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은 교육기관으로 크게 학교교과교습학원과 평생직업교육학원으로 크게 나눈다. 학교교과교습학원은 초·중·고교 재학생을 위한 보충학습을 하는 보습학원, 외국어학원, 재수생을 위한 입시학원, 음악학원, 미술학원 등이다. 평생직업교육학원은 정보처리 산업기술 컴퓨터 식음료 무용 디자인 고시 등 성인을 대상으로 각종 직업기술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학원을 말한다. 부산에는 이 같은 5000여 학원이 교육청에 등록돼 있고 학원 종사자들은 20만 명 정도로 부산 인구의 6%가량된다.
5000여 학원 중 학교교과교습학원은 어느 정권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사교육비 경감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사교육을 악의 축으로 삼아 근절하는 정책을 남발하다시피 했다. 전두환 정부 시절의 재학생 학원 출입금지, 이후 학교 내 학원을 설립한 방과후 학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학원 교습시간 제한, 학원 교습비 규제 등이 이러한 정책들이다.
이 중 방과후 학교는 무상교육을 표방하는 의무교육기관이 유상 수업을 하는 것이며 일부 강좌는 분당 수업료가 교육청에 고시된 학원의 교습료보다 높다. 학교에서 수업하고는 있지만, 그 주체가 사교육 기업인 곳이 많아 학원의 장소가 학교로 옮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방과후 학교는 애초 취지대로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녀와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대상으로 희망 학생에 한정해 무상으로 운영돼야 한다.
다음으로 EBS 교재를 정부가 관여해 공급함으로써 전국 출판업계가 위축 내지는 도산 직전인 상황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수의 교과 학습지 저자가 자신의 연구 업적을 교재화해 학생들의 학습 보조 자료로 쓸 수 있던 때와 달리 일부 EBS 교재의 수능 연계라는 파행적 정책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따라서 EBS 교재에 편중한 학습으로 학습자의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고, 다양한 학습이 이뤄지도록 수능 출제의 풀을 다양화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학원의 영업권을 박탈하는 교습시간 제한도 철폐돼야 한다. 청소년의 행복추구권 또는 학생의 건강을 위해 교습시간을 제한한다면 대한민국은 담배와 주류 생산도 금지해 국민 전체의 건강을 보장해야 하지 않는가? 각종 학원규제정책으로 설 곳이 없어진 학원인들은 급기야 불법 혹은 음성 과외 교습자로 전락해 잠재적 범죄자로 사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가가 건전한 시민을 보이지 않는 쇠고랑을 채우고,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 자꾸 밀어 넣는 형국이다.
정부의 학원 관련 각종 규제는 또 다른 풍선효과를 일으켜 불법 교습소, 공부방, 미신고 개인과외, 기업형 불법 과외를 양산하고 국민의 체감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정치권은 이 지하경제를 양성화시키는 각종 입법조치(개인과외 규제 등)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정책이 제도권 속에서 가장 저렴한 교습비를 받는 학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많은 학원 종사자가 법적 규제도 없고, 조세 의무도 부담치 않는 불법교습소, 공부방, 미신고 과외로 전환하고 있다. 불법 교습소와 개인과외 교습자가 늘면 이는 실질적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고 지하경제규모의 팽창을 막지 못한다.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사교육비 경감은 철저하게 자유시장 경제논리에 따라 수요, 공급의 원리에 의존하도록 해야 한다. 공교육과 사교육 간 경쟁과 보완, 이에 입각한 학습 수요자의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수요, 공급의 논리에 의해 공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동시에 질 좋고 저렴한 사교육은 살아남게 되어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 역시 줄어들 것이다.
전 세계의 모든 교육은 '개인-사적인 교육'으로부터 시작해 '공공의 교육'으로 발전했다. 즉 모든 공교육의 시발점은 사교육이었으며 앞으로도 사교육은 공교육의 보완재로 그 중차대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때 교육 전반의 양적 질적 향상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정책 입안자와 시민들이 주지해 주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사)한국학원총연합회 부산시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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