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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유마도’에 담긴 조선통신사 교훈 /정상도

강남주 전 총장이 그린 화가 변박의 사행 여정, 유네스코 등재와 겹경사

평화·선린외교의 참뜻, 한일 새 시대 활로 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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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열두 차례 이뤄진 조선통신사 사행 중 11차는 1763년 8월 3일부터 1764년 7월 8일까지 300여 일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영조가 도쿠가와 이에하루의 바쿠후(幕府) 10대 장군 취임을 축하하려 보냈다. 에도(도쿄)까지 다녀온 마지막 조선통신사다. 12차 사행이 대마도에서 그침에 따라 조선통신사의 사실상 대미로 평가된다. 특히 귀국길에서 겪은 통신사 일원 최천종 피살사건은 외교사절이 공무 수행 중 변을 당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11차 사행은 대표 격인 정사(正使)를 뽑는 과정부터 만만찮았다. 처음 내정됐던 서명응이 옥사에 연루된 탓에 대타로 떠오른 정상순마저 노모를 이유로 거부하자 최종 낙점된 인물이 조엄(趙曮)이었다. 동래부사와 경상도관찰사를 지내며 쌓은 일본과의 교섭 경력을 고려했을 듯하다.

조엄은 부산에 큰 선물 두 개를 남겼다. 하나는 고구마다. 1763년 10월 대마도에 머물던 조엄은 처음 보는 식물에 주목했다. 흉년을 견뎌낼 수 있는 구황작물로 손색이 없음을 간파한 것이다. 조엄이 구한 고구마 종자와 자료를 바탕으로 우여곡절 끝에 절영도(영도)에서 조내기 고구마가 뿌리를 내렸다.

또 하나는 동래부의 관리로 있던 변박(卞璞)의 발탁이다. 그 인연은 조엄이 동래부사로 있을 때 변박의 그림 솜씨를 인정하면서 시작됐다. 임진왜란 이후 동래는 국방 요충지였다. 동래부에는 행정 업무를 맡는 작청(作廳)과 군사 및 치안을 담당하는 무청(武廳)을 뒀다. 변박은 중인 신분으로 무청 소속이면서도 글씨나 그림에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 동래부 동헌 대문 이름인 ‘동래독진대아문’(東萊獨鎭大衙門) 현판 글씨, 임진왜란 당시 부산진성과 동래성 항전을 묘사한 ‘부산진 순절도’(보물 제391호) ‘동래부 순절도’(보물 제392호) 등이 그의 작품이다.

조엄은 그를 통신사 일행에 넣었다. 궁중 도화원 신분이 아니었으므로 사행선의 기선장 역할을 맡겼다. 그렇게 사행길에 오른 변박은 ‘묵매도’(墨梅圖) ‘송하호도’(松下虎圖) ‘유마도’(柳馬圖) 등을 남겼다.

변방의 화가로 역사에 묻혀 있던 변박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통신사 기록물에 초량왜관을 그린 ‘왜관도’(倭館圖)와 함께 ‘묵매도’ ‘송하호도’ 등 그의 세 작품이 포함됐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외교 기록, 여정 기록, 문화교류 기록 등 111건, 333점이다. 한국 자료는 부산박물관을 비롯해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소장된 63건, 124점이다. 일본은 48건, 209점이다.
더 반가운 건 때맞춰 변박의 사행 여정을 그린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그것도 유네스코 한일 공동 등재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노학자의 노력에 힘입어.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한일 학술위원회 한국 학술위원장인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의 첫 장편소설 ‘유마도-조선통신사 변박, 버드나무 아래 말을 그리다’(산지니)가 그 주인공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그가 일본 시코쿠섬의 사찰 호넨지(法然寺)에 보관된 ‘유마도’를 눈으로 보고 4년가량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그 밑바탕엔 조선통신사의 의미를 오늘에 되살리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깔려 있다. ‘조선통신사냐, 조공통신사냐’는 의문이 시발점이었다. 조선통신사는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회에 걸쳐 조선에서 일본으로 파견된 선린외교 사절이지만, 조공 사절로 폄훼하는 일부 시각이 일본 등에 있었다. 그는 일본 고교의 검인정 교과서 8종을 모두 사들여 비교 연구하며 당시 두 나라가 대등한 교류를 했다는 점을 확신했다. ‘조선통신사를 조공통신사라 하는 이는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일본인 조선통신사 연구자 나카오 히로시의 말이 궤를 같이한다.

조선통신사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두 나라 정부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부산문화재단, 일본의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등 민간단체가 주도하며 평화와 선린외교의 상징임을 강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 일본이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에 압력을 행사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무산된 것은 역사의 교훈을 외면하려는 일본의 이면이다.

그것은 소설 ‘유마도’에도 실린 최천종 피살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국 외교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이 사건을 절도에서 비화한 우발적인 일로 뭉개려 했음은 기록이 증명한다. 또 그 배후엔 역관무역의 이권 다툼, 일본인 특히 대마도인의 간교함 등이 똬리를 틀고 있었음을 빼놓을 수 없다. 강 전 총장은 ‘평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선통신사 200년 역사가 오늘에 전하는 교훈이다.

논설위원 jsdo @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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