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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부산발 베를린행 특급열차

북한 평창 참가 계기 한반도 철도연결 재개…부산이 이니셔티브 쥐고 유라시아 물류 개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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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15 19:29:45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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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여행은 묘한 설렘이 있다. 덜컹덜컹 금속성 쇳소리가 주는 자극과 차창에 펼쳐지는 운치는 기차 여행의 별미다. 기차 여행의 최적기는 아무래도 겨울이다. 환상선 눈꽃 열차를 타보고 싶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싣고도 싶어진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키로 한 북한 대표단이 막힌 남북 철길을 열어 준다면! 잠시 꿈 아닌 꿈을 꾸어본다. 북한 대표단 참가로 결빙(結氷)된 남북관계가 해빙(解氷)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답답한 북핵 문제의 실마리가 풀려 남북 간 화해·협력의 신시대가 열린다면! 그래서 금년엔 부산발 베를린행 특급 열차의 기적(汽笛)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연초에 무슨 ‘맹랑한 꿈’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꿈까지 괄시하진 마시라. 답답한 현실, 꿈이라도 꾸고 살아야 하지 않나? 우리가 매너리즘에 빠져 혹시 꿈꾸는 법조차 잊어버린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첫 번째 꿈은 한반도 종단철도(TKR) 운행이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신의주 또는 나진까지 달리는 철도. 실현 불가능한 얘기가 결코 아니다. 서울~신의주 경의선은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에 완성된 상태다. 오랜 방치로 인해 녹이 슬었겠지만, 평창 합의처럼 남북이 의기투합하면 재개가 가능한 노선이다.

기억할 것이다. 2015년 벽두, 박근혜 정부가 ‘서울~신의주·나진 한반도 종단철도’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사실을. 비록 선언에 그치고 말았지만, 보수정권에서조차 한반도 종단철도는 매력적인 통일기반 사업으로 인식됐다.

남북 철도 잇기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일관된 대북 정책이었다. 당시 정부는 군사분계선으로 잘린 한반도 종단철도를 먼저 잇고, 이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 횡단철도(TCR)와 연결해 유럽으로 간다는 구상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이해가 다소 엇갈린 부분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주변 강대국들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차에, 평창을 지렛대로 한 남북한 대화가 재개됐다. 6개월 전,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뒤늦게 약발을 받은 격이랄까. 선수단 규모, 체류 문제 등 현안들이 속전속결 합의되는 걸 보면서, 남북이 마음만 먹으면 해결 안 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중요하다. 위기 돌파의 정치를 펼쳐질 수 있는 적기라는 말이다.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라, 지방정부도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관전자나 구경꾼은 역사를 새로 쓸 수 없다. 여기서, 대한민국 모든 지방의 맏형격인 부산의 역할 하나를 주문한다. 한반도 종단철도의 산파 또는 돌파구로 나서 보라는 것이다. 부산은 세계 간선 항로의 요충지인 데다 대륙 철도 물류의 기종점이다. 근현대사 속의 부산은 이미 그런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한반도는 일제에 의해 대륙과 철도로 연결된 적이 있다. 대륙 침략을 획책한 일제는 1900년 초부터 경인선, 경부선을 놓고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들어갔다. 군국주의의 무서운 질주였다. 분단이 아니었으면 그 대륙 철도가 지금도 가동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 당시 철도 기점은 부산이었다.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였기에 수도 개념이 없었고, 결국 일본 도쿄가 그들의 수도일 수밖에 없어 가장 가까운 부산이 기점이 된 것이다. 철도로 운송된 수탈 화물이 국제여객터미널의 ‘부산잔교역’을 통해 배편으로 규슈로 건너갔다. 철도 근대사는 서울보다 부산의 중심성이 두드러진다. 모든 게 서울 중심인 현실에서 부산이 중심성을 가졌다는 건 국제 역학상 시사하는 바가 가볍지 않다. 일제가 활용(또는 악용)한 부산의 중심성을 부산발전 전략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마저 일제의 잔재라면 할 말이 없지만, 국제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냉혹하다.

한반도 종단 열차의 이니셔티브는 지정학적으로나 물류 흐름상 부산이 쥘 수밖에 없다. 한일 해저터널 논의에서도 이 관점은 중요하다. 남북한을 포함한 유라시아 전체의 물류 흐름을 읽는 가운데 부산의 이니셔티브와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평창 참가 소식이 전해졌을 때, 베를린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베를린자유대학의 박성조 종신교수였다. 부산 출신의 박 교수는 “부산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라며 안부부터 물어왔다. 약간 머뭇거리자 그는 “북한 빗장을 열어 유라시아로 달려가야 한다. 그게 부산이 살길이다. 지방선거 때 그런 글로벌하고 진취적인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멀리서 고향 걱정하는 노교수의 말이 잔소리로만 들리지 않았다. ‘부산발 베를린행 특급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은 비단 박 교수만이 아닐 것이다.

칼럼니스트·스토리랩 수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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