국제신문은 다시 살아나 힘 있는 도약을 시도했습니다. 역사적 사명감을 잊지 않고 오늘의 국제신문을 재건한 데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 시련의 역사는 강인한 발전의 자산이 되리라 믿습니다. 언론은 여론을 반영한다는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민주 정치는 여론 정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론을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곳이 언론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중요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만 언론은 사실을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21세기 첨단 정보화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변화에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 문제의 중심에는 언론의 몫이 있습니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고 불립니다. 이제 누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느냐의 전쟁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올바른 윤리 의식과 능력입니다. 언론이 다양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사가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흐르는 경향 또한 경계해야 합니다. 이제 다시 한번 언론의 역할에 대해 본론적으로 돌아가서 자성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국회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