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크로가 주연한 영화 'The Water Diviner'는 다른 나라의 전쟁이 배경이어서 남의 일처럼 생각될 수 있으나, 그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되면 자식을 둔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다가온다. 러셀 크로는 이 영화에서 전쟁의 상처와 화해의 과정을 진지하게 연기한다. 이 영화 배경은 터키의 북서부 다다넬스 해협 진입로에 있는 갈리폴리 반도에서 벌어진 전투이다. 이 전투를 계기로 명암이 엇갈린 역사적인 인물 두 사람이 있는데, 영국의 윈스턴 처칠과 터키의 국부 케말 아타튀르크이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영국 전시사령부는 이스탄불을 점령해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이를 위해 윈스턴 처칠 해군성 장관은 연합군이 다다넬스 해협을 장악, 이스탄불로 치고 올라가는 전략을 세웠다. 처칠은 비록 오스만 터키가 독일과 연합했으나 당시 오스만 군대가 노후화해 쉽게 제압할 수 있으며, 다다넬스 해협을 거쳐 이스탄불을 점령한 이후 흑해를 통해 러시아와 연결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협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처음 해군을 투입해 오스만 터키군을 쉽게 제압하고 다다넬스 해협으로 진입하리라 생각했으나 갈리폴리 언덕에 포진한 오스만군의 공격으로 영불 연합군이 패퇴했다. 이에 대규모 병력을 상륙시켜 오스만 터키군을 제압하고자 한 것이 갈리폴리 전투이다.
1915년 4월 25일 해가 뜨자 1차 세계대전에서 피를 가장 많이 흘린 상륙작전이 감행됐다. 초기 상륙에 나선 영국군과 호주·뉴질랜드 식민지에서 징집한 군인 1500명 가운데 21명만 살아남아 육지에 도달했을 정도였고, 이후 3일 동안 1만여 명의 병사가 쓰러졌다. 이러한 희생에도 영국군은 밀어붙여 일부 지역을 장악하면서 진격했다.
이 전투에서 오스만 터키군을 지휘한 사람이 34세의 젊은 무스타파 케말 중령이었다. 초기에 잘 버티던 일선의 터키군이 밀리면서 후방 지원을 호소하며 퇴각하고 있었다. 케말 중령은 앞장서서 밀리지 말고 대항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병사들은 탄약이 점차 소모되면서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자 명령을 따르지 않고 퇴각하고자 했다. 케말 중령은 탄약이 없으면 총검을 사용해 백병전으로라도 막으라고 독려했으나 병사들이 다시 주저하자 작심한듯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 병사들에게 공격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서 죽을 것을 명령한다. 우리가 죽을 즈음이면 지원 병력이 도착해 우리를 대신할 것이다." 이는 케말의 어록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다.
이러한 독전으로 터키군이 다시금 필사적으로 저항하게 되고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진다. 불과 수십 m를 앞두고 수많은 포탄이 양 진영을 초토화하고, 백병전이 벌어지면서도 서로 물러나지 않았다. 이러한 전투가 8개월이나 이어졌고, 케말은 항상 전투의 선두에서 지휘했다. 단숨에 갈리폴리 반도를 차지하려던 영국군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마침내 1915년 12월 19일부터 퇴각하기 시작했다. 이 전투에서 양측은 각각 25만여 명, 총 50만여 명의 사상자라는 커다란 희생을 치렀으며, 연합군은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커다란 패배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처칠 해군성 장관은 이 전투에서 패퇴한 책임을 지고 마침내 물러나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킨 1939년까지 한직에 머물렀다. 반면 젊은 케말은 패망해가는 오스만 터키를 이어갈 다음 세대 지도자로 우뚝 섰다. 오스만 터키는 승전에도 불구하고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해 세브르 조약으로 나라가 조각조각 나게 되었다. 그러나 케말 장군은 이 조약을 받아들이지 않고 터키 군대를 재정비해 끝까지 대항했다. 마침내 그는 앙카라 부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그리스 군대를 크게 물리치면서 현재의 터키공화국 땅을 수호했으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부로 추대됐다.
올해는 갈리폴리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지 100년이 된 해이다. 이를 기념하고자 터키 정부는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벌인다. 터키뿐만 아니라 당시 적대국이었던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이 기념식에 참석한다고 한다. 전쟁에 휘말려 젊음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스러져간 양측 군인들이 또래의 나이였던 만큼 저 세상에서라도 손잡고 지내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가지고 전쟁에 참여했던 국가의 후손들이 같이 참석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부인과 세 아들을 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행복은 전쟁으로 산산조각이 난다. 전사한 세 아들의 조그만 흔적이라도 찾고자 호주에서 멀리 떨어진 터키의 갈리폴리로 떠났던 주인공. 그가 생존한 큰아들을 찾아 포옹하는 장면은 우리 모두에게 눈물을 훔치게 한다.
주터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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