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서류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는 폭스바겐의 32개 차종, 8만3000대에 대해 환경부가 인증취소와 판매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당연한 조치다. 또 배출가스 성적서를 위조한 24개 차종, 5만7000대에 과징금 178억 원을 매기기로 한 것도 잘한 일이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버티기로 일관한 다국적기업을 더는 용납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듯 해 막힌 숨이 뚫린다.
환경부와 검찰의 조사를 보면 폭스바겐의 우리나라 무시 행태는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해 11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 들통난 것을 비롯해 국내 기관의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연비 등 각종 시험성적서를 엉터리로 작성해 제출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연비 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 소비자에게는 약 17조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에는 100억 원 가량의 사회공헌기금으로 가름하겠다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 인증서류 위조와 관련해서도 지난달 25일 열린 청문회에서 서류 수정은 인정하나 배출가스 기준 등은 만족시키기 때문에 인증취소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궤변을 늘어 놓았다. 게다가 과징금 감소를 목적으로 청문회 하루 전날부터 행정처분 대상이 되는 차량에 대해 자발적으로 판매중단에 들어가는 등의 꼼수도 자행했다.
환경부의 조치에 따라 폭스바겐은 국내시장에서 퇴출위기에 몰렸다. 행정처분 취소 소송 등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겠으나 가능성은 낮다. 또 기업 호감도가 극도로 나빠진 터라 소비자들의 재선택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는 비윤리적인 기업의 자업자득인만큼 동정의 여지는 없다.
정부도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는 다국적기업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다. 현재 옥시와 3M 등은 살인 가습기 살균제와 독성물질이 포함된 항균필터 판매로 질타를 받으면서도 안하무인으로 일관,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규 미비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폭스바겐에 대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악덕 다국적기업을 단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