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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호루라기를 허(許)하라 /김찬석

공익신고자 보호·지원, 법은 있으나 조례 미비

원전 사고 은폐 부산, 내부 고발 중요성 더해…조례 제정·보완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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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회사에 근무하는 27세의 대졸 사원 구시오카는 운수회사들이 담합해 과도한 운임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측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는 관련 자료를 신문사에 넘겼고, 크게 보도됐다. 1974년의 일이다.

구시오카의 고난이 시작됐다. 한직인 연수원으로 발령이 났다. 그가 그곳에서 2006년 6월 정년퇴직 때까지 32년간 한 일이라는게 풀 뽑기, 난로 급유, 눈 치우기, 이부자리 정리였다. 승진은 물론 승급조차 없었고, 세후 월급은 18만 엔 그대로였다. 사측의 사주를 받은 폭력배들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수시로 위협했다.

견디다 못한 그가 2002년 회사를 상대로 정신적·물질적 손해배상과 사죄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장기간에 걸친 차별 대우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샀고, 결국 2004년 일본 '공익통보자보호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로 불리는 '공익신고자' 또는 '공익통보자'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구시오카는 모두를 대신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지만 고양이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조직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좋아할 관리자는 없다.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조직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문제가 터지면 내용 확인과 개선 조치보다는 제보자 색출에 급급하다. 최근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비밀 TF를 구성 운영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 아니면 누가 제보했겠는가. 그 공무원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8년 공공부문의 부패방지법, 2011년 민간부문의 공익신고자보호법이 각각 제정되면서 제보자의 신분 보장이 법제화됐다. 하지만 선언적 의미가 강한 데다 이를 보완해줄 조례 제정은 더디다.

우리가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제정하고 지자체가 조례를 만드는 것은 신고자를 최대한 보호하자는 취지다. 신고자가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제2, 제3의 신고자들이 호루라기를 불게 된다.

부산은 공익신고자가 더욱 필요하다. 부산시민공원,부산관광단지, 부산환경공단, 아시아드CC 등 출자출연기관 임직원들과 관련 공무원들의 비리가 꼬리를 문다. 부산시교육청은 최근 몇 년간 청렴도 심사에서 전국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원전이라는 특수한 요건이 더해진다. 고리는 세계 최대 원전밀집 지역이지만 원전의 잦은 고장은 물론 고장 사실의 조직적 은폐까지도 예사롭게 행해진다. 원전 마피아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는 원전의 비리는 내부 제보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하지만 부산시는 아직 관련 조례가 없고, 서구 사하구만 조례가 있다. 특히 서구는 2012년 8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조례를 제정했지만 내용은 빈약하다. 예를 들면 서구나 사하구 조례는 공익신고자보호·지원위원회의 위원장을 부구청장이 맡도록 하고 있다. 또 위원장을 제외한 6명 이내의 위원에 공무원도 들어 있다. 공직 내부 비리 고발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반면 서울시 조례는 위원장을 민간인이 맡고, 공무원으로는 외부 공모 방식으로 채용된 감사관만 참여한다. 또 시청에 설치된 공익제보센터와는 별개로 구성된 공익제보 민간네트워크에서 법률 상담과 함께 변호사를 통한 익명의 대리신고도 가능하다.

제보자 보호를 최우선한다면 전문기업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전문기업이 제보를 접수해 해당 기관에 넘겨주고, 처리 결과를 통보받아 제보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대표적 전문기업인 ㈜레드휘슬(www.redwhistle.org)에는 현재 기장군청 부산도시공사 사하구청 창원시청 경남교육청 울산교육청 부산항만공사 등 전국 225개 기관·기업이 가입해 있다. 제보자는 레드휘슬의 홈페이지에서 익명으로 가입 기관에 대한 제보가 가능하다.
미국 영화 '실크우드'(1983년작)는 오클라호마 플루토늄 가공처리공장 근로자들의 방사능 피폭 사고에 관한 내부고발자의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공장의 여성 근로자 실크우드는 증거 자료를 신문 기자에게 넘겨주려고 가다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는다. 사고 현장에서는 아무런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

구시오카와 실크우드의 공통점은 그들이 최후에 의지한 곳이 언론이라는 사실이다. 공익 제보 보루로서의 언론의 위상을 확인한다. 그러한 언론의 역할을 이제는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나눠가진다. 그 시험대가 17일 부산시청에서 (재)호루라기재단과 청렴사회실천부산네트워크, 부산시의회 윤리특위가 함께 여는 공익신고자 보호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다. 부산에서 안심하고 호루라기를 불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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