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에는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세계 정세와 국내 정치에 관한 거창한 걱정부터 지구 환경과 종말을 둘러싼 거룩한 걱정도 마다치 않는다. 자식 걱정에 노후와 건강 걱정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잘되면 잘되는 대로 걱정, 못 되면 못 되는 대로 걱정이다. 내 주위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게 걱정으로 시작해서 걱정으로 마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나는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온 국민과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의 총체적 걱정거리였다. 우스꽝스럽게도 나는 그 걱정을 스스로 짊어지고 오늘 이 나이에도 여전히 가수라는 행복한 직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입만 열면 폭탄급 발언을 쏟아내고, 어디로 튈지 몰라 나를 섭외한 PD나 작가들은 걱정부터 한다. 그런데도, 이건 순전히 내 자랑이지만, 나는 여전히 섭외 0순위 최고위급 연예인이다. 이런 생활이 얼마나 계속될지 걱정스러울 수 있으나 나는 그런 부질없는 걱정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걱정은 내일에 관한 염려를 덜어 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포기하게 하는 백해무익한 것임을 수많은 풍파를 거치면서 터득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걱정 없는 편안한 삶을 기대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사람이 걱정 없이 어찌 살 수 있겠는가?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걱정을 하며 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마치 걱정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삶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과 비예측성이 걱정의 뿌리이고 그 열매가 불안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어니젤린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걱정의 96%는 쓸데없는 걱정이고 나머지 4%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것에 관한 걱정이다." 즉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보다는 걱정해서 일을 망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미다. 운동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걱정이란 놈에게 꼬여서 자신감을 잃으면 속절없이 무너진다. 그리고 그 무너짐은 좌절로 이어져 슬럼프를 부른다. 프로 골퍼는 마음먹은 대로 공이 날아가고 아마추어는 걱정하던 대로 공이 날아간다는 골프장 우스갯소리처럼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성공한 사람은 합당한 걱정에 이어 곧장 적정한 대비를 한다. 그러니 자신감이 생기고 바라는 대로 일이 풀린다. 이게 내 생각이다.
지금 온 나라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에 휩싸여 있다. 연일 매스컴에서 기사를 쏟아낸다. 대부분이 메르스의 확산 과정과 무능한 정부 대책을 비판하는 보도다. 그러다 보니 세월호 참사 이후 겨우 회복세에 있는 경제가 된서리를 맞았다. 우리 스스로 겁을 먹어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회 모습이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관광 포기를 초래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우리도 불안한데 누가 한국에 오려고 하겠는가? 여행업계는 치명적인 외상을 입었고, 공연 축제 행사 등은 줄줄이 취소되었고, 어떤 도시는 유령도시처럼 변했다. 모두 외출을 삼간다. 근거 없는 메르스 괴담이 SNS를 타고 여과 과정도 없이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꽁꽁 얼어붙은 시장경제와 위축된 소비심리는 메르스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지나친 걱정과 우려는 우리 모두에게 절대로 유익하지 않다.
신종플루도, 사스도, 에볼라도 거뜬히 해결했던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다. 메르스 걱정은 해결책을 만들 수 있는 의료인과 예방 전문가와 보건당국에 맡기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자. 보건당국이 가르쳐준 예방수칙대로 마스크 쓰고, 손 자주 씻고, 양치질 자주 하며 맡은 바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자.
또 메르스와 관련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는 제발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전달하지 말자. 지인의 건강을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여러 군데서 몇 번이고 그런 문자메시지를 받는 상대는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위기가 왔다고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을 공포의 골짜기로 안내할 것도 아니잖은가? 이제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시장도 가자. 그러면서 철저히 예방규칙을 지키는 높은 보건의식을 세계에 보여주자. 그래야 외국 관광객이 돌아오고 내수시장이 산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메르스는 물러갈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벌써 몇 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가 완쾌했다.
두고 봐라, 내년 이맘때면 언제 메르스 때문에 걱정했느냐는 듯 무덤덤해 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자신의 전문 분야와 능력, 자신의 처지와 환경에 걸맞게 서로가 행복해지는 유익하고 생산적인 걱정을 시작하자. 우리 모두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두고 쓸데 있는 걱정만 하고 살자. 인생은 짧고 행복하기에도 모자라는 아까운 세월이라서 하는 얘기다. 두루 건강하길 빈다.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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