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도심하천인 동천의 수질이 5급수 이하로 나빠졌다는 것은 충격이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문현금융단지에 인접한 범4호교 지점 수질이 2013년 5월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 5급수를 넘는 12.9㎎/ℓ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4월에는 21.5㎎/ℓ까지 치솟았다. 동천은 부산시가 준설과 함께 북항의 바닷물을 끌어들여 수질을 개선함으로써 '똥천'의 오명을 씻었다고 자랑했던 곳이다. 그랬던 동천의 오염은 도심하천 살리기 정책의 실패를 말해주는 동시에 문현금융단지의 이미지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던진다.

시가 꼽는 수질 악화 원인은 오랫동안 쌓인 하천 퇴적물, 부족한 유량, 비가 오면 유입되는 하수 등이다. 원인을 알면 해결은 쉽다. 퇴적물은 준설을 하면 되고, 하수 유입은 분류식 하수관 설치가 관건이다. 그런데 준설은 하천 폭이 넓어 기술·비용 측면에서 어렵다는 입장이고, 분류식 하수관도 2019년 완공만을 기다린다. 준설 예산을 확보하고, 하수관 완공을 앞당기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시는 부족한 유량을 보충하기 위해 하루 5만 t인 바닷물의 양을 늘리거나, 낙동강 수영강 물까지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장기간 퇴적물이 쌓인 동천의 특성을 감안하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대대적 준설과 하수 등 개별 오염원 규제가 최선이다. 지금이라도 이에 필요한 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한다. 문현금융단지 바로 옆에 악취를 풀풀 풍기는 동천을 방치한 상태로 국제금융도시 운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10년 5월 동천에 바닷물을 끌어오기 시작하면서 악취가 사라지고 숭어 떼가 올라오는 등 기적이 일어났다. 그해 11월 시는 동천에서 낚시대회까지 열었다. 그러한 때이른 성공이 자만을 부른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온천천의 경우 시가 2002년 '온천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여기에 동래구·연제구는 물론 시민들까지 온천천살리기 추진협의회를 결성해 거들었다. 여기에 비하면 동천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지금이라도 동천 살리기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겠다.