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보다 든든한 게 또 있을까. 가족은 영어로 family다. 미국인은 이 말을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아빠 그리고 엄마, 사랑합니다)'로 풀기도 한다. 왜 애들만 부모를 사랑하겠는가. 그 사랑보다 깊고 넓은 게 부모의 사랑이다. 그러니 'Father and Mother Indeed Love You(아빠와 엄마는 너희를 정말 사랑한단다)'는 말도 괜찮겠다. 언제나 가슴 뭉클해지는 말. 바로 가족이다.
그런데 요즘, 그런 가족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300쌍의 부부가 이혼한다. 2분에 한 쌍꼴이다. 아시아 제1의 이혼공화국이란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데 국가의 앞날이 깜깜하다. 이 와중에 한 줄기 빛이랄까. 가족붕괴에 반발하는 새로운 가족스타일이 생겼다. 젊은 세대인 네스팅(nesting)족이다. 이들은 말한다. "직장이나 명예보다 보금자리(nest)인 가정을 더 챙기는 게 행복하다"고. 노인세대도 변하고 있다. 통크족(TONK: Two Only No Kids), 오팔족(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이다. 손주를 돌보던 전통적 조부모 역할을 떨쳐내고 자신의 노후를 꾸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느그 자슥은 인자 느그가 챙기라." 그리곤 손주 대신 배우자 손을 잡는다. '미우나 고우나'이고 '미워도 다시 한 번'이다.

이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가족행복이 최고 목표이고 그 실천수단이 곧 운동이다. 네스팅족은 평일엔 칼퇴근하고 휴일엔 가족끼리 캠핑 낚시 공놀이를 즐긴다. 그렇다면 운동이 과연 가족의 화목에 기여하는가. 특강에서든 카페모임에서든 사람들이 내게 던지는 단골 질문이다. 내 대답은 늘 '그렇다'이다. 나는 20여 년간 운동의 교육효과를 살펴왔다. 한결 같은 결과는 '좋은 운동은 행복을 낳는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대학교수들과 함께 운동으로 행동수정 교육을 했었다. 그 대상은 마약배달 아동, 학교폭력 가해자, 지역사회의 골칫거리들, 심지어 가족마저 두 손 두 발 다 든 애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이 교육 후 확 달라지곤 했다. 효도하고 봉사하며 공부까지 잘하는 아이가 됐다.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에는 효과가 더 컸다.

나는 기부단체 일들을 조금씩 돕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운동을 통한 행복교육의 자문역이다. 소외계층 자녀들의 자긍심과 행복감이 매년 커져간다. 심한 우울증으로 안방에서 은둔하던 엄마가 있었다. 그런데 복지사의 설득으로 딸과 함께 운동한 그녀는 이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우리 팀은 해마다 가정의 달 5월에 행복가족 체조페스티벌을 연다. 승패를 겨루는 게 아니라 가족끼리 함께하는 운동이다. 참가 가족들은 '아빠의 존재감이 팍팍 생겼다'거나 '서먹하던 가족이 소통하게 됐다'며 활짝 웃는다. 이런데도 내게 따지듯 묻는 이가 있다. "원래 소통하며 행복한 가정이니 함께 운동도 하는 것 아닙니까?" 그 소리에 담긴 뜻을 어찌 헤아리지 못할까. 하지만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니 행복해지더라'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은 언제나 명답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쑥스럽다거나 시간 없다고 외면하지 말고 운동을 시도해보자. 큰돈 들일 것도, 멀리 떠날 것도 없다. 동네 뒷산도, 바닷가도 좋다. 어떤 운동이든 약간 숨이 찰 때부터 15분만 더 해보자.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등의 행복호르몬이 팍팍 생긴다. 가족대화가 술술 풀린다. 소통이 저절로 된다. 행복가족, 운동으로 통한다.

부산교육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