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이 지령 2만 호를 찍었다. 긴 세월 동안 갖은 고통을 극복하고 지역의 정론지로 우뚝 선 국제신문은 우리 지역의 큰 자랑이고 자긍심이다. 국제신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독자와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급변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은 종이신문의 위기를 야기한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거의 모든 산업분야가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학의 경우도 단순히 학령인구의 급감이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초일류대학에서 발신된 최고의 강의 콘텐츠가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의료계나 법조계도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지고 올 여파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기업 또한 많이 있다. 지난달 중국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를 방문했다. 베이징이라는 수도가 아닌 지방도시 항저우에 세상을 호령하는 신생 기업이 위치해 있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경이로울 따름이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기술자로 북적거리고, 얼굴 인식 결제 시스템과 같은 최첨단 기술이 개발돼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다. 항저우발 천지개벽이 시작되고 있음이다. 결국, 세상은 혁신이 있는 곳만이 살아남게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1980년대 강제 폐간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극복하며 부활한 국제신문은 이제는 그 축적된 저력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과감한 혁신을 이끌어 낼 것으로 애독자들은 굳게 믿고 있다. 곧 혁신의 아이콘이 되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신문의 애독자로서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첫째, 혁신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 아이디어를 거의 매달같이 지면에 반영한다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뒷면에 위치해 있던 오피니언난 일부를 과감하게 1면으로 옮겼다. 또한 대학과 함께 온라인 합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이 인수한 이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거의 매일같이 쏟아내고 있다. 자연히 독자들의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둘째, 기사의 차별화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서울발 뉴스가 많으니 중앙지에 유리한 구조이다. 따라서 지역지는 새롭고 독특한 관점의 기사로 승부해야만 한다. 미국의 경우, 제아무리 워싱턴발 기사라 하더라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나 시카고트리뷴의 시각을 들여다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셋째, 지역의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지역’을 지향해야 한다. 해외에 사는 우리 동포가 이미 700만 명을 넘어섰다. 해외에 거주하는 부산·경남인들에게 고향 소식을 전해주고, 또 그분들의 소식을 우리 지역에 전함으로써 글로벌 지역민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과 해외 교민을 연결하는 중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넷째, 저비용 고품질의 신문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작금의 미디어환경을 고려하면 고비용 구조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그렇다고 저비용화를 추구한다고 신문의 품질을 희생할 수는 더더욱 없다. 이러한 저비용-고품질의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요즘 유행하는 ‘공유’ 개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제신문은 이름에 걸맞게 생생한 국제뉴스를 많이 다루어야 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나의 아이디어는 항공사들이 코드 셰어링으로 전 세계 도시에 취항하는 효과를 누리듯이, 국제신문은 해외 주요 도시들의 지역신문과 적극 제휴해 그들에게 특파원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거꾸로 국제신문은 이들 해외 제휴 신문의 한국특파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대학의 언론 관련 학과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기사 작성의 기회를 주고 채택된 기사를 지면에 반영한다면 신문사는 기자를 대폭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고, 학생들은 철저한 현장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윈윈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역신문은 지역민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지역에서는 지방지가 중앙지보다 훨씬 구독 부수가 많다. 지역민들의 사랑이 있고, 지역의 것(things local)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민들이 지령 2만 호를 맞은 국제신문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바라는 바이다.

동서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