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줄이자는 정부 대책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가 경유차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니 가당찮다. 미세먼지가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라면 어디서 얼마나 생겨 어떻게 퍼지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합당한 대책을 내놓는 게 순서다. 그런데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에 내놓은 대책이 경유 가격 인상이나 경유차 환경부담금 부과라니 납득하기 어렵다. 버스, 승합차, 트럭 등 경유차는 서민생활과 직결된다. '서민 증세' '꼼수 증세'라는 비판이 커지는 이유다.

우리나라 공기질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기질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 45.51점으로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중 173위다. 특히 공기질의 세부 조사항목 중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는 174위다. 탄소 저감과 환경개선 노력을 게을리한 탓으로 분석된다. 하루가 멀다하고 내려지는 미세먼지 주의보는 위기감을 더한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1군 발암물질이다.

그런데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다듬어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주요 미세먼지 배출원으로는 중국과 함께 경유차나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 중소 제조업체 등이 꼽힌다. 문제는 미세먼지 배출원이나 배출량 등에 대한 정확한 근거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경유차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최근까지 경유차를 늘리는 정책을 펴왔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경유차를 둘러싼 정부 부처의 이견은 더욱 마뜩잖다. 이미 경유차를 타깃으로 정해 놓고 부담을 져야 할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부처에 유리한 잣대를 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경유 가격을 올리자는 환경부나 경유 가격 인상은 세금 인상이라는 반박 논리를 내세우며 환경개선부담금을 경유차에 매기자는 기획재정부가 그 예다. 그러니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자료부터 만들어 실현가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 부담은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