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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두 개의 길 /김찬석

부산의 자랑 '테사모'…자율 대신 시 지원 선택, 결과는 내분과 몰락

'官으로부터 독립' 진통, BIFF 사태에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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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BIFF) 문제로 소란스러운 와중에 부산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국제행사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2016 부산오픈챌린저투어 테니스대회(총상금 10만 달러 + H)가 그것이다. 어제 스포원코트에서의 결승전을 끝으로 9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이 대회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테니스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권위가 있지만 올해는 그 명성이 무색해졌다.

공교롭게도 BIFF도, 부산오픈테니스도 지금 호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 홍역의 시발이 대조적이다. BIFF는 부산시로부터 독립 과정에서의 진통이다. 부산시는 시장 당연직이던 조직위원장직을 내려놓는 대신 영화제의 개혁을 요구했다. 반면 영화인들은 시의 지나친 간섭이라며 거부했다.

부산오픈테니스는 반대다. 자율을 버리고 시의 품에 안긴 것이 사단의 불씨였다. 시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재정적 불안이 사라지자 초심도 함께 사그라들었다.

부산오픈테니스는 1999년 국내대회로 출발했다. 테니스에 미친 동호인 10여 명이 테사모(테니스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단체를 만들어 대회를 개최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회원들은 호주머니를 털어 대회 비용을 마련했고, 대회 준비를 위해 생업을 미뤄가며 뛰어다녔다.

2003년부터는 국제대회로 격상했다. 개최 비용이나 대회 운영이 국내대회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테사모의 무모하면서도 의미 있는 도전이 국제신문 보도를 시작으로 알려지면서 테사모의 취지에 공감하는 전국의 테니스 동호인들로 웹테사모까지 결성됐다.

여기까지가 테사모 순수의 시절이었다. 2004년부터 시의 지원이 시작됐다. 첫해는 1억 원이었다. 테사모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시의 지원은 독이 든 사과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시 지원금은 늘어났고, 회원들의 호주머니를 털던 걱정이 사라진 자리에 테사모의 내분이 돋아났다.

현 협회장 포함 최근 3명의 부산테니스협회장은 테사모 창립 회원이다. 그런데도 협회장 선거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는 등 회장직 인수인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부산테니스협회 측이 테사모의 재정 운영에 비리가 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해 수사가 시작됐고, 테사모 사무국장이 기소돼 최근 1심 판결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테사모 측이 협회의 재정 운영을 문제삼아 역으로 진정서를 넣는 진흙탕 싸움이 전개됐다.

BIFF 사태에서 영화인들은 뭉쳤다. 영화인들의 기득권 옹호 의식이 지나치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지만 어쨌든 영화인들은 힘을 합쳤다. 올해 BIFF를 보이콧하겠다고까지 했다. 반면 테사모는 창립 회원들의 탈퇴가 줄을 이었고, 진정서 공방에서 보듯 목불인견의 사태가 연출됐다.

테사모에게 시의 지원은 결코 공짜점심이 아니었다. 먹을 땐 몰랐지만 다음 달 신용카드 명세서에 어김없이 비용이 더해졌다. 시의 지원금에 의존하면서 한국 테니스의 자랑이던 테사모가 몰락의 길을 걸었으니 대가치고는 참으로 혹독하다.

올해 대회 시의 지원금은 2억7000만 원이다. 시 지원금으로 총상금 10만 달러에 선수 숙식 지원(Hospitality)까지 포함한 대회 경비 충당에 아무 문제가 없다. 반면 주최자로서의 영예는 많다. 어물전에 파리가 꼬이는 이유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시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시가 지원을 중단하면 테사모가 일부 운영진의 독단적 운영으로 치달을 일도 없고, 외부에서 눈독을 들이고 흔들어대는 일도 없다.

테사모는 사무국장의 비리로 인해 시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올해 대회의 시 지원금은 부산테니스협회를 통해 우회 지원됐다. 대회 운영도 사실상 협회가 전면에 나섰다. 테니스 동호인 단체로서는 최고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던 테사모가 본업인 대회 운영에서조차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부산시는 앞으로의 대회 운영을 테사모도, 부산테니스협회도 아닌 조직위원회 형태로 모색하고 있다. 사태의 원인 제공자들에게 대회를 맡길 수는 없으니 제3의 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BIFF는 영화인들의 기득권 의식이 문제이지만 영화제를 시로부터 독립시킨다는 명분은 옳다. 반면 테사모는 자율을 버리고 시의 지원을 택했으니 명분에서도 밀린다.

칭기즈칸은 몽골인들이 말에서 내리는 날, 몽골제국이 무너질 것이라며 후손들을 경계했다. 그러나 세계제국의 영화에 안분자족한 칸의 후예들은 유목생활을 버리고 정착생활에 들어갔고, 결국 원 제국은 다시 몽골의 허허벌판으로 쫓겨갔다.

테사모도 그렇게 말에서 내렸다. 원의 후예들은 돌아갈 초원이라도 있었지만 테사모는 갈 곳이 없다. 맨손으로 다시 시작하려해도 너무 멀리 와버렸다.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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