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지방자치의 적은 지방이다 /김찬석

홍준표-안상수 갈등, 중앙집권적 사고 잔재…지방자치는 뒷전으로

중앙정부 탓만 하지말고 자치단체·의회 분발해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적은 내부에 있다'는 말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에도 유효하다. 올해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에 대해 자치입법, 자주재정, 자주조직권 등 성인에 걸맞은 권한 이양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주적(主敵)은 어디까지나 권한 이양에 소극적인 중앙정부로 간주돼 왔다. 그렇다고 지방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라고 하는 더 큰 외부의 적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안상수 창원시장의 갈등 사태는 지방자치가 내부의 적에 의해 어떻게 위기에 빠지는가를 보여준다.

사태의 직접적 단초는 마산로봇랜드 민간사업자 교체를 둘러싼 과정에서의 이견이다. 안 시장은 창원시의 견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로봇랜드 사업에 참여한 경남도직원을 겨냥해 "이런 경우가 또 발생하면 문책하겠다"고 창원시청 간부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에 홍 지사가 "도 직원을 대기업에 특혜를 준 것처럼 발표하고 문책 운운하며 도 전체 직원을 모욕했다. 일개 창원시장이…"라며 앞으로 창원시와는 공동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아가 "되지도 않을 광역시 승격 문제를 가지고 정치놀음 하지 말라"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창원시의 광역시 승격 운동까지 거론했다.

홍 지사나 안 시장의 발언은 광역·기초단체장이 지방자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다. 창원시장이 경남도지사보다 한참 아래라는 관선시대 중앙집권적 사고가 깔려 있다. 타 지자체 직원에 대해 문책 운운한 것 역시 월권에 가깝다. 대등한 지자체로서의 상호존중은 찾아보기 어렵다. 두 사람 모두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중앙무대 정치인 출신인 탓인지 경남도와 창원시라는 광역·준광역 지자체조차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느낌이다.

창원은 '일개'라고 하기엔 너무 크다. 인구는 109만 명으로 울산광역시(119만 명)에 근접했다. 면적은 서울보다 넓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강원도보다 많으며, 수출액은 부산을 능가한다. 통합창원시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대표 출신인 안 시장이 후보로 출마하자 하향지원이 심하지 않느냐는 세간의 지적이 있었지만 창원시의 실질적 위상을 고려하면 적어도 터무니없는 판단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 창원을 '일개'로 표현한다면 경남의 다른 기초지자체에 대한 홍 지사의 시각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되지도 않을' 광역시라는 것도 그렇다. 창원이 아무리 광역시 승격을 외쳐봐야 경남도는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이다. 2000년대 초반 수원시가 광역시 승격을 강력하게 추진했었다. 당시 임창렬 경기도지사는 수원에 있는 경기도청을 용인이나 과천으로 이전하겠다며 압박해 수원시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수원의 광역시 승격 운동이 중앙정부가 아니라 경기도에 의해 일찌감치 좌절됐듯이 창원의 광역시 승격 운동 또한 경남도의 반대가 첫 관문이라는 사실이 우리 지방자치의 어정쩡한 현주소를 상징한다.

지방자치 내부의 적은 광역·기초단체장만이 아니다. 자치단체와 자치의회 역시 내부의 적이라는 점은 지방분권부산연대가 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2일 발표한 '지방자치 20년의 성과와 발전방향'이라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구·군의회 의정활동'에 대해 '부정적'(36.5%) 의견이 '긍정적'(19.9%) 의견보다 월등히 높았고, '광역의회 의정활동' 역시 '부정적'(40.3%)이 '긍정적'(32%)을 앞섰다. '부산시 행정에 시민의사가 잘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부정적'(40.2%) 의견이 '긍정적'(19.3%) 평가를 압도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것이 성년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자치단체·의회가 이처럼 부정적 평가를 받는 원인은 중앙정부에 의한 자치권의 제한 등 외부적 요인만이 아니다.

경남 산청군의회는 지난 5월 27일 무상급식 의무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가 6월 24일 재의를 통해 이를 부결시켰다. 대신 경남도가 추진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무상급식이 옳으냐,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이 옳으냐는 문제는 제쳐두고 어떻게 자치의회가 스스로 제정했던 조례를 불과 한달 만에 뒤집느냐는 것이다.

양산시는 지난 5월 시의회 의사국장(4급)과 전문위원(5급)을 시 기획예산담당관실(5급)에 무보직으로 전격 발령냈다. 이른바 '강민호 야구장' 건립 사업 예산이 시의회 에서 전액 삭감된 불만을 시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상식 이하의 인사로 표출한 것이다.

자치단체와 자치의회의 즉흥적, 감정적 일처리는 지방자치의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는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대해서만 권한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에게로만 책임을 돌리면 분권연대의 여론조사 결과는 매년 되풀이될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보수 텃밭 부산 서·동 지역구, 여권 총선 후보군 문전성시
  2. 2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 민투사업으로 본격 추진
  3. 3간소한 세간 8평 방에 가득 차…아내는 무릎 접고 새우잠
  4. 4광안대교 뷰·학세권 프리미엄…‘푸르지오 써밋’ 부산 첫 입성
  5. 5부산교통公·시설公 새 수장 오자마자…조직 화합 숙제
  6. 6파손된 도로 두 달 넘게 방치…건설사 늑장에 주민 ‘뺑뺑이’
  7. 7제때 치료 못 받아 숨진 환자, 경남·부산이 전국 3·4번째로 많아
  8. 8멈춰 선 국회…가덕건설공단·산은법 발목
  9. 9125㎞/h 도심 음주 질주, 5명 부상에도 벌금형…"성실히 일한 점 참작"
  10. 10가덕신공항, 부산박람회 유치 상관없이 2029년 개항 재차 확인
  1. 1보수 텃밭 부산 서·동 지역구, 여권 총선 후보군 문전성시
  2. 2멈춰 선 국회…가덕건설공단·산은법 발목
  3. 3역대급 강행군에 코피 흘린 윤 대통령
  4. 4부산시의회, ‘정당현수막 조례개정안’ 운명 25일 표결로 결정
  5. 5이재명 26일 영장심사…구속이든 기각이든 계파갈등 가속
  6. 6대법원장 공백 현실화…이재명 체포안 여파로 임명투표 사실상 무산
  7. 7국민의힘, 이언주 '주의 촉구' 징계 의결
  8. 8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친명계 중진 4인 출사표
  9. 9민주 내홍 반사효과에 기대지 않겠다? 與 민생행보 집중
  10. 10[뭐라노] 턱없이 적은 범죄피해구조금… 피해자와 가족 2번 운다
  1. 1간소한 세간 8평 방에 가득 차…아내는 무릎 접고 새우잠
  2. 2광안대교 뷰·학세권 프리미엄…‘푸르지오 써밋’ 부산 첫 입성
  3. 3부산서 무량판 적용 주상복합 부실시공 첫 확인
  4. 4‘어른 과자’ 농심 먹태깡, 600만 개 넘게 팔렸다
  5. 5숙박업 신고 않은 ‘생활형숙박시설’ 대한 이행강제금 처분 유예
  6. 6주담대·전세대출도 연말부터 앱으로 갈아탄다
  7. 7전기차 보조금, 올해 말까지 최대 780만 원 준다
  8. 8“부산역 주차요금, ‘코레일 톡’으로 결제하세요”
  9. 9부산 99%가 전용면적 10평(33㎡) 안돼…가구원 수 고려않고 동일면적 공급
  10. 10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 착수...1447만6000주 신주공모
  1. 1차세대 부산형 급행철도, 민투사업으로 본격 추진
  2. 2부산교통公·시설公 새 수장 오자마자…조직 화합 숙제
  3. 3파손된 도로 두 달 넘게 방치…건설사 늑장에 주민 ‘뺑뺑이’
  4. 4제때 치료 못 받아 숨진 환자, 경남·부산이 전국 3·4번째로 많아
  5. 5125㎞/h 도심 음주 질주, 5명 부상에도 벌금형…"성실히 일한 점 참작"
  6. 6가덕신공항, 부산박람회 유치 상관없이 2029년 개항 재차 확인
  7. 7日 원전 오염수 방류 한 달간 부산 바닷물 수산물은 '안전'
  8. 8합천 호텔사업 수백억 원대 대출금 상환 법적 다툼 본격화
  9. 9오늘 내일 부산 울산 경남에 '살짝' 가을비
  10. 10"겨우 유치한 기업 놓칠라" 양산시 어곡산단 폐수처리 증설 비용 확보 비상
  1. 1가상현실로 성화 점화, 디지털 불꽃놀이…中 기술력 과시
  2. 2[속보] 윈드서핑 조원우 1위, 부산 선수 첫 금메달
  3. 3“너무 아쉬워” 김선우, 韓 첫 메달에도 눈물
  4. 4인공기 게양 금지인데…北, 개회식서도 펄럭
  5. 5지유찬, 수영 자유형 50m 예선서 대회 신기록
  6. 6한국 여자탁구, 2회 연속 AG 단체전 동메달
  7. 7수영·레이저 런서 대역전…전웅태 개인전 대회 2연패
  8. 8'아, 이럴 수가'…권순우, 테니스 단식 2회전 충격 탈락
  9. 9태권도 품새 금메달 석권…근대5종 전웅태 2관왕
  10. 10男펜싱 집안싸움 성사 주목…유도 남북 선의의 경쟁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우리는 제1부두를 맘대로 할 자격이 없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과학자들의 소통방식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기고 [전체보기]
대통령의 ‘서울·부산 2개 성장 축’ 실현되려면
안전한 세상에서 아동은 꿈을 펼칠 수 있습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고삐 풀린’ 부산 분양가 괜찮나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꼰대세상
파격적 세대교체를 소망한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양말 뒤집어 신기
‘학생의 날’이 있다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자연과 인간을 잇는 원초적 매개체
무대 밖으로 뛰쳐나온 예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젠 팬이 원하는 감독을 보고 싶다
부산형 특구 성공 조건은 ‘앵커기업’ 유치
도청도설 [전체보기]
또 살생부
부산KCC이지스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명란과 옹기
시즈오카의 녹차 젤라또
사설 [전체보기]
“엑스포는 우리 것” 이런 마음으로 힘 모아 결실을
‘영구임대 30년’ 주거복지 차원 대책 찾아야 할 때
세상읽기 [전체보기]
역사 전쟁과 자유론
출산정책 헛다리 그만 짚고 고용안전성 높여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간호법 제정안과 지역사회 보건의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해인의 서랍에서
친구에게 추천하는 두 권의 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사적 공간의 미학
중세 고려의 여름, 휴가와 K-잔치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야만의 과학
밥의 길, 쌀의 미래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글로컬대학 30, 성공은 총장 리더십에 달렸다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민주당이 ‘노무현 정신’을 되살리려면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화해의 와인
와인, 스토리텔링
특별기고 [전체보기]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가 비과학적인 이유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12음기법
바이로이트 음악축제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화가 장욱진이 온다
황창배의 ‘곡고댁(哭高宅)’
CEO 칼럼 [전체보기]
세계박람회와 벡스코 제3전시장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잠재력과 성장성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