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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자영업 세입자가 마음 편히 장사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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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3-01 18:46:0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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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2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4.1%에 비해 크게 높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자영업자 대부분은 남의 건물에 세 들어 장사를 하는데, 대개 건물주와 2년 단위의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일단 자영업에 뛰어들면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전망은 밝지 않다. 자영업의 5년 생존율이 약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소문이 좋게 나고 빠르게 손님이 늘어나면 대박이다. 게다가 운이 좋아 가게가 핫 플레이스에 속하게 되면 큰돈을 벌 기회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가게의 자영업자는 상가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임차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유권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개인 간의 사적 관계에서 계약자유의 원칙 또한 확고하게 인정돼야 한다. 각자는 소유권(재산권)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계약을 맺는다. 이게 민법의 기본원리다.

그런데 상가건물을 임차한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잘돼도 걱정이다. 건물주가 달라는 대로 임차인은 임대료를 올려줘야 한다. 결국 자영업자는 열심히 장사를 해도 남는 게 별로 없게 된다. 만약 임대료 인상을 거부하면 세입자는 2년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건물주의 ‘나가라’는 말 한마디에 가게를 비워야 한다. 이렇게 임차인 자영업자는 꿈도 희망도 잃게 된다. 이건 누가 봐도 옳지 않다. 왜 그럴까.

첫째, 정의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임대료는 임대인이 부동산 소유를 바탕으로 임차인이 창출한 가치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다. 상가건물에서 창출된 가치 대부분은 임차인이 이룬 것이다. 건물주의 노력도 일부 기여를 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게 아니다. 또 하나는 ‘운’이다. 운이 좋아 핫 플레이스에 속한 것이다. 그런데 건물주가 창출된 가치를 독식하다시피 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이것은 상가건물 임대 시장에서 임대인(건물주)의 일방적인 우월적 지위 때문에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 기인한다.

둘째, 경제성장에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공급의 확대가 가능한 것에 보상을 많이 해줄수록 공급이 늘어나 경제가 성장한다. 가령, 임차인이 장사를 열심히 하고 손님이 늘어난 만큼 매출을 더 늘린다면 이는 공급의 확대로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이다. 하지만 임차인의 성과가 건물주에게 과도하게 이전되면 지대의 상승만 초래할 뿐 공급의 확대는 불러오지 못한다. 자원을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 효율적 사용처로 재배분해야 경제의 역동성이 커진다. 그런데 상가건물 임대 시장은 자원의 비효율적 재배분이 일어나 경제성장을 해친다.

이런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건물주의 재산권과 세입자의 마음 편히 장사할 권리 간에 정의로운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생겼다. 이 법은 민주노동당의 노력으로 2001년 12월 제정됐고 2003년 1월 시행된 후 10차례나 개정됐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세입자가 마음 편히 장사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가장 큰 문제는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으로 제한한 것이다. 법 제10조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그 기간을 5년으로 제한했다. 자영업의 5년 생존율이 30%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5년만 법적 보호를 하겠다는 것은 임차인 자영업자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겨우 살아남아 장사가 될 만하면 그 성과를 건물주가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을뿐더러 경제성장에도 역행한다.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계약갱신요구권의 기간 제한을 사실상 없애는 게 옳다.
다음으로 큰 문제는 법 제2조의 ‘환산보증금’이다. 환산보증금은 월세에 100을 곱한 금액에 보증금을 더한 금액인데, 이 금액 이하의 임대차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되고, 이 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지난 1월 23일 시행령 개정으로 환산보증금 액수가 지역별로 50% 이상 대폭 인상됐다. 그래서 환산보증금이 서울은 4억 원에서 6억1000만 원으로, 과밀억제권역은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광역시와 안산·용인·김포·광주는 2억4000만 원에서 3억9000만 원으로, 그 밖의 지역은 1억8000만 원에서 2억7000만 원으로 상향됐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환산보증금을 초과하지 않는 임차인’이 전체의 60∼70%였는데, 시행령 개정으로 90%까지 높아졌다. 서울은 95% 정도로 추산된다. 여전히 5∼10%의 임차인은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임대료 인상률 제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1월의 시행령 개정으로 상가건물 임대료 인상률이 9%에서 5%로 인하됐음에도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인들은 이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또 이들은 ‘보증금 우선변제권’과 ‘보증금의 월차임 전환 시 산정률 제한’ 조항도 적용받지 못한다.

2015년 기준으로 명동, 강남대로, 청담동 등지 서울의 상위 5개 상권은 평균 환산보증금이 약 8억 원이다. 이 상권의 상인들은 지난 1월 단행된 환산보증금 대폭 인상 조치의 수혜에서 제외됐다. 환산보증금이 높은 중심 상권의 건물주들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구속을 받지 않고 마음껏 지대추구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중심 상권에서 내쫓긴 상인들은 중산층으로 살아갈 자산을 잃게 된다. 이는 정의에 어긋하고 경제성장에도 역행한다. 그래서 일본과 독일은 법적 보호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다. 환산보증금 제도는 폐지하는 게 옳다.

   
상가건물 임대차 시장은 보다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영세 세입자뿐만 아니라 ‘모든 세입자의 마음 편히 장사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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